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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관에 가봤더니…영화 관객은 '봉'



영화

    프리미엄관에 가봤더니…영화 관객은 '봉'

    • 2015-02-09 06:00

    [한국 영화 안녕한가요 ⑦] 가격은 높이고, 품질은 그대로…직접 체험한 프리미엄관

    한국 영화산업이 3년 연속 관객 1억 명을 넘어서며 최고의 호황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영화는 지금 안녕할까요? 그렇지 못합니다. 관객들은 잔뜩 화가 나 있고 좌절한 영화제작자들도 울분을 삼키고 있습니다. CBS 노컷뉴스가 화려함 속에 감춰진 한국 영화의 불편한 민낯을 연속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누구를 위한 영화관인가…빼앗긴 '볼 권리'
    ② 돌려쓰는 극장용 '3D 안경'…이대로 괜찮나?
    ③ "왜 영화 상영시간에 광고를 끼워넣죠?"
    ④ "극장 팝콘값 뻥튀기 담합?"…울며 겨자 먹는 관객들
    ⑤ "영화 대기업 횡포? 짜증을 드러내야 바뀌죠!"
    ⑥ [단독] CGV, '선택권' 앞세워 '영화값 6%' 편법 인상
    ⑦ 프리미엄관에 가봤더니…영화 관객은 '봉'

    멀티플렉스 영화관 A업체 상영관 풍경. (사진=유원정 기자)

     

    # 1 : 2월 6일 금요일 저녁 서울의 한 카페

    오랜만에 대학교 선배와 약속을 했다. 복수전공학과 수업 시간에 함께 영화를 제작하면서 친해진 사이였다. 당시 선배는 촬영감독을, 나는 총감독 겸 시나리오 집필을 맡았었다. 추억을 되짚어 올라가다 '영화나 볼까?'하고 말이 나왔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주목받는 신작 영화는 시사회에서 접하는 편이다. 두 사람 모두 관람하지 않았고, 관람하고 싶은 영화를 고르기 위해 한참을 고심했다. 결국 낙점된 것은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 '내 심장을 쏴라'. 예매는 당연히 후배인 내 몫이었다.

    신작 영화는 일주일 중 목요일에 개봉을 많이 한다. 아니나 다를까, 예매를 하러 멀티플렉스 영화관 A업체 어플리케이션으로 들어갔더니 전보다 상영관 수가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확인해봤다. 400개가 넘었던 상영관은 개봉 10일만에 주요 신작 영화들에 밀려 거의 반토막이 났다.

    상영 시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 토요일인데도 불구, 조조나 늦은 밤 혹은 심야 시간에 영화가 배치돼있어 간신히 16시 25분에 상영하는 지점을 찾았다.

    '어렵게 찾아서 겨우 예매 성공했어'라고 스마트폰 메신저를 보내니 '요즘엔 영화가 너무 빨리 내려가서 정 보고 싶으면 개봉하는 주에 봐야 된다니까'라는 푸념섞인 답이 왔다.

    # 2 : 2월 7일 토요일 16시 15분 멀티플렉스 영화관 A업체 서비스 창구

    주말 오후의 극장가는 혼잡했다. 관객들은 테마파크의 거리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벤치에 앉아 즐겁게 이야기 꽃을 피웠다. 역시 사람은 분위기를 따라간다는 말이 맞았다. 이번 주만 해도 벌써 다섯 번째 극장 방문이라 별다른 느낌이 없을 줄 알았는데 북적하면서도 흥겨운 인파에 섞이니, 그런대로 마음이 들떴다.

    그러나 기분은 표를 발급하면서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결제를 바꾸려고 창구에 가자 모바일로는 미처 확인하지 못한 사안이 눈에 들어왔다. 통상적으로 3D나 4D가 아닌 주말 일반 영화표값은 표 한장에 10,000원인데 11,000원이었던 것.

    1,000원이 더 비싼 이유를 묻자 이곳은 '특화관'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만으로는 대체 어떤 의미의 특화관인지 알 수 없었다. 문득 어플리케이션으로 예매할 때 보았던 'SOUND X'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다시 한번 'SOUND X' 상영관이기 때문인지 물어보니 맞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과 창구가 그랬듯이 극장에서는 'SOUND X' 상영관의 금액에 대한 안내나 정보를 찾아볼 수 없었다. 1,000원이라는 적은 돈으로 'IMAX', '4DX' 등 외에도 특별상영관이 있다는 값진(?) 깨달음을 얻은 셈이다.

    '영화의 거리'를 테마로 꾸며진 A업체의 프리미엄 영화관. 위부터 버스킹 공간, 영화 상점, 팝콘 전문 매점. (사진=유원정 기자)

     

    # 3 : 16시 20분 멀티플렉스 영화관 A업체 매점

    '영화의 거리'를 테마로 꾸며진 이곳의 꽃은 A업체와 같은 계열사의 프랜차이즈 카페도 아니요, 각종 애니메이션 및 영화 관련 물품을 파는 상점도 아니었다. 매점이라 하기엔 너무도 고급스러운 '팝콘 전문 매점'이 바로 그 주인공.

    우리 두 사람은 홀리듯 매점 앞에 당도했다. 팝콘인듯 팝콘아닌 팝콘들이 담긴 커다랗고 투명한 상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버터맛, 카라멜맛, 좀 더 진화해 치즈맛 정도일까. 편의점 PB제품까지 치면 꽤 다양한 맛의 팝콘을 맛봤다고 자부해왔지만 그곳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리는 '화이트베리 팝콘', '더블 초콜렛 팝콘' 등 듣도보도 못한 팝콘들에 유혹당해 직원의 친절한 목소리를 따라 계산대 앞에 섰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고메(Gourmet·미식가) 나쵸콤보'를 선택했다. 더블사이즈 팝콘에 나쵸 및 치즈소스 그리고 음료 두 잔으로 구성된 11,500원 짜리 콤보였다. 영화 1인 표값보다 500원 비싼 가격이었다. 안내 책자의 '기름과 소금 없이 에어팝퍼로 튀기는 수제 팝콘'이라는 문구가 기대감을 더했다.

    일반 매점의 미디움(M)과 라지(L) 사이즈가 보이지 않아 물어보니 사이즈는 스몰(S)과 더블(D)이 끝이란다. 안전을 기하기 위해 맛은 '카라멜 & 치즈 믹스'로 결정했다. 팝콘 앞에 붙는 '고메'의 뜻처럼 '일반 매점과 비교해 얼마나 맛있을지 궁금하다'는 우리의 호기심이 발동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러나 부푼 기대는 주문한 팝콘이 나오자마자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작은 종이 봉투에 반 정도 담긴 '고메 팝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내심 양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예상보다 더 적었다. A업체의 일반 매점에서 라지 사이즈 팝콘에, 구성이 똑같은 나쵸 콤보가 10,500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그래도 비싸니까 맛은 있겠지". '고메'라는 단어에 희망을 건 선배의 한 마디였다. 영화 시간이 임박해 우리는 매점을 뒤로 하고 상영관으로 향했다. 한 알이라도 떨어질세라 1인 표값어치 주전부리를 꽉 품에 껴안고.

    # 4 : 16시 25분 멀티플렉스 영화관 A업체 'SOUND X' 상영관

    영화표에 적힌 시간에 맞춰 들어가니 광고가 한창이었다. 자동차 보험, 이불, 통신사, 식품 등 가지각색의 광고가 10분 가량 쉴틈없이 흘러나왔다. 찰나의 시간이라도 놓칠 수 없다는 듯, 한 유명 탄산음료 광고는 약 5초 간 두 번에 걸쳐 번개같이 지나갔다. 본 광고만 총 15편. 그 중 2편은 개봉을 앞둔 외화 광고가 차지했다. 입장이 시작되자마자 들어온 관객들이 본 광고수는 20편을 거뜬히 넘었으리라.

    광고가 끝나길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하릴없이 휴대폰만 만지작 거렸다. 무심코 본 영화표 맨 마지막 즈음에 '입장지연에 따른 관람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본 영화는 약 10여분 후에 시작됩니다'라는 문구가 보였다. '관람에티켓을 위한 사전입장을 부탁드립니다'라고 이른 입장을 권하는 문구도 이어졌다. 그러나 10여분 동안 광고가 상영된다는 정보는 존재하지 않았다.

    11,000원 가격의 나쵸콤보 세트. (사진=유원정 기자)

     

    그러다 갑자기 잊고 있던 팝콘의 존재가 생각나 봉투를 열어 어림잡아 두세 알을 꺼냈다. 내가 하는 모양을 쳐다보던 선배도 맛별로 각각 한 개씩 꺼내 입에 넣었다.

    그 후로는 영화 시작 전까지 팝콘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선배는 자못 울분에 찬 목소리로 '여기서 고메한 맛이 느껴지냐. 가격은 고매하신데 맛은 고매한지 모르겠다. 일반 팝콘이랑 다른 게 없다'고 중얼거렸고, 나는 내가 자주 쓰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로 대신 답했다. 일반 매점의 나름(?) 착한 팝콘 가격(원가의 8.2배)에 비싸다고 어깃장을 놓았던 지난 시절이 떠오른 탓이다.

    드디어 광고가 끝나고 조명이 어두워졌다. 11,000원으로 산 1시간 52분의 시간 중 10분이 흐른 시점이었다.

    # 5 : 18시 25분 멀티플렉스 영화관 A업체 화장실 앞

    나쵸는 전부 먹었는데 결국 팝콘이 조금 남았다. 선배가 화장실에 간 동안 서서 팝콘을 먹었다. 평소에 이 정도 양이 남았다면 나오면서 쓰레기통에 버렸겠지만 가격을 생각하니 좀처럼 그러기 힘들었다.

    마지막 팝콘 한 알까지 입에 털어넣는 순간, 선배가 물 묻은 손을 털며 걸어나왔다. 시간이 지나 눅눅해진 팝콘은 짜고 달았다. 카라멜맛과 치즈맛이 섞여 있었으니 당연했다. 선배는 팝콘을 우적대는 날 보곤 "그래, 아깝지 아까워. 가루까지 털어먹어라"고 농담섞인 충고를 건넸다.

    공교롭게도 팝콘값이나 영화값이나 모두 통상 가격보다 1,000원을 더 얹어 냈다. 팝콘은 실패했으니, 'SOUND X'의 우수한 음향이라도 느꼈는지 궁금해 질문을 던졌다. 처음 듣는 이야기인듯, 선배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반문을 해왔다.

    "거기가 'SOUND X'라고? 드라마 장르 영화를 왜 'SOUND X'에서 상영하면서 돈을 비싸게 받는지 이해가 안되네. 난 음향 잘 모르겠던데, 넌 뭐 좀 느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영화관이 있는 큰 쇼핑몰은 어느새 주말 나들이를 나온 가족과 연인 그리고 친구들로 가득했다. 몰려드는 인파에 숨이 막혀, 우리는 이곳을 빠져나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팝콘의 짜고 단맛에 쓸려 입 안은 텁텁하고, 속은 더부룩했다. 저녁을 먹기 전에 좀 걷고 싶었다.

    바람을 피해 주머니에 손을 넣자 포인트 적립카드가 있었다. 오늘의 나들이 값은 1,330점. 수입이 제법 짭짤했다.

     

    # 6 : 2월 8일 밤 10시 KBS 2TV 개그콘서트

    집에서 TV를 시청하는데 KBS 2TV 개그콘서트 '도찐개찐' 코너에서 영화 대기업의 횡포를 다뤘다. '팝콘 폭리'와 '과다 광고 상영', '스크린 독점' 등 대형 멀티플렉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개그맨 박성호는 먼저 "요즘 영화관 시설도 좋아지고 데이트도 많이 하고 먹거리도 다양하고 근데 팝콘으로 돈버는 건 도찐개찐"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이종훈은 "1시에 시작인데 10분동안 광고 트네. 도찐개찐"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류근일은 "지들 영화는 많이 틀고 남들 영화는 조금 튼다"며 스크린 독점 문제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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