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한라솜다리'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월-금>
한라솜다리
눈 덮힌 알프스하면 대부분 에델바이스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에델바이스를 닮은 한라솜다리라고 하는 꽃이 한라산에도 있다고 하면 의아해 하는 분이 많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쉽게 모습을 볼 수 없는 꽃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 자라는 '우리꽃' 들이 서양에서 들어온 꽃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클 것입니다. 추위를 이겨내며 한라산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꽃을 피우는 한라솜다리는 들꽃의 여왕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듯합니다. 한라솜다리는 국화과의 다년생 풀꽃으로 한라산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입니다. 그래서 학명도 Leontopodium hallaisanense입니다. 개체 수뿐만 아니라 자생지도 2~3곳밖에 되지 않아 멸종위기 2급 식물로 지정될 정도로 귀한 몸입니다. 키는 다 크면 한 뼘 정도 밖에 되지 않고 검은빛을 띤 황색의 꽃을 피우는데 여름이 한창인 7월 중순에 피기 시작하여 보름 8월 초순까지도 볼 수 있습니다. 줄기 끝에 꽃이 달리고 바로 아래의 꽃잎처럼 보이는 포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솜다리 종류에는 한라솜다리 외에도 설악산에 자라는 솜다리, 산솜다리와 백두대간의 소백산 이북 지역에 자라는 왜솜다리 등이 있습니다. 한라솜다리는 발을 돌리면 아찔할 정도로 가파른 백록담 절벽을 삶터로 정했습니다. 풀들이 자라기는 하지만 높은 바위가 굴곡져 있어 바람이 많고 시시각각 안개에 휩싸이기 때문에 겨울 뿐만 아니라 꽃이 피는 여름까지도 추위가 느껴지는 곳입니다. 그래서 바람의 영향을 덜 받기위해 키를 작게 하고 추위를 이기기 위해 꽃을 제외한 줄기, 잎 등 몸 전체를 흰색의 솜털로 무장했습니다.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오랜 세월을 견디어 내며 꽃을 피워서 그런지 한라솜다리에게서는 고상한 품격과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한라솜다리1
그리고 한라솜다리는 꽃가루받이를 위해서도 어려운 환경에 잘 대처하는 듯합니다. 우선 한라산의 곤충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는 시기인 7월 중순에 꽃을 피워 꽃가루받이를 쉽게 하려 합니다. 그리고 보통 국화과 식물들은 작은 꽃들이 모여 있지만 전체적으로 하나의 꽃이 달려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한라솜다리는 같은 국화과 식물이지만 줄기 끝에 암술과 수술이 있는 작은 꽃들로 하여금 작은 꽃차례를 만들고 다시 5~8개의 작은 꽃차례가 모여 줄기 끝에 하나의 큰 꽃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이것은 실제로 작은 꽃들이지만 곤충들의 눈에 잘 띄게 하려는 전략입니다. 더욱이 꽃차례를 싸고 있는 포엽도 흰털로 가득하여 곤충을 불러들이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것은 춥고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까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아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한라솜다리는 꽃으로 날아든 곤충의 도움으로 능률적으로 많은 꽃에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솜다리속 식물들을 '산악인의 꽃'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높은 산을 힘들게 올라 숨이 턱턱 막혀오는 순간에 꽃을 보는 일은 산사람들에게는 어려움을 잊게 하는 기쁨이고 희망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힘든 순간만큼 다시 생각나게 하는 추억도 없습니다. 그래서 솜다리의 꽃말이 '고귀한 사랑' 또는 '중요한 추억'입니다. 그러나 산사람들에게 순수하고 고귀한 대상인 솜다리가 국내에서는 에델바이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솜다리류가 에델바이스와 같은 솜다리속(Leontopodium) 식물이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종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솜다리를 에델바이스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한국에도 에델바이스가 있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솜다리가 수난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산행을 기념하는 의미로 압화나 소품으로 이용되면서 많은 개체수가 자생지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요인도 한 몫을 했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한라솜다리도 별반 다르지 않아 겨우 명맥을 유지할 정도로 자생지와 개체수가 적은 편입니다. 그러나 멸종위기식물로 지정하여 법으로 보호를 하고 있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복원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노력에 비해 결과가 녹녹치 않지만 한라산 정상에 가면 누구나 볼 수 있는 한라솜다리를 기대해 봅니다. 며칠 날씨가 포근하더니만 어제는 생태숲에 눈발이 날릴 정도로 다시 추워졌습니다. 이런 날씨에 한라솜다리가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추운 곳에서 자라는 꽃이어서 그럴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높고 험한 바위틈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삶이지만 아무데서나 자라지 않는 자존심이 강한 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의 과정을 이야기라도 하려는 듯 신비한 모습의 꽃을 피워냅니다. 한라솜다리를 보면서 어렵다고 스스로를 낮추고 쉽게 포기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