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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칼슘도 못 뿌리고…" 폭설에 숨죽인 쪽방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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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염화칼슘도 못 뿌리고…" 폭설에 숨죽인 쪽방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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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아카시아 마을' 사람들 힘겨운 겨울나기

     

    27일 밤부터 28일 아침까지 이어진 기록적인 폭설에도 불구하고 쪽방촌에는 제설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28일 판자집 100여가구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울 관악구 신림 12동 아카시아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10cm가 넘는 폭설때문에 종일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빙판길 사고와 몰아칠 추위에 대한 걱정탓인지 주민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주민 대부분이 60대 이상 고령자여서 눈을 치울 사람이 없는데다 눈이 골목에 얼어 붙게되면 꼼짝없이 빙판길 사고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3년 전 외아들을 사고로 먼저 보낸 뒤 아카시아마을에서 혼자 살고 있다는 김점례(89)할머니는 눈길에 넘어져 온 몸이 시퍼렇게 멍들었다.

    다친 몸에 파스 한 장 붙여줄 사람조차 없이 홀로 살고 있는 김 할머니는 '폭설'이라는 말에 서러운지 오래도록 눈물을 쏟았다.

    고령의 할머니가 충격으로 건강이 상하지는 않을까 주변사람들이 쉬쉬하는 통에 올해 8월 뒤늦게 아들의 죽음을 전해들은 할머니였다.

    뒤늦게 전해들은 비보에 할머니는 수면제까지 먹으며 자살기도까지 했다가 하루만에 의식을 되찾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한 일주일만에 나가본다는 것이 변을 당했다"며 "자식 하나 있는 것도 먼저 보냈는데 이런 늙은이가 더 살아서 무엇하겠냐. 어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목놓아 울었다.

    이런 할머니에게 폭설은 일찌감치 곁을 떠난 아들의 빈자리를 새삼스레 생각나게 하는 야속한 존재인 것이다.

    90세 된 노모와 3남매를 데리고 아카시아 마을에 둥지를 튼지 25년째라는 임상분(67)할머니에게도 폭설은 두려운 존재다.

    가뜩이나 빠듯한 생활비때문에 난방도 잘 하지 않는데, 폭설로 녹지 않은 눈의 한기가 방안으로 스며들면 방안을 종일 냉골로 만들기 때문이다.

    내복에 스웨터, 카디건, 누빔옷까지 촘촘히 겹쳐입고 솜이불로 온 몸을 둘러싼 할머니는 '눈'이라는 말에 손사래부터 쳤다.

    임 할머니는 "난방비가 무서워 초저녁에 보일러를 좀 돌리다가 끄고, 새벽에 잠깐 돌리다가 끈다"며 "양말을 두개 신었는데 발가락이 아리다"라며 손바닥을 비볐다.

    제설제를 뿌려서 쌓인 눈을 녹여볼까하다가도 주민들은 간신히 집을 지탱하고 있는 철근과 얇게 덧칠해둔 시멘트가 녹아버릴까봐 염화칼슘도 사용하지 못한다. [BestNocut_R]

    임 할머니는 "눈길에 염화칼슘을 뿌리면 이듬에 봄에 시멘트가 녹아서 밀가루마냥 날리기 때문에 염화칼슘도 마음대로 뿌리지 못한다"며 "시멘트 부식시키는데 염화칼슘이 도둑놈"이라고 혀를 찼다.

    29일 저녁부터 30일까지 폭설이 이어진 뒤 다시 한파가 밀려올 것이라는 소식에 쪽방촌 주민들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채 속절없이 가슴만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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