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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인터뷰] "잠든 잠재력, 대학이 깨운다"동서대 장제국 총장

부산

    [노컷인터뷰] "잠든 잠재력, 대학이 깨운다"동서대 장제국 총장

    2015년은 미래형 대학의 원년, 특성화·글로벌화로 인재 육성

    동서대가 미래형 캠퍼스의 일환으로 미리 선보인 미디어아울렛의 모습. 이곳은 현장 실무교육이 가능한 방송콘텐츠제작사, 마케팅커뮤니케이션대행사, 미디어 플랫폼을 실제 회사와 동일하게 구축돼 있다. 학생들은 사원이 돼 직접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 송출까지하며 실무 경험을 익힌다. (사진=김혜경 기자)

     

    ◈ 대학의 길은 적자생존? NO, 대지원망(大志遠望)돼야

    부산 사상구 주례동 동서대 뉴밀레니엄관 3층 동서미디어아웃렛.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총천연색으로 재치있게 인테리어된 공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빨강, 노랑 색깔이 포도송이 같은 전등은 마치 이곳에서 열리는 학생들의 생각 같다.

    투명창으로 된 회의실은 학생들로 꽉 들어찼다.

    학생들은 저마다 사진 스틸컷, 카메라 등을 들고 열정적인 토론을 벌인다.

    기말고사가 끝나 강의실마다 텅 비었을 터, 이곳은 생기가 넘친다.

    분명 강의실인데 '잘나가는' 크레이티브 회사 같은 느낌이다.

    구글까지 8,394km. 뉴욕 타임 스퀘어까지는 11,240㎞. 창의적인 생각의 거리는 무한대라는 이정표가 이곳의 분위기를 대신 말해준다.

    미디어아울렛에서는 '절대 창의적인 생각을 하지 말고, 상상력도 발휘하지 말라'고 주문하는 것이 고역일 것 같다.

    '동서미디어아웃렛'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내현장시스템이다.

    현장 실무교육이 가능한 방송콘텐츠제작사, 마케팅커뮤니케이션대행사, 미디어 플랫폼을 실제 회사와 동일하게 구축해 학생들이 사원이 돼 직접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 송출한다.

    학문 연구의 산실인 대학이 언제부터인가 척박한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길을 걷게 됐다는 푸념이 들리는 요즘.

    이곳의 신개념 강의실은 변하는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한 상아탑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변화를 즐기는 젊은 대학, 동서대학교 장제국 총장을 만났다.

    ◈ 동서대의 키워드는 남들이 하지않는 + 알파, '특성화'

    동서대학교 장제국 총장(사진=부산 CBS)

     

    "갈수록 젊은이들이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들 하죠.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이 사회 제도가 잠자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학생들 하나하나가 누구보다 잘하고 뛰어난 역량이 있다고 믿습니다. 한 존재로 삶을 살면서 꼭 해야 할 소명이 있는 것이죠. 그것을 깨우고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대학의 몫입니다."

    2011년 제7대 총장으로 취임한 장제국 총장(50)은 부산지역 4년제 대학 총장 가운데 가장 젊다.

    이 때문일까 변화에 아주 민감하고, 민첩하다.

    그는 요즘을 '창조의 시대'로 정의하고 현재 강의시스템이 개발도상국형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동서대를 내년 '미래형 대학' 원년으로 선포하고 신개념 강의실, 강의시스템, 커리큘럼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이미 지식은 보편화 돼 있습니다. 어디에나 접할 수 있는 지식을 굳이 교실에 갇혀서 가르칠 필요가 없죠. 게다가 새로운 지식의 수명은 5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대에 앞서가는 플러스알파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미디어아울렛같은 실무형 강의죠."

    최근 동서대는 정부의 대학 특성화 사업에 5개 사업단이 선정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전국 사립대 가운데 세 번째로 많다.

    또, 2단계 현장밀착형 우수대학으로 산학협력 선도 대학 육성사업에 선정됐고, 2013년 산업계 관점대학평가에서 동남권 대학에서 유일하게 '정보통신'분야에 최우수 대학으로 뽑혔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장 총장은 동서대만이 갖고 있는 '특성화'를 꼽았다.

    "부산이 영화도시라고 하지만, 실제로 지역 대학에서 영화, 영상을 전공한 학생들이 충무로에 진출하기 쉽지 않습니다. 부산의 발전방향과 코드를 맞춘 교육이 필요한데 그 핵심이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입니다."

    '책상머리 특성화'가 아닌 실무형 특성화를 위해 임권택 감독을 삼고초려(三顧草廬)한 이야기도 그의 승부사적인 기질을 보여준다.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 아카데미(AFA)교장으로 임권택 감독이 왔을 때, 그 인연을 놓치 않고 일본에서 열린 학회에 임 감독을 초청해 2박 3일간 그를 설득했다고 한다.

    부산이 영화의 도시라고 하지만, 정작 지역에서 영화인을 꿈꾸는 학생들은 자괴감에 빠져있다고 읍소하기도 했다.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은 내년부터 특성화 분야인 디지털콘텐츠 분야와 통폐합해 단과대 체제로 출범한다. 임권택 감독이 직접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혜경 기자)

     

    그 결과 임 감독은 결단을 내렸고,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 재학생들은 이제 충무로에 있는 어떤 영화 현장이든 뛰어들어 실무 경험을 쌓게 됐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은 내년부터 특성화 분야인 디지털콘텐츠 분야와 통폐합해 단과대 체제로 출범한다.

    영화예술산업과 디지털콘텐츠 융합의 시대적 흐름에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해서다.

    동서대의 특성화 시도의 정점에는 디자인 대학이 있다.

    기존의 산업, 시각, 환경, 영상 디자인 등 4개 학과를 통폐합했다.

    이후 커뮤니케이션, 크리에이티브광고 루트 등 8개 루트(인문사회, 경영, IT, 관광, 보건의료, 해양, 건축, 신소재)를 개설했다.

    학생들은 디자인 말고도 정보기술, 마케팅도 함께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시도는 고착화되고, 경직된 사고의 벽을 허물고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동서대의 취지와 맞물려 있다.

    내년 신입생부터는 디자인 과목을 의무강의로 배정해 예술, 영상에 관한 모든 것에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 학문에는 국경이 없다, '글로벌' 대학을 꿈꾸다

    해운대에 자리잡은 동서대 해운대 센텀캠퍼스. 이곳에서는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이 이전해 특성화 수업을 하고 있다. 그밖에 1,126석 규모의 소향뮤지컬시어터도 개관해 초대형 뮤지컬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사진=김혜경 기자)

     

    장 총장은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George Washington University)에서 정치학 학사, 석사를 수료했다.

    이후 미국 시라큐스 로스쿨(Syracuse University Law School )에서 법학박사를, 일본 게이고대학(慶応義塾大学)에서는 정치학 박사를 수료했다.

    해외에서 보낸 값진 경험을 학생들에게 주고 싶어서일까.

    동서대는 미국 호프국제대학(Hope International University, HIU)에 미주캠퍼스를 설립했고, 매년 학생 100여명이 이곳에서 유학생활을 한다.

    또, 아시아 최초로 한중합작대학을 설립하기도 했다.

    중국 중남재경정법대학에 제2캠퍼스를 설립해 애니메이션과 게임, 영상콘텐츠 분야에 현지 학생 300명을 모집하고 있는것.

    이 학생들은 3년간 중국에서, 나머지 1년을 동서대 본교에서 강의를 듣고 학위를 받는다.

    2012학년도에는 동서대 주최로 아시아 17개국 68개 대학교가 모여 아시아 대학 총장포럼을 열어 글로벌 네트워크를 공고히 했다.

    그 결과물로 2015학년 9월부터는 학생들이 아시아 주요 대학 최고의 강의를 쉽게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게 된다.

    바로 아시아판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인 GAA(Global Access Asia)프로그램이다.

    MOCC은 온라인 공개수업으로 웹 기반으로 이뤄지는 상호참여적 교육을 말하는데, 현재 하버드나 스탠퍼드 등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GAA가 시행되면 아시아가 학문을 받기만 하는 수용자에서 적극적으로 생산하는 주체로 바뀌게 된다.

    일단, 미국의 MOCC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아시아지역에 특화된 강좌가 중점적으로 개설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보면 아시아의 위상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감에 차있죠. 일단 세계 인구의 60%가 아시아에 살고 있습니다. 2050년에는 전 세계 GDP의 51%가 아시아에서 발생합니다. 이제 아시아는 젊은이들에게 기회의 땅입니다.지금 학생들이 이 시대에 주역이 되는 겁니다."

    집을 떠나지 않고 유학을 가는(Exchange student without leaving Home)시도가 GAA가 될 것이라는 것이 장 총장의 설명이다.

    장기적으로 GAA를 각 대학의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시켜 수업, 과제제출, 학점인정까지 가능해지면 비용절감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우리나라가 IT분야에서는 최고이지 않습니까? 강의 플렛폼은 동서대 서버에 올려집니다. 첨단 IT기술을 통해 전 세계로 아시아 최고의 명강의들이 발신되는 것이죠. 앞으로 많은 아시아 유수의 대학들이 참여하면 미국의 MOCC를 능가하는 교육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10년전 대학을 졸업한 기자로서는 이같은 프로그램이 신기하면서도 생경하다.

    이같은 아이디어의 원천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는 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교수진과 학생들 덕으로 돌렸다.

    매년 교직원이 터놓고 하는 워크숍을 통해 자연스럽게 브레인 스토밍이 이뤄지고, 실질적으로 아이디어가 구현되도록 방향과 힘을 실어주는 것이 총장의 몫이라는 것.

    그 정점에는 열심히 따라와 주는 학생들이 있다.

    "저는 SNS를 통해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인데, 어떤 학생은 뜬금없이 어느 건물 몇 층 화장실에 화장지가 없다는 쪽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그 정도로 학생들이 저와 소통하는 것이 편안하다는 것인데. 저는 학생들의 솔직함, 자연스러움이 좋습니다. 하나하나의 잠재력을 이곳에서 깨울 수 있도록, 자신이 이 시대에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얼여 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계속 시도하고, 실험하고, 만들겁니다."

    동서대는 올해 취업률(나 그룹, 졸업자 2,000여 명 이상~3,000여 명 미만)에서 전국 8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부·울·경 1위를 차지했다.

    2015년 수시 최종 등록도 합격자 1,924명 가운데 97.4%인 1,874명이 등록해 무려 6.6%나 껑충 뛰어 부산지역 4년제 대학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머무름이 주는 편안함을 거부하고, 아주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당연한 학내 구성원들이 이룬 결과다.

    인터뷰가 말미에 높이 50㎝짜리 유리통 속에 가둬 둔 벼룩이 떠올랐다.

    벽에 한번 부딪힌 벼룩은 뚜껑이 열려도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위축되게 만들어, 잠재력을 발현하지 못하게 만드는 유리통을 부숴주는 것.

    지나친 경쟁으로 주눅 든 청춘들이 어느 방향이든 뻗어나갈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대학의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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