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박종오 교수팀이 개발한 '능동 캡슐 내시경' 시스템(전남대 제공)
위암과 대장암 등 진단에 탁월한 내시경의 가장 큰 단점은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이다.
길고 두꺼운 내시경 케이블을 강제로 인체에 밀어 넣는 데 따른 것이다.
이를 피하려는 방편이 수면내시경인데 때때로 발생하는 사망 사고가 보여주듯 위험성이 수반된다.
그래서 각광을 받는 게 '캡슐 내시경'이다.
지름 12㎜, 길이 25㎜ 정도인 캡슐 약 크기 내시경을 삼키면 장기 운동에 의해 이동하면서 진단을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기존 캡슐 내시경의 가장 큰 약점은 인체 내에서 이동을 순전히 장기 운동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동 속도가 매우 느리고 따라서 진단 시간이 아주 길다는 것이다.
일반 내시경이 도달할 수 없는 소장을 진단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그에 소요되는 시간이 10시간을 훌쩍 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전남대 로봇연구소장인 기계공학과 박종오 교수가 외부에서 캡슐 내시경의 이동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캡슐 내시경에 자성을 준 뒤 이를 외부 자기장으로 조정해 위아래, 앞뒤, 좌우 이동은 물론 회전까지 원하는 대로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른 능동적인 움직임으로 박 교수는 캡슐 내시경 진단 시간을 20분 이내로 대폭 단축할 수 있었다.
진단 시간이 10시간에서 20분 이내로 크게 줄면서 장기 내부를 실시간으로 연속 촬영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기존 캡슐 내시경은 연속 촬영을 할 경우 배터리가 금방 소모되는 탓에 배터리 용량을 고려한 일정 시간 단위 불연속 촬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박 교수가 개발한 '능동 캡슐 내시경' 시스템은 MRI 진단 때처럼 환자가 자기장 발생기에 몸을 눕혀야 한다.
전남대 로봇연구소장 박종오 교수(왼쪽)와 우영메디칼 이영규 회장, 송진규 전남대 산학협력단장이 31일 '능동 캡슐 내시경' 기술이전 협약식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전남대 제공)
캡슐 내시경 조종을 위한 자기장이 인체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박 교수는 "자기장 세기가 MRI의 1/3이 미만이어서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남대 산학협력단은 31일 "능동 캡슐 내시경 관련 특허기술을 의료기기전문기업인 '우영메디칼'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우영메디칼은 선급 기술료로 10억 원을 전남대에 냈고, 앞으로 매출액의 2%를 경상기술료로 추가 지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우영메디칼은 능동 캡슐 내시경을 전담할 신규법인 '아레스메드(ARESMED)'도 설립했다.
앞으로 내시경 시장은 캡슐 내시경이 주도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전망이다.
그러나 그 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데 영상의 품질이다.
아직 캡슐 내시경이 일반 내시경을 대체할 수 없는 까닭은 캡슐 내시경이 촬영하는 영상의 질이 일반 내시경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종오 교수는 "광학 등 관련 기술 발전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 만큼 캡슐 내시경 영상 품질 문제 해결도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