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의 미아리고개(청계천문화관 제공)
일제강점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울을 노래한 대중가요를 주제로 한 전시회가 23일부터 2개월간 서울 마장동 청계천문화관에서 열린다.
청계천문화관측은 서울을 무대로 한 대중가요를 주제로 전시회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이번 전시회를 위해 지난 1년간의 준비과정을 22일 소개했다.
일제강점기부터 서울을 소재로 대중에게 알려진 가요는 모두 1141곡이다.
노래를 부른 가수만 710명에 이른다.
서울과 관련된 노랫말이 처음으로 등장한 노래는 1908년 최남선이 작사한 '경부철도가'이다.
창가 형태의 '경부철도가'는 현대적 의미의 대중가요와는 거리가 있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곡에는 남대문이라는 서울의 지명이 등장한다.[BestNocut_R]
최남선은 서울 시내에 등장한 기차의 빠른 속도를 빗대어 '날개 가진 새라도 못따르겠네'라고 표현하며 당시의 문화적 충격과 놀라움을 전하고 있다.
1920년대의 최대 히트곡인 종로네거리를 의미하는 '자라메라'였다.
돌아가는 삼각지(청계천문화관 제공)
윤심덕과 이정숙, 윤백단, 윤홍심 등 당대의 내로라 하는 가수들이 '자라메라'를 리메이크 했을 정도였으니 이 노래의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복혜숙의 '종로행진곡', 채규엽의 '종로네거리', 김정구의 '모던 종로' 등 광복 이전에 발표된 대중가요에는 종로를 배경으로 한 노래들이 많았다.
그 이유는 일본인들이 명동이나 충무로에 모여 살았던데 반해 당시 종로는 서울 시민들의 주요 근거지였고, 당시 음악가들은 나라잃은 백성의 삶과 애환이 녹아 있는 종로의 풍경을 애절하게 표현해 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방 이후 발표된 장세정의 '울어라 은방울', 현인의 '럭키서울'은 해방의 감격과 희망찬 서울의 모습을 그리고 있고 작사가 반야월의 '단장의 미아리 고개'에는 전쟁의 피폐함과 피난생활의 고단함이 녹아 있다.
현인의 '서울야곡', 문주란의 '애수의 서울역', 윤일로의 '눈물 어린 서울역' 등 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 노래에는 서울이 이별의 장소로 자주 등장한다.
서울이여 안녕(청계천문화관 제공)
본격적인 산업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서울의 인구는 급속히 팽창했지만 현실에서의 비극적인 삶은 떠나온 고향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희망과 비극이 교차하는 곳, 이것이 60년대 서울의 모습이었다.
60년대 대중가요사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악다방'의 출현이다.
TV 방송사를 비롯해 지구레코드사와 오아시스, 오리엔탈 등 음반회사들이 생겨나면서 본격적인 LP시대의 개막을 알린 당시 명동을 중심으로 '쎄시봉', '오비스케빈', '포시즌스' 등 음악다방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분식집에도 DJ가 있을 정도로 이들 음악다방은 70~80년를 거치면서 전성기를 누렸고 한국 가요의 대중화와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천계천문화관에서 열리는 '서울 대중가요-서울을 노래한다' 특별전에는 이처럼 일제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울을 노래한 대중가요와 가사집, 각종 희귀 자료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자료는 대부분 대중문화평론가 최규성씨가 평생 수집한 LP 음반과 악보, 가사집, 가수들의 사진 등 320여점이다.
전시장 한켠에는 1960~70년대의 음악다방이 재현됐고 그 때 그 시절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해 감상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전시 자료를 제공한 최규성씨는 "이번 전시회 작업을 준비하면서 서울을 주제로 한 노래가 이렇게 많다는데 나도 놀랐다"면서 "무엇보다 전시회와 함께 도록(都錄) 발간에 심혈을 기울인 만큼 기대하셔도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