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셋째 날인 16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광화문에서 열리는 시복미사 전 진행된 카퍼레이드 중 갑자기 차를 멈춰세우고 내렸다.
차에서 내린 교황이 발길을 멈춘 곳에는 김영오 씨가 서 있었다. 그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광화문에서 34일째 단식 중인 단원고 학생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이다.
교황이 15일 만난 세월호 유족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15일 대전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직전 교황은 세월호 유족 10명을 따로 만났다.
그때 유가족들은 교황에게 몇 가지 부탁을 했다. 그중 하나가 광화문에서 단식 중인 김영오 씨를 안아달라는 것이었다. 교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형식적인 끄덕임과 대답이 아니었다. 교황은 김영오 씨의 손을 잡은 채 약 1분간 대화를 나눴다. 짧은 시간이지만 짧다고 느낄 수 없었다.
김영오 씨는 교황에게 "기도해 달라, 도와 달라" 등의 말을 건넸고, 통역을 통해 말을 전달받은 교황은 손을 놓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교황의 제의 왼쪽 가슴에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노란색의 리본 모양을 한 배지가 달려 있었다.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겠다는 의미의 배지다.
또한 김 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세월호를 잊지말아달라"며 노란 봉투에 담은 편지를 전달했다.
편지에는 "(세월호 참사 사고자들이) 당연히 구조되어야 하는데 (정부가) 아무 구조를 하지 않았고 유민이가 뒤집힌 뱃속에 갇혀 죽어가는 걸 제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습니다"라며 "왜 내 딸이 그렇게 죽어야 했는지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이어 세월호 참사는 "생명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탐욕적인 세상, 부패하고 무능하며 국민보다 권력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부라는 인류 보편의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교황께서도 우리를 살펴주시는데 국민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한 달 넘게 굶고 있는 국민인 제게 오지도, 쳐다보지도, 듣지도 않고 있다"며 "정부를 압박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가장 가난하고 가장 힘없고 가장 보잘 것 없는 이들을 부드러운 사랑으로 끌어안는 것이 교황이 해야 할 일이라고 교황 성하께서 말씀하셨죠"라고 말한 뒤 "저희 유가족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힘없는 저희를 사랑으로 끌어안아 주시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잊지 말고 관심을 가져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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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6일 오전 순교자 124위 시복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카퍼레이드를 하던 중 갑자기 차에서 내려 단식 농성 중인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씨를 위로하고 있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제공) 박종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