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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와 풍자 '봇물'…정치판 달라질까?



문화 일반

    패러디와 풍자 '봇물'…정치판 달라질까?

    [변이철의 검색어 트렌드 23] 패러디 권하는 사회

     

    [CBS 라디오 '뉴스로 여는 아침 김덕기입니다']

    ■ 방 송 : CBS FM 98.1 (06:00~07:00)
    ■ 방송일 : 2015년 4월 23일 (목) 오전 6:38-47(9분간)
    ■ 진 행 : 김덕기 앵커
    ■ 출 연 : 변이철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장)

    ▶ 오늘은 ‘패러디’라는 주제를 가지고 나오셨네요.

    = 그렇습니다. 요즘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요. 이와 관련된 패러디물도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간에는 패러디 그 중에서도 ‘정치와 패러디’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 보려고 합니다.

    ▶ 사의를 표명한 이완구 국무총리와 관련된 패러디가 끝도 없이 나오고 있어요

    = 그렇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께서도 한두 번쯤은 다 보셨을 겁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비타 500박스에 3000만원을 넣어 이완구 총리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담은 패러디물들입니다. 이제는 개인 뿐 아니라 기업이나 정치인까지 가세하고 있는데요.

    비타500이 최고의 광고효과를 누리자 라이벌 회사도 자사 페이스북을 통해 패러디경쟁에 뛰어들었는데요. 음료박스 상자 사진을 게재하며 “솔직히 박스크기가 이 정도는 돼야 뭘 넣어도 넣지 않겠습니까?”라는 멘트를 달아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름을 빗댄 완구회사 패러디물도 화젭니다. 장난감 사진 밑에 “이 완구를 구매하신 3000분께는 비타500을 드립니다”라는 광고 문구가 들어있습니다.

    정청래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우스꽝스러운 ‘국무총리 공개채용 안내문’을 게시해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 정홍원 전 국무총리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일도 있었죠.

    = ‘웃푸다’라는 말이 있죠. 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았지만 ‘웃기다’와 ‘슬프다’를 합성한 말인데요. 웃기지만 서글픈, 그러니까 복잡한 심경을 전할 때 주로 쓰는데 딱 이런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완구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불멸의 총리’라는 별칭을 가진 정홍원 전 총리가 다시 등장하는 것 아니냐...” 이런 세간의 우스갯소리를 패러디한 사진들도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디지털시대에는 “내가 바로 미디어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SNS의 발달로 개인 창작물의 유통이 용이해지면서 패러디가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 정치 패러디가 이렇게 대중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뭘까요?

    = 그만큼 무책임하고 진정성도 없는 한국 정치에 대한 조롱의 의미가 강하게 담겨 있다고 봐야 합니다.

    또 정치권의 부정부패에 환멸을 느낀 누리꾼들이 이번 기회에 분명한 경종을 울리겠다는 의미에서 패러디를 계속 양산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패러디에는 비판이 담겨 있지만, 재미도 있거든요. 우리 사회는 진지한 비판은 다소 지루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적 논쟁 대신 자극적이면서 직관적인 비꼬기를 선호해 패러디가 인기를 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또 패러디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위주의적인 시대일수록 인기가 높습니다. 패러디 자체의 비판적 성격이나 놀이의 성격이 권위주의와는 상극이기 때문에 더 창작욕을 자극하는 거죠. 여기에다 순수창작물이 아니기 때문에 검열을 피하기 쉬운 것도 장점입니다.

    개그콘서트 방송화면 캡쳐

     

    ▶ 또 최근에는 방송사들도 경쟁적으로 ‘정치 풍자’ 개그 코너를 부활하고 있어요.

    = 그렇습니다. ‘개그콘서트’에는 ‘민상토론’이라는 코너가 있는데요.

    사회자 역할을 맡은 개그맨 박영진이 답변을 제대로 못하는 유민상과 김대성을 패널로 앉혀놓고 끊임없이 궁지에 몰아넣는 형식입니다. 그런데 단 3회 방송만으로도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어내고 있습니다.

    보기엔 가벼운 말장난 같지만 소재가 묵직해서 그런데요. 지금까지 경상남도 무상급식 논란, 이명박 전 대통령 시기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박근혜 정부 중간 평가 등이 언급됐습니다.

    ▶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LTE-A 뉴스’도 정치풍자를 하죠?

    = 지난주에 방송된 내용도 화제가 됐는데요. 개그맨 강성범이 ‘성완종 리스트’를 거론하며 “대체 그 큰돈을 어떻게 주고받았을까요?”라고 물었더니 임준혁이 말없이 ‘비타500’ 상자를 건네서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역시 지난주에 방송된 tvN ‘SNL 코리아6’의 ‘청춘 잔혹 동화’라는 코너에서도 정치풍자를 선보였는데요.

    피노키오로 나온 개그맨 정상훈이 상사에게 “고마워서 그런다. 아무런 의미 없이 주는 것”이라면서 비타500 한 박스를 건네는 내용입니다.

    시청자들은 개그 프로그램이 정치 풍자 코너를 부활한 것에 대해 대체로 “유쾌하고 통쾌하다. 반갑다” 뭐 이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 정치 풍자 개그 코너가 인기를 끄는 것은 그만큼 한국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이렇게 봐야겠죠.

    = 그렇습니다. 정치 풍자 코미디가 많아진다는 것은 한국 정치에 실제로 코미디적 요소가 많이 내재돼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정치인의 말과 행동이 대중의 상식과 정서와는 아주 동떨어져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데요.

    한 예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어제 한 방송에 출연해 “이완국 총리는 황희 같은 선비다” “사의를 표명한 것은 현대판 마녀사냥이다”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총리 사퇴의사를 보고받은 뒤에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며 이완구 총리를 오히려 감싸는 듯한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또 박 대통령이 이번에도 ‘어떤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유체이탈화법을 썼다’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습니다.

    방송인 김미화 씨는 최근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는데요. “지금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말장난을 하고 있고, 코미디언들이 오히려 쓴소리를 하고 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 코미디언들이 정치에 대해 우회적으로 쓴소리를 하는 상황... 언론의 책임도 큰 것 같아요?

    = 그렇습니다. MB정부의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에서의 막대한 혈세 낭비 그리고 1년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인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작업, 또 최근의 성완종 리스트 파문까지 국민들을 답답하고 짜증나게 하는 일들은 참 많은데요.

    뉴스와 시사프로에서 문제점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정부에 대한 속 시원한 비판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최근 성와종 리스트와 관련한 보도에서도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기사가 눈에 많이 띄는 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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