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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가 실례가 아닌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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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례''가 실례가 아닌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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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규의 영어와 맞짱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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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일본 최고의 명문고등학교를 ''열등생''으로 졸업했다.

    시오노는 이 시기를 회상하며 "우등생과 열등생의 차이는 두 가지"라고 결론짓는다. 그 하나가 우등생들은 한결같이 암기력이 비상했고 교사가 가르치는 내용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고 그대로 외웠다는 것이다.

    우리 영어교육도 외우기를 강요하니 하나만 가르치고 둘은 외워도 쓸 수 없게 만든다.

    ''excuse me''를 보자. ''실례합니다''라는 뜻으로만 알려진 동사 ''excuse''는 목적어가 없으면 혼자 아무런 뜻도 살릴 수 없다.

    우리는 ''excuse me''를 ''실례합니다''로 묶어서 외우기는 하는데 우리말에서는 목적어가 필요없는 ''실례합니다''가 영어로는 버젓이 목적어인 ''me''가 붙는 이유는 생각하지 않는 듯 하다.

    이 동사의 원래 뜻은 ''~를 용서하다'', ''~에 대해 핑계를 대다, 변명하다'', ''~를 홀로 남게 하다''인데 영어로는 목적어가 항상 필요하다.

    이런 식 이라면 ''excuse me''도 ''나를 용서해주세요''로 해석해야 한다. ''Could you excuse us?(잠시 우리 둘만 남겨 두시고 자리 좀 피해주시겠어요?)''등의 해석이 가능하다.

    ''나는 전쟁에서 살아남았다''라는 우리말 문장을 영어로 옮긴다고 치자. ''survive''로 문장을 만들면 ''I survived the war''가 된다. 우리말 ''전쟁에서''가 목적어로 등장하니 우리말 문법과는 전혀 다른 체계를 보인다.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BestNocut_R]

    이 ''survive''의 원래 뜻은 ''~보다 오래 살다''인데 전쟁이라는 것을 사람과 같이 친다면, 전쟁이 끝났다는 말을 전쟁이 죽어버렸다라고 이해해보자.

    부인이 먼저 저 세상에 가고 홀로 남은 남편의 경우 영어로는 ''He survived his wife''가 된다. 부인과 싸워 이기고 살아남은 것은 아니지만 ''~보다 오래 산다''고 할 때 ''survive''를 쓰면 된다. 서바이벌 게임처럼 부인에게 먼저 총을 쏴 죽이고 자신은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보다 오래 산다''는 한국어문장 때문에 이런 경우 꼭 ''to live longer than''이라는 비교급에만 얽매이는 것 같다. 동사 자체에 비교급의 뜻을 가진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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