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만 원을 빌렸을 뿐인데 1년 사이 갚아야 할 돈이 1천5백만 원으로 뛰어 유흥업소로 내몰릴 수 밖에 없었던 한 여대생.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는 이 충격에 사랑하는 딸과 함께 '동반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 두 부녀를 사지로 몰고 간 악덕 사채업자들의 살인적인 고리는 이른바 '꺾기 수법'에서 비롯됐다.
'꺾기'란 1차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다시 2차 대출을 하고 이자를 원금에 포함시켜 재계약하는 방식이다.
숨진 여대생 A 씨 경우에 처음 3백만 원을 빌리면서 매일 4만 원씩 90일, 총 360만 원을 갚도록 1차 계약을 맺었다. 시작부터 연 이자율 345%의 고리이다.
사채
문제는 이 돈을 하루라도 갚아나가지 못하면 대출금이 재설정돼 갚지 못한 이자까지 원금으로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자가 이자를 낳는 셈이다.
업주들은 A 씨가 돈을 제때 갚지 못하자 두 번째 대출금을 5백만 원으로 설정하고, 선이자나 수수료를 따로 뗀 뒤에 하루에 6만 원씩 100일간 갚아 나가도록 했다. 이자는 연 430%로 훌쩍 뛰었다. 갚지 못한 이자까지 원금에 더해지면서 빚이 훌쩍 불어났다.
이처럼 '꺾기'를 몇차례 반복한 결과 3백만 원을 빌렸던 A 씨는 결국 1년 사이에 갚아야 할 돈이 1천5백만 원(연이율 680%)으로 불어나 사채업자들의 강요로 유흥업소에 강제로 취업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BestNocut_R]
최근에 대부업자의 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시민단체에 도움을 요청한 김모(경기도 구리시) 씨의 경우에도 얼마 전 급전이 필요해 10만 원씩 60일간 총 600만 원을 갚는 조건으로 5백만 원(연이율 302%)을 대출받았다.
47일 동안 470만 원을 꼬박꼬박 갚아 나가던 김 씨는 여력이 안 돼 두세 차례의 대출을 추가로 받았지만 그때마다 이자가 원금에 포함되면서 마지막에는 연 이자율이 2000% 넘게 치솟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같이 단기간에 살인적으로 이자율을 올리는 '꺾기 수법'은 대부업자들 사이에서는 흔하게 퍼져있는 방식 중 하나이다.
대부업 피해사례를 상담하고 있는 민생연대의 손태경 사무처장은 "꺽기를 할 때마다 실질 대출 금액은 계속 줄어드는 반면 상환해야 할 금액은 높아지기 때문에 연 이자율이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지고 결국 사채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설명했다.
꺾기를 몇차례 반복하면 연이율이 무려 수백만 퍼센트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손 처장의 설명이다.
손 처장은 “사채를 쓰는 순간 과도한 이자 부담이나 가혹한 채무 독촉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온갖 형태의 사기나 속임수, 기망 행위 등에 동원될 수 있고 심지어 범죄에도 연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악덕 사채업자들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빚을 모두 갚았다고 하더라도 대출을 받을 때 썼던 각종 서류들이 문제가 돼 나중에 다시 빚을 갚으라고 독촉당하는 등의 억울한 사례가 생길 수 있다"며 "아무리 급전이 필요해도 되도록이면 사채는 피해야 한다"면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