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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잇단 자살’ 카이스트에 눈가리고 입막는 '서약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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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단독] ‘잇단 자살’ 카이스트에 눈가리고 입막는 '서약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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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증선 부모까지 ‘연대 책임’ 형식에 자기검열 불가피…실제 제재로도 이어져

    서약서
    창의적인 사고와 배우고 깨달아가는 기쁨은 우리 예비 과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사관학교와 같은 고압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과학의 요람 카이스트 학생들은 배움의 의지마저 잃고 있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내홍을 앓고 있는 카이스트 사태의 본질에 경쟁 구도를 조성하는 징벌적 등록금제가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열린 지성으로 사회와 학교에 비판적 견해를 밝힐 기회조차 봉쇄 당한 '감옥 같은 구조'가 근본에 깔려 있다.

    특히 입학하는 모든 학생이 무조건 작성해야 하는 황당한 서약서는 학생들의 눈을 가리고, 입을 막는 무기가 되고 있다.

    # 입 막고 눈 감게 만드는 '서약서'

    "본인은 KAIST 재학 중 학칙 및 제 규정을 성실히 준수하고 교내외 활동에 있어서 학교의 승인을 받지 아니한 집단행위 등 학생 본분에 어긋난 행동으로 우리학교의 명예를 손상했을 경우에는 어떠한 조치도 감수할 것을 보증인 연서하여 서약합니다"

    카이스트 학생들은 입학할 때 신입생 안내문에 동봉된 이같은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을 한다. 그 아래에는 보증인의 주소와 성명, 주민번호와 관계도 적어 넣는데, 통상적으로 부모가 보증인이 되어 연대 책임을 지는 형식이다.

    문제는 이렇게 서명하고 나면 입학한 학생들은 모든 학내 활동에 대해 '자기검열'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자칫 해를 입을까 두려워진 학생들은 교내외 집회나 행사에 참가하는 걸 꺼리게 되고, 수동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2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별도로 서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불쾌했고, 이런 식으로 학생을 억압하는 학교에 들어가야 하나 고민했다"고 처음 신입생 안내문에 첨부돼 발송된 서약서를 손에 쥐었을 때의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헌법에서도 보장된 자유를 초중고등학교도 아니고 대학교에서 막고 있다는 건 심각한 일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카이스트측은 서남표 총장 취임 전부터 해오던 전통이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서약서에 서명하는 상황이라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한 카이스트 입학 관계자는 "학생 본분에 정치적인 활동을 해서는 안 되는 게 아니겠냐. 직원이나 교수도 계약 할 때면 소속 기관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서약서를 제출하는데 학생들에게 의례적으로 서약서를 걷는다고 해서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약서는 입학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이 서약서가 학생들의 창의력과 비판정신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라는 데 대다수의 학생들은 동의한다.

    # 학칙에도 학생 활동 제약 명시...실제 제재로도 이어져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학교측이 학생들의 정치 활동을 제약하는 수단으로 서약서만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이스트 학칙 59조만 해도 허가 없이 집단적 분위기로 수업을 방해하거나 심하게 면학 분위기를 파괴하는 자는 징계 대상이 된다고 적혀 있다.

    학생들은 카이스트 내 동아리, 가등록 동아리, 자발적 소모임, 과동아리, 학과 동아리 70여개 가운데 '정치색'을 띤 동아리가 단 한 곳도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런 제약 조건은 실제로 강제 조치로도 이어진다. 지난해 여름 '4대강 저지를 위한 카이스트 네트워크'가 전문가를 초빙해 열기로 했던 4대강 토론회도 학교 측의 거부로 외부로 옮긴 뒤에야 열릴 수 있었다.

    지난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카이스트 참가단'으로 참석한 학생은 위신 손상을 이유로 징계 경고를 받고 주기적으로 감시를 받았고, 2009년 말에는 한 학생이 한 인터넷 포털에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과 학교의 횡포를 고발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가 학교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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