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대형 건설사가 재개발 공사 계약서를 시공사에 유리하게 일방적으로 고쳤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의 한 재개발 아파트 단지. 이미 재개발 공사가 끝나고 입주가 끝난지 오래지만 아직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인 D건설 간 갈등은 여전하다.
D건설이 기존 조합 총회에서 완성된 계약서를 마음대로 고치는 바람에 조합이 수십억원의 피해를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 '기성율'이 뭐길래...수십억원 왔다갔다갈등의 시발점은 '기성율'이라는 단어에 있었다.
최초 조합 총회(2005년 11월)때 완성된 계약서에 따르면 "조합의 각종 수입금은 '기성율'에 따라 건설사의 공사비로 우선 쓰도록 한다"고 기록돼있었다.
기성율에 따른다는 것은 공사가 진행되는 정도에 따라 공사비를 계속해서 지급한다는 것으로, 이를테면 공사가 20%쯤 진행되면 그 비율에 해당하는 공사비만 건설사에 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 뒤, D건설이 조합과 최종적으로 맺은 계약서에는 '기성율에 따라' 라는 말이 빠져있었고 계약은 그대로 진행됐다.
양측이 크게 대립하는 이유는 이 기성률이라는 단어가 포함되는지 여부에 따라 건설사와 조합이 각각 얻게되는 수입이 크게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기성률' 조건이 다를 경우 조합측은 입주자들로부터 공사가 진행되는 정도에 따라서만 건설사에 돈을 주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조합의 수입금은 모두 건설사에 넘겨줘야 한다.
이렇게되면 조합은 보상비를 비롯한 공사비 외의 비용을 은행 대출로 충당해야하는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이 '기성율'이라는 단어가 빠지면서 조합측은 손해를 본 금액은 최소 연체이율로 계산해도 무려 17억여원에 달하고, 금융이자 연이율에 따라 최고 47억원까지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 "마음대로 고친 것 아냐" vs "당시 조합은 계약서 수정 사실 몰랐다"
하지만 '계약서를 마음대로 고쳤다'는 주장에 대해 시공사측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D건설측은 "2005년 11월 조합원 총회 당시 상가 분양책임을 우리가 맡는 대신 '기성율' 부분은 계약서에서 빼기로 합의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합측은 "당시 총회에서는 기성률 삭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 업무상 배임 혐의로 D건설측은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현재 정비업체 대표와 건설사 담당자, 이전 조합장에 대해 소환조사를 하려 했지만 정비업체측에서 '검찰조사에 응하고 있다'며 연기요청을 해와 아직까진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