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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매입 과정에서 국가에 9억여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청와대 관계자들을 유죄로 판단했음에도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이들의 범행에 여러 가지 참작할만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천대엽 부장판사)는 1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인종(68) 전 청와대 경호처장과 김태환(57) 전 경호처 행정관에 대해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면서 이번 사건에서 이 대통령의 책임을 에둘러 지적했다.
재판부는 먼저 김 전 처장과 김 전 행정관에 대해 "피고인들이 전혀 합리성이 없는 자의적인 방법으로 분담액을 정함으로써 감정평가결과에 따라 분담액을 정하는 적법절차를 따랐을 때보다 9억여 원 이상의 재산상 손해를 국가에 끼쳤다"며 이들의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또 "국민 전체가 부담하는 예산을 사용할 때는 엄격한 절차를 지킬 필요가 있다"며 "예산운용 담당자가 국가예산을 오용하고 남용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양형이유를 설명하면서 피고인들의 정상을 참작할 만한 사유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당초 대통령의 퇴임 후를 대비한 경호부지의 매입 업무만을 맡아오던 경호처가 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따라 '전례 없이' 사저부지 매입이라는 사적 업무까지 맡아 일괄 처리하고자 양 부지를 일괄 매입하는 바람에 생긴 일"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두개 부지를 일괄 매입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각 부지의 매입대금의 분담에 따른 이해관계 조정절차가 필요하다"며 "이 절차에서 준수돼야 할 법령을 규정 취지에 대한 무지 내지 몰이해와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 등을 이유로 위반한데서 (사건이)비롯됐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평생을 군인 등으로 지내온 피고인들로서는 그 부분 전문성이 없어 무지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 등으로 법령의 취지에 맞지 않게 처리할 위험성이 있음을 쉽게 예견할 수 있다"면서도 "그에 대한 보완조치 없이 상호 이해관계가 충돌될 수 있는 공적 업무와 사적 업무를 일괄 위임한 뒤 피고인들의 독단적 판단으로 이를 처리하게 방치한 데도 책임의 일단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건의 1차 책임은 국가예산 집행과정에서 법령을 위반한 피고인들에게 있지만, 이 대통령 또는 청와대가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BestNocut_R]
재판부는 특히 "국가입장에서는 법령의 규정을 무시하면서까지 사저부지와 경호부지를 일괄 매입해야 할 법적 근거도 불가피한 사정도 없었다"며 "반면 사저부지 매입자인 이시형은 40억 원 이상의 국가예산이 없었다면 사저부지를 매입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데다 부지의 선정 및 사저부지와 경호부지의 구분 등은 이시형 측에 현저히 유리하게 이뤄져 전체적으로 이시형 측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이뤄진 거래로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