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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에게 부산역에서 나가라고 하는 건 죽으라는 소리와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계속 구석으로 내모니까 범죄 같은 극한 선택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21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에서 만난 노숙인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코레일이 서울역에서 노숙인들을 내쫓는다는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다 보니 아직 서울역 강제퇴거 소식을 접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코레일은 하루 30만 명의 국내외 고객이 이용하는 서울역에서 고객 민원이 급증함에 따라 혹서기를 피해 22일부터 노숙인들이 야간에 역에서 잠자는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부산역 대합실 TV나 신문 등을 통해 서울역 강제퇴거 소식을 접한 노숙인들은 부산역에도 비슷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부산역 광장 벤치에서 만난 김모(51) 씨는 "서울역 사람들 다 내치고 나면 부산역에서도 노숙인들을 쫓아낼까 봐 불안하다. 갈 곳 없는 우리에게 여기서 당장 나가라고 하는 건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쫓아내면 또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철새 생활을 시작하는 거지 뭐…"라고 한숨을 쉬었다.
최모(여·64) 씨도 "경남 함안 한 교회에서 숙식을 해결하다 녹내장 치료를 받으러 일주일 전에 부산으로 내려왔다. 병원비가 비싸 치료도 받지 못하다가 이제야 치료받게 됐는데 부산역에서 내쫓기면 어떡하나"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일부 노숙인들은 취재진이 말을 걸자 "우리를 쫓아내려고 왔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역 퇴거 조치 전에 미리 부산역으로 자리를 옮긴 노숙인들이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실제로 부산노숙인상담보호센터가 지난 19일 조사한 결과 부산역 노숙인들이 평소보다 20~30명 많은 80명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노숙인상담보호센터 안정옥 센터장은 "여름에 서울이나 각 지역 노숙인들이 부산으로 많이 오기 때문에 서울역 퇴거 조치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코레일 부산경남본부는 "부산역에서 노숙인을 강제퇴거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부산역으로 서울지역 노숙인이 모여드는 게 사실이라면 본사·부산시와 협의해 별도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숙인 관련 단체들은 이 같은 방침에도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노숙인쉼터인 '부활의 집' 김홍술 목사는 "선례를 봤을 때 부산이나 다른 지역으로 퇴거조치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조만간 코레일의 조치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신문 박정민 김화영 기자 / 노컷뉴스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