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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일한 것도 주시면 안돼요?"
"소년원 갔다온 놈이라면서, 이것들이 진짜... 왜? 영치금 넣어주게? 재수 없으니까. 빨리 가!"
극중 소년원에 다녀온 주인공, 지구는 주유소에서 일을 하다 폭행 사건 때문에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갔다. 자신의 월급을 받고 지구의 것까지 달라는 지구의 여자 친구에게 주유소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영화는 소년원에서 보내게 되는 어두운 시간을 거쳐 세상에 나왔을 때 그보다 더 혹독한 현실을 마주해야만 하는 주인공을 통해 소년 범죄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 영화 <범죄소년> 서울 보호관찰소 학생 200여명 시사회에 참석해 범죄소년>3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휘경2동 서울 보호관찰소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 제작한 영화 '범죄소년' 특별시사회가 열렸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년원과 보호관찰소에서 영화 시사회를 하고 배우, 감독과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후 서울 보호관찰소 시사회에는 서울 소년보호관찰소, 동부 보호관찰소 등 22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해 영화를 봤다.
사춘기의 학생들답게 주인공과 여자친구의 애정장면에서 학생들은 킥킥댔다.
또 주인공이 13년만에 만난 엄마에게 비밀을 말하다 막무가내로 맞는 장면, 엄마 친구에게 또 엄마가 버리고 갔냐는 우려섞인 말에 왜 자신의 엄마를 흉보냐며 욕을 할 때 학생들은 박장대소를 했다.
A(19)군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주인공에게 공감이 돼 굉장히 집중해서 봤다"면서 "재밌다기 보다는 어떻게 보면 너무 주위 친구들 이야기인 것 같아 슬펐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사회 이후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강이관 감독은 "여러분들이 '거울'을 보듯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효과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영화는 감독이 4개월 동안 소년원을 중심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을 만나고 난 뒤 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촬영도 실제 경찰서, 소년원, 서울보호관찰소에서 직접 했다.
강 감독은 "소년원에서 아이들을 만나기 전 엄청난 범죄자들이 모여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이들이 평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엽기적인 강력 범죄를 저지른 극소수의 청소년이 아니라 그저 그런 범죄를 저질러 재판을 받고 소년원을 들락거리는 대다수의 범죄소년들에게 주목했다"고 강조했다.
전국 소년원은 11곳, 그 곳에 수감된 인원은 총 1,225명이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극악한 소년 범죄자에 해당하는 이들은 그 중 20%. 나머지 80%에 해당하는 소년들은 절대적 빈곤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단순 절도, 폭력을 반복한 이들이다.
하지만 그렇게 6개월, 1년을 소년원에서 살고 나오면 사회는 그들을 성인 전과자와 같은 범위의 인간으로 취급하고 갱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
시사회에서 만난 보호처분을 받고 있는 학생들도 유사한 이야기를 했다.
B(18)양은 "이 영화를 우리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면서 "한 번 죄를 저지른 것에 대한 죗값을 치룬 후 그에 대해 지속적으로 차별하는 시선이 있는데 그것을 거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B양은 또 "너무 가난해서 저지른 죄를 용서해달라는 게 아니고, 우리에게도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C(19)군은 "보호관찰 받는 것을 부모님 친구들이 다 아시기 때문에 부모님이 친구들 모임도 안간다. 나도 추석에는 친척들을 보러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마지막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여러분들이 '나는 주인공보단 낫지'라는 생각으로 파이팅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범죄소년 법률적 정의 :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으로서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자를 말하며 형사책임을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