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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뻗쳐' 등 단체기합 횡행…안산지역 초교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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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엎드려뻗쳐' 등 단체기합 횡행…안산지역 초교 무슨일이?

    • 2010-06-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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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고사 앞두고 학생들에게 '0교시 수업' 등 점수 경쟁 조직적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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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달에 치러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이른바 일제고사를 앞두고 경기도 안산 지역에서 초등학교들이 ‘0교시 수업’을 실시하고 엎드려뻗쳐 등의 체벌을 가하며 성적 올리기에 몰두하는 등 교육현장이 파행으로 운영되고 있다.

    ◈ 0교시 수업 시간에 문제풀이하고 엎드려뻗쳐 등 체벌까지…“감옥생활 같아요”

    “아침 자습시간마다 시험지를 풀어요. 다 못하면 수업이 끝나고 남아서 하고, 어쩔 때 못하면 엎드려뻗쳐나 책상 위에 올라가서 ‘앞으로 나란히’ 해요. 저희 반에서 엎드려뻗쳐 제일 오래 한 게 한 시간 반이에요” (경기도 안산 A초등학교 6학년 조모 군)

    “선생님이 시험이 중요하다고, 우리 학교가 달린 문제라고 그래요. 지난번에는 우리 학교가 되게 성적이 안 나왔다고 이번에는 너희들이 꼭 잘 봐야 한다고 부담을 줘요. 학교 끝나고 학원 갔다 와서 제일 늦게 잤을 때는 새벽 한 시 반에 잔 적도 있어요. 엄마도 너무 심하다고 초등학생한테 이렇게까지 시켜야 할 필요가 있냐고 하세요” (안산 B초등학교 6학년 양모 양)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의 A초등학교. 점심시간을 맞아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로 운동장은 시끌벅적했지만, 6학년 교실은 마치 수업시간인 것처럼 조용했다.

    점심을 일찍 먹은 6학년 아이들은 축구공과 야구 글러브 대신 연필을 손에 쥐고 B4 용지 크기의 시험지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하루에 적게는 두세장, 많게는 대여섯장까지 주어지는 시험지를 아침 자습시간에 다 마치지 못한 아이들은 문제 풀이에 여념이 없었다.

    시험지를 풀어 오답을 확인하고 요점 정리를 공책에 베끼는 일련의 과정을 빨리 끝내지 못하면 아이들은 정규 수업 시간이 끝나고도 ‘나머지 수업’을 받아야 한다.

    A초등학교 6학년 김모 군은 “아침에는 일찍 학교에 와서 아침 자습하고 5교시에는 또 선생님이 숙제를 검사한다”면서 “시험 때문에 오답노트도 시키고 평소보다 숙제를 더 많이 내주는데 선생님이 화도 내고 평소에 공부할 때 더 무섭게 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6학년 신모 양도 “선생님이 일제고사를 보면 전국에서 우리 학교가 몇 등인지 다 나온다고, 경기도에서 꼴등하면 창피하다고 계속 시킨다”며 “작년에는 아무리 늦게 남아도 3시 반에는 끝났는데 올해는 4시 반까지 나머지 수업을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 지역의 다른 초등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B초등학교 역시 정규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아침 자습이라는 명목으로 ‘0교시 수업’을 실시하고, 문제풀이와 나머지 수업 등을 강요하고 있다.

    B초등학교 6학년 박모 양은 “시험지를 집에서 안 가지고 오면 공책에 다 베끼게 하고 수학 공식은 공책에 다 적어야 한다”며 “문제를 안 풀면 선생님이 끝까지 남아서 시키는데 토요일에도 뭐 안 했다고 두 시까지 남아 수업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모 양은 “수업 마치고 학원 갔다오면 저녁 8시인데 부랴부랴 숙제를 해도 기본이 밤 11시는 된다”면서 “숙제를 안 하면 교실 뒤에 서 있거나 청소하는 봉사활동을 시키는데 마치 감옥생활 같다”고 하소연했다.

    ◈ 교육청까지 나서 성적 올리기에 몰두…전국적으로 일제고사 대비 파행운영

    이처럼 경기도 안산시의 초등학교들이 다음달에 6학년을 대상으로 치러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이른바 일제고사를 대비해 0교시 수업을 하고 체벌까지 가하며 점수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

    심지어 안산시교육청은 지난달 초 개념 정리와 기출 문제 등으로 구성된 5개 과목 228페이지 분량의 문제집이 담긴 CD를 일선 학교에 배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까지 나서 조직적으로 성적 올리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실시된 일제고사에서 안산시가 ‘보통학력 이상’과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 등의 평가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며 “기초 학력에 미달하는 학생들을 잘 지도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제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제고사 성적이 전국 180개 지역교육청별로 공개돼 지역간 성적 비교와 서열화가 가능한 상황에서 교육청의 묵인 아래 일선 학교들이 도 넘은 성적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경기도 안산 지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교육위원회가 소속 교사를 통해 지난 4월말부터 5월초까지 전국적으로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0교시와 방과 후 보충 수업, 교과 시간에 문제 풀이 등 교육과정의 파행 운영은 모두 30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정부는 일제고사를 실시하고 성적을 공개하는 것이 학력 미달 학생을 거르고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충분히 학습부진아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몇백억이 드는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며 “일제고사는 결국 학교와 학생, 교육청을 서로 경쟁으로 내몰아 학교 현장을 파행으로 끌고 가는 비교육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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