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탑
“우리 승진이 신인왕 좀 팍팍 밀어주세요.”
누나의 하은주(26 · 신한은행)의 애교 섞인 부탁이었다. 동생 하승진(23 · KCC)이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왕을 꼭 탔으면 하는 바람이 물밑작업으로 이어졌다.
하은주는 18일 삼성생명과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71-61 승리를 거둔 뒤 취재진에게 “우리 승진이 신인왕 탈 수 있게 좀 밀어 달라”는 부탁을 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돌아온 뒤 숱한 화제를 몰고 다닌 동생 하승진을 아끼는 마음이 진하게 묻어나는 부탁이었다. 사실 누나 하은주는 신인왕을 두 번이나 차지했다. 일본 샹송화장품 시절과 한국으로 돌아온 2006-2007시즌, 두 차례나 신인왕을 받았다.
하승진은 올 시즌 43경기에서 평균 10점, 8.1리바운드의 활약을 펼쳤다. 부상 등으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KCC를 플레이오프에 안착시켰다. 부상에서 복귀한 뒤 “팀에 불필요한 선수인 것 같다”면서 출전시간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농구가 재미있다”고 말할 정도로 팀에 완벽히 적응했다.
하은주 역시 “우선 승진이 본인이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순수하게 농구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고 하승진의 자세가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일단 하승진이 신인왕을 타기 위해선 경쟁자들을 제쳐야한다. 김민수(SK)는 물론 팀 동료 강병현(KCC)도 경쟁자다. 김민수는 52경기에 출전해 평균 14점, 5리바운드를 기록했고 강병현은 43경기에서 평균 9.2점, 2.8어시스트를 올렸다.[BestNocut_R]
기록상으론 김민수가 가장 앞서있지만 팀 성적도 무시할 수 없다. KCC가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반면 SK는 떨어졌다. 또 강병현은 시즌 막판 부상으로 빠진 것이 감점요인이다. 하승진으로선 딱히 불리할 것이 없는 경쟁이다.
“승진이가 열심히 해서 자랑스럽게 신인왕을 받으면 좋겠다”는 것이 누나 하은주의 바람이다. 한국농구 최장신 남매(하은주 202cm, 하승진 221cm)가 누나의 바람대로 집안 한쪽에 신인왕 트로피를 나란히 놓아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