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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지원자의 10명 중 7명은 서류 전형에서 '빛의 속도로 탈락한다'는 이른바 '광탈 시대'. 대학 1학년 때부터 어학, 자격증, 인턴 등 스펙 쌓고 취업 전문 컨설턴트에게 하드트레이닝까지 받아도 입사 관문 뚫기는 바늘구멍이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안개 속 같은 구직전선에 뛰어드는 대학 졸업반 학생들. 입사 문턱에서 번번이 미끌어져도, 오늘도 새벽까지 눈이 시큰거리도록 자기소개서를 쓴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다니는 이 모군(28·4학년)의 취업일기를 슬쩍 들여다봤다.
모니터만 일곱 시간 들여다봤다.
두 눈이 시큰거린다.
리포트 쓰고 자기소개서까지 썼더니 벌써 새벽 3시. 내일 서류 마감인데 아직 끝내지 못했다.
올해 지원한 기업이 벌써 10군데나 된다.
3군데는 발표가 났는데 벌써 1곳은 2차 인적성시험에서 떨어졌다.
그래도 3군데 모두 1차 서류에서는 통과했다.
다음 주에 나머지 두 기업의 2차 시험을 봐야한다.
기업마다 인적성 문제 유형이 달라 문제집을 따로 봐야한다.
작년은 정말 힘들었다.
하반기에만 30곳 정도 지원했었다.
돌이키고 싶지 않지만 서류에서도 떨어진 곳도 많았다.
3학년 때 취업동아리에 가입해서 들었던 '광탈'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지원자의 70% 정도는 서류에서 떨어져 '빛의 속도로 탈락한다'고 해서 생긴 말이 광탈이라고 했다.
광탈을 경험하고 나니 고등학교 때 이과를 안 간 것이 너무나 후회됐다.
문과는 취업문이 '바늘구멍'이다.
서류 탈락은 그나마 양반이다.
면접 탈락은 자신감과 의욕 상실로 이어진다.
면접에서 떨어지는 것은 기업의 인재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할 것이다.
그런 부분을 짧은 시간에 극복할 수 있을까. 안개 속 같은 구직 전선에서 내가 과연 취업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1학년 때부터 취업에 관심이 많았다.
스펙 쌓는데도 도움일 될 것 같아 1학년 때는 해외 탐방 공모전에 참가해 인도에 다녀왔다.
미국에서 1년 동안 어학연수도 하고, 미국 NGO에서 인턴도 했다.
영문과에서 4년간 영어 공부한 것까지 합하면 영어에 관한한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변엘 보니 원어민 수준인 대학생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다.
3학년 때는 취업 동아리에 들었다.
인턴 활동도 미국에서 한 것을 포함해 모두 3번이나 했다.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취업 전문 컨설턴트에게 여러 차례 지도도 받았다.
자기소개서를 첨삭받았고 면접 요령도 숙지했다.
최근에는 취업설명회를 열심히 찾아다니고 있다.
채용 숫자와, 전형, 기업 문화 등 일반적인 정보뿐이어서 별 영양가는 없지만 그래도 취업에 한 발 다가섰다는 위안을 받는다.
요새는 부모님도 같이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전형 발표날이 되면 나보다도 더 예민해지신다.
취업낙오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데이트의 즐거움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대기업에 몰려드는 취업 경쟁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깔때기가 생각난다.
각자 다양한 삶을 살던 대학생들이 학년이 올라가면서 '취업'이라는 깔때기 속으로 수렴되는 것 같다.
그 깔때기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취업과 무관한 어떤 삶은 의미 없는 것이 된다.
내게 맞는 일을 찾는 것보다 단지 '취업여부'가 20대의 성공 여부가 됐다.
이번 상반기에는 무조건 취직해야한다.
하반기에는 대선이 있어서 취업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조기졸업을 위해 마지막 학기임에도 불구하고 20학점을 신청했다.
오늘 하루도 찰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