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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혀들지 않고 있는 홍준표의 '말말말'



경남

    먹혀들지 않고 있는 홍준표의 '말말말'

    "홍준표의 어법은 낡아, 더이상 통하지 않아"

     

    홍준표 경남지사가 미국에서 귀국한 뒤 출근한 지난 30일.

    경상남도는 이날 오전부터 기자들에게 도의 성명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오후에 발표된 성명서에서 경상남도는 15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친환경 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를 '종북 정치세력'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무상급식 예산지원을 계속해 달라는 경남운동본부의 활동을 '종북세력의 정치투쟁'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종북 성명'은 홍 지사가 귀국하자마자 꺼낸 비장의 '카드'였다.

    미국 출장길 업무시간에 부인과 골프를 즐긴 것이 들통나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이를 반전시키기 위한 카드였다.

    '보수와 진보'간 진영을 나눠 보수결집을 노린 이 카드는 그러나 좀처럼 먹혀들지 않고 있다.

    먹혀들기는 커녕 "결국 종북몰이냐"는 비난과 함께, 홍 지사가 궁지에 몰렸다는 인식만 강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경상남도가 '종북성명'을 발표한 30일은, 문재인 대표가 새누리당을 향해 "군대도 안갔다 온 분들이 입만 열면 안보를 이야기하고, 야당을 종북으로 몰아간다"며 비판한 다음 날이었다.

    비난여론이 계속되자 홍 지사는 다음날, 새로운 어법을 꺼낸다. "욕먹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홍 지사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다 "욕먹는 것이 두려워 망설이는 것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이 말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먹혀들기는 커녕 "욕먹을 일을 한 것은 아는구나"라는 비아냥이 줄을 잇고 있다.

    그리고 이날 '욕먹는 리더십' 카드는, 경남 창원의 한 고등학생이 홍 지사에게 쓴 한 통의 편지글에 묻히고 말았다.

    이 학생은 홍 지사가 한 말들을 예의바르게 조목조목 반박하며 대대적인 호응을 일으켰다. 그리고 '욕먹는 리더십'은 홍 지사가 이미 한번 썼던 말이었다.

    홍 지사는 지난 1월 22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다 "이익집단이나 지역이기에 사로잡힌 불합리한 요구는 뿌리쳐야 한다"며 "욕먹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출장 중 부인과의 골프를 해명하는 그의 어법도 통하지 않았다. '사실상의 주말'이란 말도, '비공식 비즈니스였다'는 말도 '궤변'이라는 반응이 다수를 이뤘다.

    비행기 비즈니스석 이용에 대해 해명하면서, 우연히 같은 비행기의 이코노미석을 탄 문재인 대표를 향해 "정치쇼"라고 비난한 것도 실소만 자아낼 뿐 호응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과거 홍 지사는 한 마디 말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재주가 남달랐다. 특히 보수-진보간 진영논리로 몰아가는 데는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진주의료원 폐업 때가 대표적이다.

    경상남도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업한다고 발표했을 때 반대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홍 지사 스스로가 "반대가 7, 찬성은 3이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홍 지사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노조를 "강성귀족노조"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진주의료원은 "강성귀족노조의 놀이터"라 낙인찍었다.

    "강성귀족노조의 놀이터에 단 한푼의 세금도 쓸 수 없다"는 그의 말은 보수세력의 결집을 이끌어 내며 비난여론을 단숨에 뒤집었다. '강성귀족노조'가 아니라는 근거가 수도없이 나왔지만 이미 늦었다.

    그러나 무상급식 문제는 보수진영의 '전가의 보도'와도 같은 "종북"조차 통하지 않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홍 지사의 말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이제 편가르기는 낡은 어법이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 카드일까?

    경남도는 31일 "지사님 취임 후 빚을 많이 갚았다"는 발표를 했다. 처음엔 기획조정실장이 발표하기로 했다가, 행정부지사로 '격상'됐다.

    '종북세력'의 '정치투쟁'에도 불구하고 '욕 먹는 리더십'을 발휘해 '빚을 탕감했다'는 종합선물세트가 등장한 셈이다.

    "그래도 홍준표가 일은 잘하지 않느냐"는 어법인데, 얼마나 통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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