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종교단체의 주선으로 한국으로 시집 온 일본인 여성 A(52)씨는 지난달 21일 강원 춘천시 효자동의 한 아파트 안방에서 잠자고 있던 남편(51)의 얼굴을 수건으로 눌러 질식사 시켰다.
결혼 생활 17년 동안 기초수급자로 살면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고 알콜중독자였던 남편의 병간호와 폭언을 견디다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는 베트남 여성이 결혼생활 두달만에 강원 정선에서 정신병과 우울증을 앓는 남편 엄모(49)씨에게 살해 당했고 지난 6월 강원 철원에서는 10여년의 결혼 생활동안 4명의 자녀를 두고 살았던 중국 여성이 술 취한 남편 현모씨(43)의 폭력에 목숨을 잃었다.
생활고와 가정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강원도내 결혼이주여성들의 상황이 심각하다. 결혼이주 여성들의 인권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여성가족부 산하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의 강원도내 연도별 상담실적을 살펴보면 2009년 590건이었던 상담건수가 2010년 1천 90건, 2011년 1천 29건으로 최근 2년사이 2배 정도 증가했다.
상담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주 여성들은 목조름, 사정없이 때림, 습관적으로 때림, 흉기로 위협, 강금, 쫓아냄 등 '물리적 폭력'(66.68%)에 가장 많이 시달리고 있었으며 모욕, 무시, 협박, 의처증, 신분증 뺏기 등 '정서적 폭력'(20%) 에도 괴로워 하고 있었다. 이어 경제적 유기에 해당하는 생활비를 주지않거나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7.19%로 집계됐다, 강원도내 다문화 이혼건수도 2008년 228건, 2009년 250건, 2010년 296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모경순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장은 "언어와 문화 나이 차이로 인한 부부 갈등과 동남아 여성에 대한 하대의식이 폭력과 이혼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여기에 "서울이나 경북 등은 외국인 여성들이 많이 분포되어 살고 있어 이주 여성에 대한 의식이나, 홍보, 교육이 잘 되어 있지만 강원도는 아직까지 여성이주민이 살 수 있는 환경적인 요인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지역주민들과 지자체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는 수원, 대전, 광주, 부산, 경북구미, 전북전주에 설치돼 전화, 방문상담을 하고 있으며 강원도에는 센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