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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과 상생 길 여는 공정여행 알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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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인과 상생 길 여는 공정여행 알리미"

    Interview ㈜트래블러스맵 대표이사

    최근 몇 년 새 '공정(fair)'이란 말이 유행처럼 쓰인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만큼 공정하지 못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여행도 책임 있고 공정하게 하자는 바람이 분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듯 이뤄지는 패키지여행의 폐해가 곳곳에서 불거지면서다. 여행지의 경제와 자연을 살리면서 문화도 존중하는 여행, 이른바 공정여행이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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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여행을 쉽게 이해하려면 우리가 친구 집에 갈 때 어떻게 하는 지 떠올리면 됩니다.

    그곳 상황을 미리 알아보고 작은 선물도 준비하겠죠. 간단한 인사말도 생각하고 집안 분위기에 맞춰 행동도 조심스럽게 할 겁니다.

    이런 작은 노력이 공정여행의 첫걸음이죠." 변형석(41) ㈜트래블러스맵 대표이사는 여행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특별한 계기라고 말했다.

    대안학교인 하자작업장학교에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뼛속 깊이 새긴 지론이다.

    "당시 학습에 여행을 폭넓게 활용했어요. 지역민에게 그곳의 역사 문화를 듣고 대중교통과 민박을 이용하면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려 했죠. 그러면서 교실 안에서는 해결하지 못하던 학생들의 갈등, 의욕 상실 같은 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렸어요. '좋은 여행이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믿음을 갖게 됐죠." 그래서 변 대표는 공정여행의 확산에 보탬이 되기로 마음 먹었다.

    공정여행사인 트래블러스맵과 모든 교육 과정을 여행으로 채운 대안학교 로드스꼴라의 설립을 주도해 2009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 둘은 유기적으로 연결됐어요. 로드스꼴라는 매년 15~20명의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데, 3년차에 트래블러스맵의 인턴 과정을 거칩니다. 트래블러스맵은 자아 실현의 장입니다. 로드스꼴라 졸업생들이 자신의 삶과 깊숙이 연결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그는 트래블러스맵의 공정여행 상품이 갖는 사업성을 확신했다. 대형 여행사의 패키지여행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행의 참 가치를 알려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변 대표에 따르면 패키지여행은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만 남아 있는 관광 형태다.

    대규모 인원이 움직이다보니 이들을 수용할 큰 시설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시설이 현지인의 것일 리 없다. 그래서 여행객들이 쓰는 돈은 대부분 타지로 빠져나간다.

    관광지가 되니 물가는 오르고 저임금 일용직으로 일하는 현지인들의 생계는 더욱 빠듯해진다.

    거리에는 쓰레기가 넘쳐난다. 여행객이 아무리 많이 와도 현지인들이 이익을 볼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현지 관광 시장을 타지 자본이 장악한다는 거죠. 캄보디아의 경우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 식당을 여행 코스로 잡다보니 현지인과 만날 기회가 없어요. 현지인 가이드가 4000명인데, 한국인 가이드 1000명이 한국 관광객을 독점합니다. 그렇다보니 한국 여행사나 여행객에 대한 주민 불만이 높죠. 국내 여행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아요. 여행사가 대절한 버스를 아침 일찍 타고 관광지에 도착하면 점심 먹기 전 그곳을 나와요. 그리고는 가이드가 안내하는 쇼핑 센터로 향하는 식이죠. 패키지여행 상품과 같은 대량 관광의 폐해입니다."

    트래블러스맵은 여행 인원을 15명 내외로 꾸린다.

    규모가 작으니 현지 마을에 숙소를 잡고 대중교통으로 움직인다.

    트럭을 타고 아프리카의 야생과 문화를 체험하는 여행, 오랑우탄·말레이곰·돌고래 등 멸종위기 동물을 구하고 돌보는 여행 등은 의식 있는 여행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물론 모든 여행 상품은 여행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

    "인원이 적다보니 여행객 사이에 소통도 잘되고 정도 많이 쌓여요. 캄보디아의 현지 마을에 머문 여행객들은 앙코르와트 사원보다 더 인상적이라고들 말하죠. 지금은 2, 3명 단위로 여행을 하는 상품이 자리를 잡는데 힘을 쏟고 있어요. 대형 여행사들도 소규모 개별여행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개별 공정여행으로 차별화를 꾀해야죠." 변 대표는 사회적 약자의 여행 권리까지도 공정여행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다.

    "여행 기회의 공정함을 보장하자는 거죠. 장애인을 위한 여행의 경우 복지관광이란 개념이 있지만 시혜적인 느낌이 너무 커요. 공정여행 등을 추구하는 업체 10여 곳이 모여 만든 (사)지속관광네트워크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데, 자문 교수님들의 도움으로 공정여행의 이론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는 여행자들이 트래블러스맵의 공정여행으로 꼭 얻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

    여행지 주민의 생활을 이해하려는 의지와 그들의 삶이 우리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공감대 말이다.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언어 장벽이죠. 여행지 주민에게 인사 한 마디만 던져도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이런 걸 주저하니 현지인의 삶 속으로 못 들어가요.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자기 머릿속의 나라만 보게 됩니다. 다른 세상의 평화로운 삶을 보고, 그것이 지켜져야 한다고 느끼고 돌아온다면 어떤 식으로든 공감대가 만들어집니다. 자신의 인생은 물론 여행지에서 만난 주민의 인생까지도 바꿀 수 있는 진짜 여행을 하는 거죠."

    트래블러스맵이 제안하는 공정여행 Tip
    ▶ 지역 경제를 살리는 여행 공정무역 상품을 사거나 지역산물 판매처를 이용한다.

    현지민이 운영하는 숙소와 식당을 이용한다.

    현지민이 운영하거나 공정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체험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한다.

    지역 생산품으로 생산된 먹거리를 이용한다.

    ▶ 환경을 보호하는 여행 개인용 물통, 컵, 수저, 손수건 사용으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줄인다.

    화석, 상아, 산호 등 자연유산이나 멸종위기종을 재료로 한 기념품을 사지 않는다.

    삼푸, 비누 등 화학세제의 사용을 줄인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

    ▶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 지역 전통음식을 먹어보고 문화 체험 활동에 적극 참여한다.

    여행지의 언어를 익히고, 문화 역사 경제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갖는다.

    동물을 혹사 시키는 투어에 참여하지 않는다.

    문화유산을 훼손하지 않는다.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고가의 물건 사용을 자제한다.

    ▶ 지역민과 만나는 여행 사진 촬영 전에 반드시 허락을 구한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을 준비한다.

    지역 문제 해결에 노력하는 지역단체에 기부나 지원을 한다.

    아동 노동 착취 혹은 성매매 투어를 하지 않는다.

    오랜 기간 지역에 머무는 여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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