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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로 울고, 김치로 웃고...국내 4명뿐인 김치 명인의 꿈



생활/건강

    김치로 울고, 김치로 웃고...국내 4명뿐인 김치 명인의 꿈

    [한국형 장사의 신] 해물섞박지 김치 전통식품 명인 이하연의 '봉우리'


    국내에는 여러 종류의 명인 제도가 있다. 전통식품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선정하는 명인을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로 손꼽는다. 김치의 경우 국내에서 4명만이 공식 명인이다.

    가장 최근에 김치로 전통식품 명인에 오른 이하연(본명 이인자) 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녀는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해물섞박지 김치로 전통식품명인 제58호로 지정됐다. 한때 김치 때문에 십 수억원을 잃고 남몰래 가슴앓이도 많이 했지만, 김치는 이하연 씨의 전부와도 같다.

    이미 명인이 되기 전부터 그녀가 운영하는 한정식당은 김치가 맛있기로 소문 나 있었다. 김치를 만들 때 가장 행복하다는 이하연. 역삼동에서 18년째 한정식당 봉우리를 운영하는 이하연 대표를 만나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던 그녀의 식당 창업 비법을 들어보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국내 네번재 김치 명인 이하연 대표의 보쌈김치. 사진 = 김기현 PD

     


    ■ 어떤 계기로 외식업을 시작했나?

    아이와 남편을 함께 외국으로 보내 학비와 생활비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길거리 음식부터 시작했다. 1987년도에 만두를 튀겨 손수레(리어카)에서 팔았다. 당시 만두에 목삼겹살을 썼는데 그 덕분에 처음하는 장사였지만 인기가 좋았다. 그때만하더라도 길거리 음식에서 목삼겹살을 넣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만두 장사를 시작으로 백반집, 주점, 한정식 등을 이어갔다.

    ■ 식당으로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나?

    식당으로는 없다. 비록 노점에서 만두를 팔았지만 손님의 반응을 보고 깨달은 것이 있었다. 모든 음식은 재료가 중요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지키니까 실패가 없었다. 세계 최고의 셰프라고 해도 썩은 생선을 가지고 회를 뜨면 맛이 없지 않은가? 음식은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데 정작 식당 말고 김치와 관련해서 15억 정도 잃은 적은 있다(웃음).

    전통식품 명인 제58호에 등록된 해물섞박지 김치. 사진 = 김기현 PD

     


    ■ 김치 명인이 김치로 실패를?

    김치 공장을 한 번 시도했다가 지금까지 번 돈을 다 잃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명인이 아니었다. 손님들이 한정식집인 봉우리에서 식사하고 김치가 정말 맛있다고 칭찬해주니까 멋도 모르고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김치에 대한 열정만 있었지 제조업은 전혀 몰랐었다. 공장을 운영할수록 변수가 너무 많고 내가 원하는 김치 맛도 나지 않아서 그냥 사업을 접었다.

    ■ 평생 번 돈을 잃었는데, 김치를 해서 후회하진 않았나?

    나는 김치를 담글 때가 제일 행복하다. 식당을 찾는 단골손님에게는 공짜로 담가 주는 경우도 많다. 나는 사람들이 내 김치를 맛있다고 해줄 때 기분이 정말 좋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실패 덕분에 더 공부하게 되고 김치 명인이 된 것 같다.

    이하연 대표는 새벽장에서 매일 신선한 재료를 골라 한정식 메뉴로 사용한다. 취재 당일은 꼬막이 신선해서 메뉴로 나왔다. 사진 = 김기현 PD

     


    ■ 한정식으로 이십 년을 이어온 비결은 뭔가?

    진정성을 보는 것 같다. 이 식당은 정직하게 음식 하는 곳,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우리는 소금 하나까지 골라 쓴다. 새벽장도 내가 보고 손으로 직접 음식을 한다. 음식은 손으로 느껴야 제맛이 난다. 심지어 양념장 하나까지 제철 음식으로 속을 편하게 해주니까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것 같다.

    봉우리의 인기메뉴 삼합. 사진 = 김기현 PD

     


    ■ 외식업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음식장사를 하려면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 사람 만나는 게 귀찮고 피곤하면 일도 싫어진다. 손님에게 음식을 해서 먹이는 것을 즐겨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설거지부터 시작하고 본인이 직접 음식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식당에 인생을 바치면 반드시 성공한다.

    ■ 김치 명인이 됐으니 꿈을 모두 이뤘나?

    아니다.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요즘 맞벌이 가구가 많아서 김치 담그기가 힘들지 않나? 혼자서 15가지가 넘는 재료를 준비하고 만들기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김치를 사서 먹는다. 나는 김치교육문화체험관 같은 것을 만들어서 주말에 가족이 와서 직접 김치를 담가 가져가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 그 속에서 자기 집에 맞는 김치 맛은 어떤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아이들도 자연스레 김치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김치 종주국 문화를 지켜갈 공간을 만들고 싶다.

    한정식 봉우리의 이하연 대표 사진. 사진 = 김기현 PD

     


    ▶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 평가

    우리나라에서 4명밖에 없는 김치 명인이고 장사도 성공했는데 예전에 만두 팔았던 일을 전혀 창피해하지 않는다. 대신 그때 만두로 사람들이 얼마나 기뻐했는지를 기억한다. 한정식을 먹고 가는 손님이 선물로 김치를 받아 가면 감동해서 또 올 수밖에 없다. 꼭 한번 이하연 김치를 먹어봐라. 대한민국 김치를 지켜줘서 너무 감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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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봉우리 매생이국. 사진 = 김기현 PD

     


    ▶ 봉우리 위치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94길 25-3

    대한민국 직장인은 누구나 사장을 꿈꾼다. 그중에서도 요식업은 누구나 쉽게 생각하고 대박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대박 성공 확률 1%. 도대체 요식업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와 취재진이 대한민국에서 요식업으로 성공한 '장사의 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성공 비결을 파헤쳐보려고 한다. 요식업,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 [편집자 주]

    제철음식으로 만든 새조개 시금치 무침. 사진 = 김기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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