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경남 지역 대부분 초.중학교에서 다음달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를 대비해 강제 보충수업을 하는 등 교육 파행이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시장화 저지를 위한 경남교육연대는 20일 경남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한 달 동안 경남 초등학교 88곳과 중학교 58곳을 대상으로 교육 파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초등학교 88곳 가운데 25곳은 0교시가 시행되고 있었다. 0교시 수업 때문에 초등학생들이 중학교와 비슷한 오전 8시-8시30분 등교가 이뤄지고 있었다.
71곳은 일제고사 대비 방과 후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이 중 31곳은 6월 이전에 교과 진도를 끝내고 일제고사를 대비한 문제풀이식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때문에 하교 시간도 24곳은 오후 4시, 2곳은 오후 5시, 심지어 오후 6시 이후에 하교하는 학교도 무려 6곳이나 조사됐다.
실제 거제의 한 초등학교는 오전 8시 등교해 부진 학생을 중심으로 오후 6시까지 문제집 풀이를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학교 예산으로 구입한 문제집 풀이를 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중학교의 경우 조사 대상 58곳 가운데 15곳이 0교시 수업이 실시되고 있으며, 55곳은 방과 후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가운데 25곳은 8교시까지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업 형태는 대부분 일제고사를 대비한 교과 중심의 강제 보충수업 형태였다. 심지어 밤 9시까지 자율학습을 하는 학교도 다수 조사됐다.
실제 양산의 한 중학교는 전원이 7교시 방과 후 수업을 교과 과목의 학력 향상 위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일제고사 대비 문제집을 전 학생에게 배부해 기말고사 후에는 수업시간에 문제집 풀이가 진행되고 있었다. 심지어 점심시간도 쪼개어 자율학습을 실시하기도 했다.
교육연대는 "도내 초등학교 527곳, 중학교 274곳 가운데 시간과 인력 부족으로 143곳만 조사했지만 나머지 학교에서도 교육 파행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며 "7월 12일 일제고사가 다가올 수로록 파행 정도는 현재보다 더 심각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사교육이 없는 학교, 교육복지우선투자학교, 학력향상 자율학교 등의 시범 학교에서 가장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교육연대는 밝혔다.
교육연대는 "엄청난 지원금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일제고사에 대비한 보충수업에 쓰이고 있다"며 "도민의 세금으로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커녕 교육과정 파행을 부추기는 데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파행은 학교간 경쟁을 통해 등급을 매기고 교사에게까지 차등 성과급으로 지급하려는 교과부의 정책에 기인하는 것으로 교육연대는 보고 있다.
올해 신설된 학교별 성과급 등급 산정 기준 지표에 초등은 '방과후 참여율', 중등은 '학업성취도 향상도'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학교 알리미에 학교별 성적이 공개되기 때문에 학교간 경쟁은 더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교사 성과급 역시 학생들의 일제고사 성적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교육연대는 "경남교육청이 학업성취도 평가 항목을 상향 조정해서 이를 시.군교육지원청, 학교, 교사 평가로 활용해 학교를 성적 지상주의에 물든 죽음의 경쟁을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연대는 "점수에 의해 서열화되고 그로 인해 꿈을 포기해 버린 아이들의 현실 속에서 그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겠냐"며 "경남교육청은 학교 실태를 조사해 파행 운영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