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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성범죄자 벌받는 보호관찰소, 운영 실태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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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어린 성범죄자 벌받는 보호관찰소, 운영 실태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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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성년 성범죄, 떡잎부터 수상하다④] 청소년 성범죄자 교화프로그램 구멍 '숭숭'

    성범죄에서 미성년자는 더 이상 피해자의 모습으로만 등장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성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무죄 방면되거나 피해자와의 합의로 불문에 부쳐지는 경우가 많아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히 처벌 받지 않는 유년시절 성범죄의 경험은 성인이 된 이후 되살아 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CBS는 미성년자 성범죄의 실태와 문제점, 대안을 모색하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주]

    어린 나이에 성범죄를 저지르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벌을 받는 곳이 보호관찰소다. 초범인 경우 형사처벌 대신 집에서 가까운 보호관찰소를 오가며 보호처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면서 강의를 듣거나 사회봉사활동을 하며 반성하라는 취지에서다.

    {IMG:3}어린 청소년들이 재범을 짓지 않도록 교화하기 위해서인데, 이 같은 당초의 목적은 그러나 퇴색된 지 오래됐다.

    강의는 출석체크만 하면 그만이다. 서울보호관찰소에서 만난 A양(17)은 "정해진 시간동안 강의를 들어야 하지만 출석 체크만 하고 중간에 몰래 빠져나가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집에 돌아가면 외출이 금지돼 있지만 이런 규정은 있으나 마나다. 보호관찰을 받는 중에도 외박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A양은 "밤 10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야간 외출 체크 전화가 오는데 집 전화기로 녹음을 해놓는다"며 "그렇게 외박도 하고 밖에 나가서 술도 마시고 그런다"고 털어놓았다.

    이곳에서 만난 또 다른 장기 보호관찰 대상자인 B군(18) 역시 보호관찰소에 올 때면 " '귀찮다. 언제 끝나나' 하는 생각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폭행, 사기 등의 혐의로 이곳에 들어온 그는 "너 죄 지으면 어떻게 된다는 교육은 별로 받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선생님들한테 그간 뭐했는지, 앞으로 뭐 할 것인지 적고 출석체크하면 끝이다"고 말했다.

    B군은 특히 "보호관찰소에서 만난 친구들 중에 다시 똑같은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고, 어떤 애는 자기 여동생 친구를 지하 주차장에서 강간하려다 보호관찰 받았는데, 이후에 또 강간을 해서 지금은 교도소에 갔다"고 전했다.

    오토바이 절도로 2년간 장기보호관찰 명령을 받고 한 달에 한번 보호관찰소를 출석하고 있는 C군(17)은 현행 교육 방식에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강의를 듣기는 듣는데 집중을 안 하게 돼요. 이것이 잘못이다 아니다를 확실히 가르쳐줬으면 좋겠는데 가서 색종이 같은 거 만지고 있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강의를 들어도 별로 달라지는게 없다는 C군은 "법에 대해 가르쳐주거나 이건 잘못됐다고 우리들의 마음을 이끌어줘야지 솔직히 지금 같은 형식적인 수업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 한명이 300명씩 관리, 청소년 보호관찰은 뒷전

    보호관찰제도가 어쩌다 이지경이 됐을까?

    법무부 산하 보호관찰소에서는 수만명의 청소년 가해자를 담당하고 있지만 정작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모자라 아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청소년은 3만 3,000여명.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지만 보호관찰소는 서울지역에 5곳, 전국에 54곳에 불과하다.

    서울지역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행정직 등을 빼고 나면 1인당 평균 150명 정도를 맡고 있다. 어떤 곳은 한 사람이 300명씩 맡는 곳도 있다"면서 "본소는 그나마 나은 편이고, 지소의 경우 조사와 보호관찰의 업무를 겸해야 해서 사실상 보호관찰에 소홀할 수 밖에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나마 전자발찌 등 성인 성범죄자에 업무가 집중되면서 소년 업무는 순위에 밀려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관계자는 "법무부에서도 보호관찰소는 후순위이고, 보호관찰소에서도 소년업무는 뒤로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화학적 거세 등의 방안보다 당장 보호관찰 예산과 인력을 늘려 주는 게 효과적인데도 반영이 잘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연계하지 않고 각자 따로 소년 범죄 대책을 내놓고 있어 예산이 효율적으로 분배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다.

    이처럼 열악한 보호관찰 여건 속에서 상당수 아이들은 또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한국보호관찰의 현황과 과제(2003)라는 형사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경우 보호관찰 종료 뒤 2년 안에 재범을 저지르는 경우가 26.6%(1,232명 중 328명)나 됐다.

    김순흥 한국사회조사연구소 소장은 "오히려 소년원에서 직업교육을 받은 친구들은 취업이나 미래설계가 어느정도 되는데, 약한 단계의 보호관찰을 받은 아이들이 더 막막해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건이 안된 상태에서 무작정 내보내진 아이들을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하면서 추가 범죄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 최김하나 활동가는 "지금은 민간 상담소에 위탁해 수강 시간을 채우는 단계로 청소년 전문 연구나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도 부족하다"면서 "청소년들은 체계적인 교화 프로그램을 받으면 성인보다 효과가 큰 만큼 이를 전담할 수 있는 전문 기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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