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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도 못벗고, 차례도 못지내는 '참담한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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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상복도 못벗고, 차례도 못지내는 '참담한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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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 철거민 참사 발생 255일째, 영정 못떠나는 유가족들

    ㄴㄴ
    귀성객들로 붐비는 서울 용산역 부근. 추석을 앞두고 한껏 들뜬 분위기지만 길 하나만 건너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용산 철거민 참사가 발생한 한강로 남일당 빌딩 1층에는 검은 상복을 입은 5명의 여인들이 남편의 영정 앞에서 조문객을 받고 있었다. 무려 255일째. 그 사이 계절이 세 번 바뀌고, 큰 명절이 두 번 지나갔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장례도 치르지 못했는데 어떻게 차례를 지냅니까. 벌써 길거리에서 맞는 두번째 명절인데 마음 미어집니다."

    작년 추석만 해도 시골에 내려가 명절 음식 장만하기 바빴던 이들은 평범한 아낙에서 서글픈 미망인으로 남게 됐다. 남편과 함께 보내던 명절을 떠올리자 고 윤용현씨의 아내 유영숙(48)씨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해졌다.

    "가족들에게도 죄송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제일 미안하죠. 추석 전에는 어떻게든 해결이 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번 명절도 이렇게 보내야 겠네요."

    고 양회성씨의 부인 김영덕(54)씨는 전남 순천에 홀로 있는 시어머니 생각만 하면 애가 탄다.

    "어머니는 아직 큰 아들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모르고 계세요. 올 추석에는 어떻게는 일이 해결돼 찾아 뵐 수 있을줄 알았는데…"

    용산 참사가 발생한 이후 친척들과 연락도 거의 끊겼지만 명절이 다가오니 피붙이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친정 어머니는 맛있는 음식을 봐도 이건 양 서방이 좋아하는건데 하고 그리워하세요. 유난히 막내 사위를 좋아하셨거든요. 저희 때문에 모두 힘들어 하시니까 연락을 잘 안하는데 이렇게 명절이 다가오면 보고싶어요."

    야윈 얼굴에 슬픔보다 초연함이 서려 있는 고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68) 씨는 "그래도 도와 주시는 분들이 많아 외롭지 않다"며 마른 손을 꼭 쥐었다.

    추석을 앞두고 정치인들도 속속 용산을 찾았지만 가족들은 "그저 형식적으로 들리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큰 상처"라며 진정성을 가져주기를 한 목소리로 바랬다.

    얼마 전까지 순천향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던 이들은 쌓여가는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최근 용산 근처의 빈 건물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옷가지들을 들여와 잠잘 곳을 마련했지만 음식은 해먹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추석 당일 유가족들은 범대위 관계자들과 함께 송편을 빚어 나눠 먹으며 서로를 위로할 생각이다.

    "돈이요? 우리가 이렇게 길에서 명절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은 돈 때문이 아닙니다. 테러범으로 몰린 남편의 명예를 되찾고,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은 것이에요. 그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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