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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마이웨이 묵인한 美…동북아 외교지형 '흔들'



국방/외교

    아베 마이웨이 묵인한 美…동북아 외교지형 '흔들'

    자료사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이 개정되는 등 일본이 외교·군사적으로 새로운 위상을 찾아가고 있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이 기대했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없이 재무장을 통한 군국화의 길을 엶으로써 동북아의 외교 지각판에 균열을 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27일(이하 현지 시간) 뉴욕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참석하는 외교·국방장관 회의(2+2)를 열어 방위지침을 개정했다.

    새 지침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주변지역에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때 한국의 주권을 존중하는 것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연기로 군사주권이 취약한 가운데 미·일간의 일방 합의에 의해 주일미군은 물론 자위대까지 한반도에 출병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 지침은 자위대의 작전활동을 현행 ‘일본 주변’을 넘어서 전세계로 확대한 점과 중국과 분쟁 중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의식해 ‘도서 방위’를 명기한 점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미군과의 연합작전능력은 물론 자위대 자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6일부터 방미 일정에 들어간 아베 총리는 27일 하버드대학 공공정책대학원(케네디스쿨) 강연회에서 미국 대중에 대한 첫 발언 기회를 가졌지만 과거사 인식은 종전과 변함이 없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질문이 나오자 사과나 사죄는 하지 않은 채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my heart aches)”고만 말했다.

    그는 군 위안부에 대해서도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 피해자’라는 기존의 표현을 재차 사용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쓴 표현으로 제국주의 일본군대의 개입을 교묘하게 부정하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human trafficking’이라는 표현은 영미권에선 군대 위안부의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일본 내에서는 단순한 ‘인신매매’의 뜻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혹시나 했던 아베 총리의 발언이 역시나로 끝나면서 오는 29일 예정된 미 상·하원 합동연설은 더욱 기대할 게 없게 됐다.

    외교소식통들은 아베 총리가 상징성이 큰 의회 연설보다는 케네디스쿨 강연 등 다른 계기를 통해 과거사 관련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처음부터 빗나간 것이다.

    다만 앞으로도 28일 오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과 29일 오후 사사카와 재단 심포지엄 강연 등 2차례 가량 기회는 남아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이번 방미 일정표를 보면 ‘전범국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한 이벤트들이 정교하게 배치된 점이 더욱 눈에 띈다.

    태평양전쟁 초기 미군포로 등을 가혹하게 행군시켜 2만명 가까이 숨지게 한 ‘바탄 죽음의 행진’ 생존자를 초청한 것이나 일본계 미국인들로 구성됐던 부대의 기념비에 헌화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과거사의 원죄에 대해서는 적당히 덮어둔 채로 승전국 미국의 눈에만 잘 보임으로써 ‘전범국가’에서 ‘보통국가’로의 이미지 변신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의도가 확연하다.

    아베 총리의 이런 전략은 아직까지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대중국 포위 전략을 위한 일본의 역할 증대라는 커다란 이해관계가 맞닿은 가운데 미국으로서도 일본에 대해서는 안보와 과거사를 분리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계산이 빠른 아베 정부는 미국의 가려운 속을 긁어주면서 입지를 탄탄히 다져왔고 일본 총리로선 최초의 양원 합동연설 자격까지 따냈다.

    문제는 미국과 일본의 이런 신(新) 밀월관계 형성으로 한국이 소외되는 듯한 현상이다.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 조야에서 한국의 과거사 집착에 따른 ‘한국 피로증’(Korea fatigue)이 거론되는 것은 사실이다.

    비록 이것이 일각의 주장처럼 일본 측의 집요한 로비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외교적 대응 실패의 책임은 면할 수 없다.

    만약 아베 총리가 과거사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이번 방미 일정을 마칠 경우 과거사 문제를 거론할 동력은 적어도 당분간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부는 최근 미국 내에서 일고있는 아베의 과거사 인식과 관련한 비판적 움직임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제사회의 여론이 팽배하고 과거사 문제를 털고 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졌음데도 불구하고 그냥 넘어갈 경우, 아베 총리는 영영 풀기 힘든 부담을 안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아베 방미 결과와 상관없이 과거사와 안보 및 경제를 분리하는 투 트랙 대응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RELNEWS:left}이와 관련해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앞으로 결과가 우리에게 불만족스럽게 나온다고 해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안보대화 등을 중단하게 되면 오히려 우리에게 불리해진다”며 “한국은 아직도 과거에만 집착한다는 일본의 논리가 또 먹히게 되는 셈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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