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
1쿼터 종료 3초를 남기고 마스크를 쓴 전자랜드 이현호가 코트에 들어섰다. "(코뼈 수술을 받았기에) 출전시키는 것이 미안하다"는 유도훈 감독도 본인이 뛰겠다고 하니 도리가 없었다. 결국 이현호는 불편한 마스크를 계속 만지작거리면서도 15분23초를 뛰었다.
8일 SK전을 앞둔 유도훈 감독이 "이병석과 이현호를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는 이름만 들어도 딱 공격형 선수"라면서 "수비 5걸에 드는 두 선수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할 정도. 13승3패 단독선두. 벌써 지난 시즌 거뒀던 15승(39패)에 단 2승만을 남긴 전자랜드의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
이현호는 2003-2004시즌 신인왕 출신이다. 평균 9분30초를 뛰며 3.2점의 성적으로 상을 받았기에 '역대 최악의 신인왕'이라는 혹평도 받았다. 하지만 이현호는 수비를 무기 삼아 KBL에서 살아남았다. 2007-2008시즌과 2009-2010시즌 두 차례나 수비 5걸에 포함된 전문 수비수가 됐다. 이병석도 세 차례나 수비 5걸에 이름을 올렸다.
유도훈 감독의 이현호 칭찬은 끊이지가 않았다. 사실 이현호는 지난달 28일 KCC전에서 하승진과 충돌하며 코뼈가 부러졌다. 코뼈가 굳어버리기 전에 수술을 해야했다. 그럼에도 이현호는 "수술 전 1경기를 하고 가겠다"며 30일 삼성전에도 출전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유도훈 감독은 이현호를 출전시키지 않았다.
삼성전에 결장한 이현호는 2일 수술대에 올랐다. 전신마취를 하고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 3일 모비스전과 5일 오리온스전은 쉬었지만 몸이 근질근질했다. 결국 "이미 부러졌는데 또 부러지면 어떠냐"면서 유도훈 감독을 졸랐다. 선수가 조르니 어쩔 수가 없었다. 유도훈 감독은 결국 엔트리에 이현호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대신 팀 분위기는 더욱 좋아졌다. 유도훈 감독도 "예전에 용병이 코뼈가 부러졌을 때는 최소 2주 정도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현호가 이렇게 강한 투지를 보여주니 다른 선수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15분 남짓 뛰었지만 득점은 없었다. 하지만 2쿼터 한 차례 공격자 파울을 유도하는 등 수비에서는 여전히 만점이었다. 마스크를 쓰고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경기 후 유도훈 감독도 "현호가 본인 의지로 출전을 강행했는데 덕분에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 코트에 선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