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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체육의 원죄…피 말리는 싸움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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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엘리트체육의 원죄…피 말리는 싸움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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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 올림픽의 영웅, 20년 후 그들은…>④

     

    ※ CBS는 88서울올림픽 20주년을 맞아 당시 올림픽 영웅들의 삶을 조명하고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마지막 순서로, 88 올림픽 영웅들의 삶을 고통 속으로 내몰았던 엘리트체육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취재했다.


    꽃다운 청춘은 물론 다가올 미래까지 모두 포기한 채, 오로지 ''우승''만을 위해 훈련에만 몰두하는 상황. 이번 시리즈를 통해 소개했던 88 올림픽 메달리스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태릉선수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의 ''또다시 되풀이될 숙명''에 관한 이야기기도 하다.

    우리나라 체육의 현실은 88 올림픽 영웅들이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20년 전 그대로다. 어린 선수들은 학창시절부터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것 외에 다른 미래를 꿈꾸지 못하고 정규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운동에만 시간을 쏟고 있다.

    ◈ "군대와 마찬가지, 메달을 따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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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열한 경쟁 끝에 태릉선수촌에 들어간다 해도, 최종 국가대표 자격을 얻기 위해 피 말리는 싸움은 계속된다. 백지 한 장 차이로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면, 역시 다른 미래는 꿈꾸지도 못한 채 4년 뒤 올림픽을 기다리며 운동만 해야 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은 선수 시절의 경력이나 연금 덕분에 은퇴 이후의 삶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앞서 시리즈를 통해 소개했듯 변변한 직업도 얻지 못하는 등 사회적응에 실패하는 경우가 상당수다.[BestNocut_R]

    이 같은 한국의 엘리트체육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체제나 국가 선전을 위해 메달 획득에 사활을 걸었던 냉전시대 시스템이 20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문화체육관광부 등 엘리트체육 담당자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창선 전 태릉선수촌장은 수면 시간을 포함한 24시간이 모두 통제되고 단체생활을 해야 하는 선수촌 생활에 대해 "메달을 따기 위해서라면 이 방법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끼리 훈련하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지도 못하는 등 억압된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군대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훈련소에서 훈련받아 나라 지키는 것과 열심히 훈련해 메달을 따는 것은 다를 것이 전혀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제체육과 최영규 사무관은 "생활 체육이나 학교 체육과 연계해 엘리트 교육을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답했다.

    ◈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일정 성적 안되면 운동 못해

    하지만 스포츠 선진국을 살펴보면 사정이 다르다.

    오직 운동만 한 선수가 국가대표로 발탁된 뒤 합숙생활을 하며 고된 훈련을 계속 견디는 시스템을 가진 나라는 유럽 등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미국이나 유럽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엘리트체육, 학교체육, 생활체육이 스포츠의 인적, 물적 자원들을 공유하고 있다. 탄탄하게 발달한 학교체육과 생활체육의 토대 위에서 육성된 꿈나무들이 엘리트 선수가 되고 이들이 다시 생활체육 지도자로 환원되는 선순환 체제인 것이다.

    선수들은 다른 학생들과 다름 없이 정규 수업을 받으면서 운동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 미래의 직업을 계획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체육 인프라가 발달해 지도자 수요도 많기 때문에 코치나 감독 등으로 운동을 직업 삼아 계속해 나갈 수도 있다.

    ◈ 바르셀로나 사격 금메달리스트 이은철처럼

     

    미국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대학까지 마친 바르셀로나 사격 금메달리스트 이은철 씨의 경우를 보면, 지금과 같은 엘리트교육 체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유능한 선수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씨는 우승이나 메달을 위해 학습시간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84년부터 5회 연속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됐으며 올림픽에서 1개, 아시안게임에서 5개, 아시안선수권대회에서 4개,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컴퓨터를 전공한 뒤 현재 실리콘밸리테크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이은철 씨는 "학창시절 수업 시간을 빼먹은 적이 없다. 미국에서는 선수가 공부에 소홀하다가 평균 이하로 성적이 떨어지면 운동이 금지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국가대표로 선발된 뒤 들어간 태릉선수촌은 ''메달을 따기 위한 실력의 극대화'' 이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곳이라며 진짜 재목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모임인 올림피언협회(WOA) 송민석 연락사무관은 "올림픽에서 향후 10년은 메달이 나오지 않을 각오로 선수들의 학습권을 철저히 보장하고 금메달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그럴 때라야 평등과 화합이라는 올림픽의 기본 이상을 지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건강한 체육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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