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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선거구제=거대정당 인큐베이터.. '민심' 따로 '의석수' 따로



국회/정당

    소선거구제=거대정당 인큐베이터.. '민심' 따로 '의석수' 따로

    [선거제도 개편 ①] 민심 제대로 반영 못하는 소선거구제

    헌법재판소의 선거구획정 위헌 결정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도를 손질해 우리 현실에 맞는 선거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민의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여야는 오는 2월 중순까지 국회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현행 선거제도를 우선 보완하고 뒤이어 위헌결정이 내려진 선거구 획정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CBS노컷뉴스는 민의수렴의 중요한 수단인 선거제도 개혁 논의의 단초를 제공하고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과 폐해를 집중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해 보는 ‘선거제도 개혁 시리즈’를 마련했다. 그 첫 순서로 12일 ‘절반이 사표(死票), 왜곡되는 민심’을 보도한다. [편집자 주]


    그래픽=김성기

     

    대한민국이 채택하고 있는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는 선거 때마다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 투표가 사표로 전락해 민의가 왜곡되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선거에서 패배하고 난 뒤 심경이 처참했죠, 다들 (제가) 당선된다고들 하니까 막판에 방심을 했던 것 같아요. 방심하지 말 걸 후회도 했죠” 문학진 전 의원의 말이다.

    ◇ 3표차 당락 절반이 사표…왜곡되는 '민의'

    2000년 4.13총선에서 경기 광주군선거구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문학진 후보(새천년민주당)는 16,672표를 얻었지만 단 ‘3표’차이로 한나라당 박혁규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역대 국회의원선거 사상 최소 표차이로 낙선한 사례로 기록됐다.

    박혁규 후보를 지지한 16,675명이나 문학진 후보를 지지한 16,672명이나 같은 유권자이고 동등한 1표의 주권을 행사했지만 박 후보 지지자들은 국회의원을 만드는 결과를 낳았고, 문 후보 지지표는 국회의원직 결정에 아무런 영향력도 미치지 못했다. 투표장으로 나가 주권을 행사했으되 민의 반영의 결과인 의석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표(死票)가 된 것이다.

    19대 총선거에서는 경기 고양 덕양갑에서 통합진보당 심상정 후보가(43,928표) 한나라당 손범규(43,758표)후보를 ‘19대 최소표차’인 170표차로 누르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런 일은 매 선거 때마다 반복되지만 한 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만 국회의원으로 뽑는 제도 때문에 거의 절반에 가까운 민의(표)는 의석결정에 반영할 길이 없다.

    CBS노컷뉴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통계시스템 ‘18대 총선거 개표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지역 48개 국회의원 선거구의 총 투표수 3,701,619표 가운데 47.6%에 해당하는 1,761,003표가 사표였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의석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표인데 그냥 버려지는 표라고할 수 있다. 1개 선거구에서 최다 득표한 1명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의 대표적인 맹점으로, 제도가 시행되는 한 문제점이 개선될 가능성은 없다.

    유권자들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서울 성동구의 유권자 나 모씨는 “소선거구제는 잘 운영돼 온 측면도 있지만 더 많은 민의가 반영되기 어렵고, 과반수에 가까운 반대의견이 수용될 통로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고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성동구의 박정기 구의원은 9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애석하게 낙선한 경우 모두 사표가 돼버리니까 사표방지를 위해서도 석패율제 등의 도입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서승윤씨(서울 중랑구 면목7동)는 “기본적으로 아쉽게 떨어진 분도 아쉬움은 남겠지만 결과에 승복해야 하고 소선거구제 하에서 다른 개선방안을 찾는다면 제도개선에 동의할 수 있다”고 다른 의견을 내놨다.

     


    ◇ 거대정당 키우고 군소정당 발목잡는 소선거구제

    소선거구제 하에서 양산되는 ‘사표문제’를 정당별 득표율과 의석률 차원에서 접근해 보면 문제는 한층 더 심각해 진다.

    총선거 결과 각 정당에 돌아가는 의석수가 유권자로부터 얻은 득표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는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때부터 있어왔고 선거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더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CBS가 지난 13~19대 총선거의 정당별 득표수와 의석수를 분석해 보니 거대정당들은 유권자들로부터 얻은 득표율을 훨씬 웃도는 의석수를 할당받았지만 소수정당들은 득표율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의석을 배분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3대 총선거에서 민주정의당은 33.96%의 득표율을 기록해 87석의 의석을(총 지역구수 224석의 38.8%) 확보했고, 평화민주당은 19.26%의 득표율로 54석(의석률 24.2%)를 얻었지만, 소수당인 신민주공화당은 득표율 15.6%로 27석(의석률 12.1%)을 얻는데 그쳤다.

    역대선거에서 적은 득표로 훨씬 많은 의석을 획득한 대표적인 사례는 15대 총선거의 신한국당(득표율 대 의석률=34.5% 대 47.8%), 16대 총선거의 한나라당(38.9% 대 49.3%) 새천년민주당(35.9% 대 42.3%), 17대 총선거의 열린우리당(41.9% 대 53.1%), 19대 총선거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을 들 수 있다.

    {RELNEWS:right}반면, 득표율에 턱없이 못 미치는 의석을 분배받는 대표적인 정당은 19대 총선거의 통합진보당(득표율 대 의석률=5.99% 대 2.85%), 18대 총선거의 친박연대(3.70% 대 2.45%), 17대의 새천년민주당(7.96% 대 2.06%), 14대의 통일국민당(17.4% 대 10.1%) 등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다름아닌 승자독식의 의석배분방식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특징과 문제점’ 자료에서 “지역구에서 최다득표자 1인만이 선출되고 나머지 후보의 득표는 모두 사표로 처리되는 승자독식의 선거방식에 기인하는 문제다”라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과다한 사표발생은 낮은 비례성의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우리나라의 전체의석 대비 비례의석은 54석 18%수준에 불과해 비례대표제를 통해서도 낮은 비례성을 보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소선거구제는 사표를 과다하게 발생시키고 다수정당에 의석을 집중시키는 경향을 보인데다 고질적인 거대정당 중심주의와 지역주의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꼽히고 있어 제도개선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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