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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동혁母 편지 "최고로 행복했던 순간 떠난 너"



사회 일반

    [세월호 참사] 동혁母 편지 "최고로 행복했던 순간 떠난 너"


    - 한부모 가정서 6년간 동생 돌보던 너
    - 재혼후 밝아진 가족, 행복했던 나날들
    - "동혁아, 내 아들이 돼주어서 고마워"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 단원고 2학년 고 김동혁 군 어머니

    (자료사진)

     


    오늘로 세월호 참사 27일째입니다. 사흘 뒤면 한 달입니다. 한 달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피해자 가족뿐 아니라 온 국민이 똑같이 아파하고 또 슬퍼했는데요. 지난 토요일에는 전국 곳곳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집회, 촛불추모제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한 어머니의 편지가 참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셨습니다. 바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였는데요, 화제가 된 편지를 쓴 당사자, 그 어머니를 오늘 저희가 직접 연결합니다. 단원고 2학년 4반이에요. 고 김동혁 군의 어머니... 어머님, 나와 계십니까?

    ◆ ○○○> 네...

    ◇ 김현정> 아드님 장례는 언제 치르셨어요?

    ◆ ○○○> 23일 날 올라와서 25일 날 치렀습니다.

    ◇ 김현정> 사실 동혁 군은 우리 국민들도 많이 압니다. 어떻게 아는고 하니, 침몰 후에 선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몇 개 공개가 됐는데 그 가운데 처음 공개된 15분짜리 동영상이 있어요. 그 동영상에서 카메라에 대고 ‘엄마, 아빠 사랑해요. 내 동생 어떡하지’ 이 말을 남겼던 아이가 맞죠?

    ◆ ○○○> 네, 맞습니다...

    ◇ 김현정> 목소리를 듣고 딱 아셨어요, 그때?

    ◆ ○○○> 네, 저희는 얼굴이나 이런 게 편집이 안 된 걸 바로 먼저 봤거든요. (동영상을 촬영한) 수현이의 아빠가 보여주셔서.

    ◇ 김현정> 동혁이가 엄마, 아빠, 동생 걱정하는 걸 보고는 참 가족을 많이 사랑하는 아이였구나, 생각이 들던데...

    고 김동혁 군이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한 마디 (사진='뉴스타파' 영상 화면 캡처)

     


    ◆ ○○○> 네, 중학교 때까지는, 저를 만나기 전까지는 친구도 별로 거의 없었고 하루 종일 집에서 게임만 하고 그냥 아빠 시키는 것만 하던 그런 애였어요.

    ◇ 김현정> 중학교 때 어머니를 처음 만난다는 게 무슨 말씀이시죠?

    ◆ ○○○> 저희가 재혼 가정이라 중학교 3학년 때 동혁이를 제가 처음 만났습니다.

    ◇ 김현정> 그러셨군요. 그러니까 그전에 엄마 없이 지내던 아이, 외톨이로 지내던 쓸쓸한 모습을 가진 아이였어요?

    ◆ ○○○> 처음 만났을 때는 사실은 냉장고에 있는 물조차도 제대로 못 꺼내는 그냥 생활 자체가 조금 힘들었다고 해야 되나요.

    ◇ 김현정> 내성적이기도 하고 말수도 적고 어떻게 보면 세상하고 단절된 채 살았던 그런 아이군요?

    ◆ ○○○> 그때 당시에도 교회 다니고 있었으니까 그냥 주말에는 교회 가고 아니면 집에서 게임하고 그게 전부였던 아이였어요. 저희 애 아빠하고 저하고 의논을 한 끝에 저희가 MP3를 사줬었어요.

    ◇ 김현정> 음악 듣는 MP3를....

    ◆ ○○○> 너무 요즘 아이들은 아이돌 그룹이나 이런 걸 많이 아는데 얘는 TV에 나오는 아이돌조차도 관심이 없어서 음악이라도 듣고 사회하고 소통을 하라고 했더니 그때부터 조금 친구가 생기기 시작하고, 전에는 노래방 가면 잠만 잤던 애가 노래도 부르기 시작하고... 친구가 많이 생겼었어요, 단원고등학교 들어가가지고.

    ◇ 김현정> 그렇군요.

    ◆ ○○○> 그런데 그 친구들이 전부 다 1명도 빠짐없이 다 이번에 희생이 되는 바람에... 저희는 너무 힘듭니다 (눈물).

    ◇ 김현정> 내성적이고 얌전하고 그래서 그게 부모님들 보기에는 안타까웠는데 고등학교 들어가서 친구도 많아지고 아들이 밝아지고 '아, 보기에 참 좋다, 우리 아이 예쁘게 자라는구나'하고 있을 그 무렵이었군요, 그러니까 그때가?

    ◆ ○○○> 최고 행복할 때였었어요, 저희가.

    ◇ 김현정> 최고 행복할 때?

    ◆ ○○○> 네. 저를 만나고 제가 해 준 게 없는데도 그냥 제 생활에 같이 들어와서 있다 보니까 저는 가족들도 많고 사회생활을 제가 하다 보니까 즐거운 일이 많이 있었었어요. 애 아버지도 항상 행복하다는 말을 달고 다녔어요. 우리 이렇게 행복해도 되냐고...

    ◇ 김현정> 동혁이가 마지막 동영상에 남긴 걸 보면 ‘엄마, 아빠 사랑해요’ 하고 동생 걱정을 해요. ‘내 동생 어떡하지’ 특히 여동생하고 각별한 게 있었나 봐요?

    ◆ ○○○> 세상에 둘밖에 없었으니까요. 아빠가 저를 만나기 1년 전까지는 주야간을 하셨다고 그러더라고요. 밤에 애들 둘만 놔두고.

    ◇ 김현정> 야간 근무를 하셨군요.

    ◆ ○○○> 그러다 보니까 동생을 지키려면 밖을 나가면 안 되니까.

    ◇ 김현정> 엄마 없이 아빠랑 혼자 지내는 홀로 지내는 그 6년 동안 밤에, 아버지가 밤에 일 나가시고 나면, 그 밤을 동생과 함께 지내던 게 동혁이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동생에 대해서도 각별할 수밖에 없는 거고 마지막 그 동영상에서 챙겼던 게 동생, ‘내 동생 어떡하지’.....그 동생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입니까?

    ◆ ○○○> 처음에는 동생도... 아직까지는 생각이 그렇게 성숙되고 그런 게 아니거든요.

    ◇ 김현정> 몇 살이에요?

    ◆ ○○○> 중학교 3학년인데, 오빠가 너무 위해 주다 보니까 온 가족이 다 좋아해 주고 하다 보니까 아직까지 어렸었는데, 며칠 전에 촛불집회를 제가 데리고 가서 그때 오빠 영상을 보고 그 자리에서 통곡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용기가 없어서 편지를 읽는다고 해 놓고 '과연 읽는 게 맞을까' 그리고 이 모임 자체가 어떤 사람들은 좌파니 어쩌느니 무슨 정당이니 이렇게 얘기하니까 거기에 대한 우려도 있었어요, 저는 순수한 마음이었는데. 그래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여동생이 ‘엄마, 이런 상황이면 엄마가 올라가서 읽으라고 나는 엄마 응원하고 있다고’. 그래서 읽고 내려와서 동생이랑 많이 울었어요.

    (세월호 선실 동영상이) 방송을 타다 보니까 동혁이는 이렇게 온 세상에 엄마, 아빠를 사랑한다고. 그렇게 엄마를 먼저 불러줬는데 나도 얘기는 해야 동혁이가 듣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편지를 읽게 됐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동혁이는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말을 하면서 그 영상을 남기고 가는 갔는데 나도 동혁이에게 뭔가 좀 남겨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신 거예요. 그 날 2만 명 사람들 앞에서 어머님이 낭독해 주셨던 그 편지를 지금 조금만 함께 나눌 수 있을까요?

    ◆ ○○○> 내 아들 김동혁에게. 사랑하는 내 아들 동혁아! 2년 전 세상에 지치고 힘들어하던 너희 아빠를 통해 너와 네 동생을 만나 단조롭고 조용하던 엄마의 일상은 많은 변화를 가지고 왔어. 외롭고 기댈 가족이 많지 않았던 너에게, 외할머니, 외삼촌, 이모들이 생기고, 든든한 형이 생겨서 너는 아주 뿌듯해하며 우리 가족 모두는 표정부터 달라졌었지.

    친구도 많이 없어서 집에만 있던 네가, 행복해하는 가족들의 기원 아래 단원고 착한 친구들을 사귀고, 만화 그리기를 하며 친구들과의 수다를 엄마에게 전해 줄 때, 아빠는 늘 너를 응원하며 진짜 행복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었어. ‘엄마, 아빠 사랑해요. 내 동생 어떡하지’라고 마지막 인사를 영상으로 남긴 천사 같은 내 아들아, 너무 고맙다! 네가 내 아들이 되어줘서 그리고 앞으로도 평생을 단원고 2학년 4반 7번 김동혁의 엄마로 살게 해 주어서. 동혁아, 그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힘을 좀 내줄래. 마지막 1명까지 친구들이 어떤 모습으로든 엄마, 아빠 앞에 돌아와주길 너희들이 좀 도와줘.

    내 아들 동혁아, 네가 가장 힘든 시간에 함께해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네가 걱정했던 너의 여동생, 착한 아빠 꼭 새엄마가 지켜줄게. 내 아들, 내 새끼 김동혁. 동혁아, 너무 사랑해...(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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