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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어로'의 숨은 영웅, 디즈니 김상진 감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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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 히어로'의 숨은 영웅, 디즈니 김상진 감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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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맥스는 애플 제품, 고고는 배두나가 모델…공감없는 캐릭터는 무용지물"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의 김상진 캐릭터 디자인 수퍼바이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애니메이션을 키우는 팔할은 캐릭터다. 배우가 감독과 함께 영화의 운명을 책임지듯, 이들 캐릭터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그런 의미에서 김상진 캐릭터 디자인 수퍼바이저는 최근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라푼젤'부터 '겨울왕국'까지 그가 디자인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았고, 디즈니 왕국 또한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새로운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에서 다시 한번 캐릭터들에 숨을 불어넣었다. '빅 히어로'의 숨은 영웅, 김상진 수퍼바이저를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에 소재한 한 호텔에서 만났다.

    알려진 바와 같이, '빅 히어로'는 마블코믹스의 작품을 원작으로 했다. 건강관리로봇 베이맥스(스콧 애짓 분)가 개발자 테디 아르마다(다니엘 헤니 분)의 남동생인 로봇 전문가 히로 아르마다(라이언 포터 분)와 도시를 구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2차원 캐릭터를 3차원으로 구현하는 것은 새로운 작업이었다.

    "캐릭터와 이름 등 원작만 마블코믹스에서 따왔습니다. 처음부터 디즈니가 개발한 이야기도 다르고, (캐릭터) 디자인도 완전히 다르죠. '단순함이 궁극의 정교함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캐릭터를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주인공인 로봇 천재 히로 아르마다다. 이유는 간단하게, 제일 공을 많이 들였기 때문이란다.

    "늘 그렇듯이 메인 캐릭터가 가장 어렵죠. 제일 손이 많이 가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특히 이 캐릭터의 경우는 머리가 그랬어요. 초기 디자인 콘셉트는 굉장히 단순하고 독특한 머리 모양이었는데 CG로 옮길 때 불가능한 부분이 많아요. 그런 부분을 원래 콘셉트를 최대한 살리면서 구현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옷도 말할 것도 없이 공을 들였고, 도전이 많았던 캐릭터였어요".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의 건강관리로봇 베이맥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히로 아르마다와 함께 '빅 히어로'를 책임지는 베이맥스는 애플 디자인의 영향을 받았다.

    "그만큼 어려웠던 것이 베이맥스 캐릭터였어요. 굉장히 단순한 캐릭터인데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그것이 어려운 측면이었죠. 존 라세터(월트 디즈니·픽사 CCO)가 '애플 제품들이 주는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느낌을 넣어보라'고 주문을 해서 애플 제품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 화제가 된 한국인 여성 캐릭터 고고는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배우 배두나 등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초기 디자인을 재미교포 디자이너가 했어요. 한국 선수들이 최고인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의 특징을 따서 처음엔 훨씬 허벅지가 굵고 근육이 많았습니다. 존 라세터가 그 아이디어를 좋아했죠. 제가 참고한 것은 배우 배두나 씨입니다. 외모를 캐리커처 한 것은 아니고, 전체적인 느낌과 배우 특유의 분위기를 참고했어요. 제가 만약 스토리팀에 있었다면 한국과 관련된 재밌는 에피소드를 넣었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고고는 다들 한국인 캐릭터로 생각하고 작업했어요".

    몇 번이나 강조한 것처럼 김상진 수퍼바이저는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단순한 형태를 찾는데 집중한다. 처음 사람의 눈에 들어오는 '실루엣'을 위해서다. 눈을 빛내며 직접 현장에 있던 생수병을 들고 시범까지 보였다.

    "처음 어떤 물체를 봤을 때 딱 눈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실루엣'입니다. 모든 캐릭터는 '실루엣'이 먼저 눈에 들어오죠. 이후에 각자 고유의 특징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캐릭터의 단순한 형태를 찾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의 김상진 캐릭터 디자인 수퍼바이저와 '빅 히어로'의 로봇 캐릭터 베이맥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그는 잘 디자인된 캐릭터와 이야기가 조화될 때, 비로소 캐릭터도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아무리 디자인이 완벽해도 캐릭터가 영화를 통해 관객들과 감정을 나누지 못하면 쓰레기입니다. 아무 소용이 없는 거죠. 제가 만든 캐릭터들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힘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공감가는 이야기에 캐릭터 디자인이 도움이 된다면 '겨울왕국'처럼 좋은 조합이 나오는 것이죠".

    김상진 수퍼바이저는 벌써 20년 간 월트디즈니에 몸 담은 베테랑 캐릭터 디자이너다. 디즈니 왕국의 가장 빛났던 시절부터 암울한 침체기까지 모두 겪어왔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침체기가 굉장히 길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디즈니를 떠났죠. 이전까지 디즈니는 아티스트 중심이 아닌 경영진 중심으로 돌아가는 회사였습니다. 아트와는 무관한 사람들이 회사를 주도해 나가다보니, 아티스트와의 소통이 없었어요. 사실 아티스트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소통이 불가능했던 거죠".

    그러나 존 라세터가 디즈니의 키를 잡으면서 서서히 변화가 일어났다.

    "디즈니와 픽사가 합쳐지고, 함께 경영하게 되면서 변화가 시작됐어요. 애니메이터 출신인 존 라세터가 감독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주고, 제작 과정에서 소통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벽을 허물고, 다른 부서 사람들과도 소통 가능하게 공간적인 부분을 많이 바꾸기도 했어요. 그런 공간에서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소통을 한 것을 바탕으로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입니다. 물론 금방 그렇게 된 것은 아니고, 시간이 걸렸죠. 이제 서서히 그런 결과물들이 보여지기 시작한 것이고요".

    이렇게 고락을 같이 한 디즈니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디즈니가 디즈니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되는 부분이 있어요.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쓰는 것들입니다. 이야기일 수도 있고, 배경의 한 부분일 수도 있어요. 대충 넘어가도 일반 관객들에게는 상관없는 부분일텐데 그것까지도 어떤 논리가 있어야 합니다. 이 부분이 왜 저곳에 담겨야 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을 거치더라고요".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의 김상진 캐릭터 디자인 수퍼바이저와 '빅 히어로'의 로봇 캐릭터 베이맥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다양한 스토리와 시도를 장점으로 꼽기도 했다. 이번 '빅 히어로' 프로젝트 역시 이런 디즈니의 분위기를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었다.

    "마블코믹스를 디즈니가 인수했다고 했을 때 굉장히 흥분했죠. 우리도 마블 캐릭터를 가지고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자고 직원들끼리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것을 돈 홀 감독이 실현화한 겁니다. 디즈니가 가지고 있는 전통의 틀 안에서 항상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려고 시도는 많이 해요. 이후에 '주토피아'라고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나올 예정인데 '주먹왕 랄프', '겨울왕국', '빅 히어로', '주토피아' 이렇게 나열해보면 극과 극을 왔다 갔다 할 정도로 스타일이나 스토리텔링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감독에게 기회를 주기 때문에 시도는 감독의 아이디어에 달린 거죠".

    김상진 수퍼바이저에게는 디자인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라면 불편할 수밖에 없는 핸디캡이 있다. 적색과 녹색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적녹색약'이 그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 때문에 한국에서 미대 진학의 꿈을 접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크게 걸림돌이 됐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요. 큰 장애를 극복하고 인간 승리처럼 묘사되는 부분이 참 그렇습니다. 그래도 제가 혹시 한국에 남아있었다면 지금과 어떻게 달랐을까 생각해보기는 해요. 가고 싶었던 미대에는 가지 못했지만 일하면서 크게 문제가 된 것은 없었습니다. 모두가 각자 작은 핸디캡을 가지고 있죠. 이것 때문에 잠재적인 재능을 계발하는 기회를 아예 주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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