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정환 (서울 강남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경장)
20만 원 정도가 충전된 교통카드를 시내에서 잃어버렸다고 생각을 해 보죠. 이때 우리는 사라진 카드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실제로 최근 서울 역삼역 인근에서 한 여성이 교통카드를 분실했습니다. 그리고 지역 경찰관의 끈질긴 수사와 새벽 잠복근무 끝에 다른 40대 여성이 이 교통카드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죠. 잠복근무까지 하면서 한 여성의 교통카드를 찾아줬던 경찰의 이야기, 인터넷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았는데요. 수사과정에서 또 안타까운 뒷이야기도 있었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인지 직접 들어보죠. 화제의 인터뷰, 강남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의 김정환 경장입니다. 경장님, 안녕하세요.
[박재홍의 뉴스쇼 전체듣기]◆ 김정환> 예.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20만 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고군분투 끝에 다시 찾아주셨다면서요?
◆ 박성동> 네.
◇ 박재홍> 이게 언제 있었던 일인가요?
◆ 김정환> 그분이 5일 동안 계속 고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교통카드 같은 것도 찾을 수 있나 싶기도 하고 교통카드는 추적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때 주변 지인들에게 ‘한번 경찰에 신고를 해봐라. 경찰이 찾아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조언을 들었던 거고요. 그래서 교통카드를 분실했던 역삼역 부근으로 가서 112 신고를 해서 역삼지구대 경찰관들이 출동했고요. 발생 보고를 3월 9일에 한 거죠.
◇ 박재홍> 그런데 이제 말씀하신 대로 추적이 잘 안 되고, 티머니 교통카드라고 들었는데요. 그럼 이게 누가, 어디에서 쓰는지는 어떻게 추적하신 거예요?
◆ 김정환> 일단 저희가 사건을 접수받고 그날 티머니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해당 카드의 사용내역을 뽑아봤습니다. 교통카드 티머니 내역 중에서 편의점 사용내역과 지하철 사용내역이 있었고요. 송파구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사용자의 간단한 인상착의를 확인했고요. 그리고 역삼역에 가서 순찰시간대 CCTV를 확인했는데, 동일한 여성으로 추정됐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수사를 하시면서, 단서를 찾는 과정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왜 그러셨나요?
◆ 김정환> 교통카드 내역을 저희가 실시간으로 계속 분석을 해 봤는데요. 출근시간이 아침 5시 정도였고요. 퇴근시간이 거의 오후 3시에서 4시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일찍 출퇴근했다가 퇴근하는 경우는 청소하시는 분이 아니면 또 아침 일찍 식당에 나가서 일하시는 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동안의 교통카드 사용내역을 보면 정말 이분도 편의점에서 컵라면, 두유 이런 거 외에 카드를 사용한 내역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분도 좀 넉넉한 편은 아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정말 형편이 어려웠던 분이었던 것 같고, 또 생계를 위해서 최소한으로 쓴다, 이런 느낌을 받으셨던 거네요.
◆ 김정환> 예.
◇ 박재홍> 그래서 이제 CCTV를 통해서 카드를 쓰셨던 분을 확인하셨던 거고요. 그런데 추적하시는 과정에서 70개의 빌딩을 돌아다니시고 잠복까지 하셨다는데요. 정말입니까?
◆ 김정환> 예. 맞습니다. 이분이 역삼역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시는 퇴근 시간대에 맞춰서 3월 13일과 3월 16일 이틀 동안 오후 2시부터 6시 사이에 계속 게이트 2개를 나눠서 제 파트너인 송경섭 형사와 같이 잠복했습니다.
◇ 박재홍> 결국 그분은 환경미화원으로 밝혀졌죠?
◆ 김정환> 네.
◇ 박재홍> 그래서 이제 그분을 만나러 가셨어요. 그래서 경찰이라고 그분에게 말을 걸으셨을 때 뭐라고 하시던가요?
◆ 김정환> 신원 확인할 때가 새벽 5시 30분이었는데요. 이분은 출근을 하셔야 되니까 저희가 간단하게 신원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또 많이 우셨고요. 오후 3시에 퇴근해서 그 문제에 대해서 다시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좀 많이 우셨습니다.
◇ 박재홍> 수사하시면서도 형편이 어려운 분이었음을 또 확인하셨으니까요. 물론 그런 행위 자체가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상황을 함께 보셨기 때문에 마음이 안 좋으셨겠네요.
◆ 김정환> 네, 아무래도 마음이 좀 불편했습니다. 그리고 수사하면서 처음에 이분이 버스를 타셨는데 저도 뒤따라 타면서 바로 말을 해서 빨리 끝낼까, 이런 생각도 했는데요. 이분이 같이 버스 첫차를 타시는 분들끼리 과일이랑 두유를 나눠 드시더라고요, 같이 타 계시는 분들하고요. 그래서 조금 기다렸다가 말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요. 이분하고 20분~30분 버스 타고 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 박재홍>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 김정환> 이분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이분도 놀라지 않고 사건이 원만하게 처리를 할 수 있을까. 피해자분한테도 뭐라고 설명을 드려야 할지. 계속 그런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했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김정환 경장 (사진=본인 제공)
◇ 박재홍> 결국 말씀을 하셨던 거고요. 그래서 지금 이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된 건가요? 두 분이서 합의를 했다, 이런 말도 있던데요.
◆ 김정환> 이 사건 같은 경우에는 피해금액이 경미하고 피해금액이 변제가 됐습니다. 이분이 교통카드 충전한 금액이요. 그리고 카드를 주우신 분이 반성을 하고 있고요. 또 피해자분에게 저희가 이런 내용이라고 설명을 드리니까 알았다면서 흔쾌히 합의서도 작성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수사 지시를 받아서 즉결 심판으로 경미범죄로 처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경미범죄요? 그러면 선고유예로 끝날 가능성도 있겠네요?
◆ 김정환> 예.
◇ 박재홍>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제 경장님이 정말 열심히 하셨으니까요. 20만 원 교통카드 찾아주시기 위해서 70개 빌딩도 돌아다니시고 이렇게 하셨잖아요. 그런데 이제 일각에서는‘아니, 다른 사건들도 많을 텐데 무슨 교통카드를 찾으려고.. 한가한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 김정환> 모든 사건은 피해 금액에 경중을 따지지 않고 신고가 된 것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서 수사하고요. 또 이때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도 잠복하기 전날에는 또 밤 10시까지 또 다른 수사를 계속 했고요. 지금도 계속 사건을 병행해서 수사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여러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는 거네요. 무엇보다 100만 원 이하 사건을 전담하는 생활범죄수사팀의 일원이셨기 때문에 이 사건을 정말 열심히 하셨던 것이 아닌가, 작은 일도 소홀히 하지 않고요. 제가 참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 김정환>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웃음) 경장님, 혹시 결혼하셨나요?
◆ 김정환> 예. 결혼한지 2년 반됐습니다.
◇ 박재홍> 그러시구나. 그러면 지금 아기가 있나요?
◆ 김정환> 올 4월 20일에 아들이 태어납니다.
◇ 박재홍> 그러면 이제 약 3주 남았네요?
◆ 김정환> 예.
◇ 박재홍> (웃음) 굉장히 기다려지시겠네요.
◆ 김정환> 네, 많이 기다려집니다. 집에 올 때마다 계속 그 생각을 합니다. 지금 너무 바빠서, 집에 들어가면 좀 미안합니다.
◇ 박재홍> 그래도 아빠가 이렇게 멋진 대한민국 경찰이라는 사실을 알면, 태어날 아기가 정말 자랑스러워할 것 같아요.
◆ 김정환> 열심히 일하는 걸 우리 아이가 마음으로 알아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태교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정말 말을 안 듣고 힘든 아들이었는데요. 이렇게 잘 키워주셔서 이렇게 라디오 방송까지 하게 돼서 정말 저희 어머니에게도 감사하고요. 어머니께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박재홍> (웃음) 이렇게 말씀을 잘 안 들으시다가 대한민국 경찰이 되셨어요. 어머니가 정말 고생하시고 잘 키우셨네요.
◆ 김정환> 감사합니다.
◇ 박재홍> 경장님, 오늘 말씀 정말 잘 들었고요. 앞으로도 우리 서민의 삶을 잘 지켜주시는 멋진 경찰관으로 남아주시기 바랍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김정환> 감사합니다.
◇ 박재홍> 화제의 인터뷰, 강남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의 김정환 경장이었습니다.
[박재홍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