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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가만히 못있겠다" 거리로 나오는 음악가들



문화 일반

    [세월호 참사] "가만히 못있겠다" 거리로 나오는 음악가들

    음악가들, 이번 주말 홍대 곳곳에서 1인 시위·버스킹

    다가오는 주말 홍대 인근을 방문한다면, 당신은 평소 볼 수 없는 흔치 않은 경관을 만나게 될 것이다.

    20여 미터 간격으로 버스킹을 하거나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을 볼 것이기 때문이다.

    오는 10일과 11일 이틀간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홍대 걷고 싶은 거리와 주차장길 일대에서는 여러 음악가들이 모여 세월호 사태와 관련한 1인 시위 및 버스킹을 진행한다.

    세월호 사태의 슬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뮤지션들이 거리로 나온 것이다.

    일명 '세월호를 지켜보는 작은 음악가들의 선언'. 지난 5일 페이스북 페이지까지 만들어졌고, 8일 오전까지만 1인 시위와 버스킹 신청자가 50팀을 넘는다.

     

    이를 제안한 사람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든 싱어송라이터 사이와 정민아.

    사이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제안 글을 남기면서 "저는 지식인도 아니고 선생님도 못되는, 그저 시골에 사는 못난 음악가에 불과하지만, 이 어린이날에 말하고 싶어졌습니다"라며, "이번만큼은 제발 가만히 있지 말자고. 금방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따지고, 힘을 모아 뭔가 바로잡아 보자"며 동료 음악가들에게 행동을 제안했다.

    제안 이후 많은 음악가들이 참여를 예고했다. 현재 참여를 하겠다고 알려진 음악가들은 김민규(플라스틱 피플), 손병휘, 김오키, 임혜린, 비틀쥬스, 류승현(레인보우99), 모리슨호텔, 조동희, 이광석, 백자, 권나무, 강백수, 시와 등이다.

    사진작가, 영화감독 등도 이번 공연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사이는 "꼭 음악가가 아니라도, 각자의 방식으로 함께 해주셔도 좋겠다. 시를 읽거나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거나 이 풍경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공유하는 방법들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사람들에게 1인 시위와 공연을 사진 또는 영상을 촬영한 뒤 SNS에 해시태그 '#작은음악가선언'를 해 달라고 제안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세월호를 지켜보는 작은 음악가들의 선언'에 8일 올라온 1인시위와 버스킹 예정 현황. 빨간색은 10일, 파란색은 11일, 노란색은 양일, 분홍색은 기타라고 한다. 자세한 정보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확인하면 된다.

     

    다음은 사이가 페이스북 페이지 '세월호를 지켜보는 작은 음악가들의 선언'에 남긴 글 전문.

    저는 이번 달 공연이 여섯 개 취소되었고, 정민아는 7월 공연까지 취소되었다고 하네요. 이렇게 공연이 다 없어지고, 새로운 보릿고개의 시절에 방안에 가만히 누워있다보니 누군가가 "니들은 방구석에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것만 같더군요.

    이번 세월호참사 때문에, 가면과 두터운 화장 뒤에 가려졌던 '대한민국'의 맨 얼굴을 그대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돈을 벌게 해줄 것처럼 유혹하는 말에 속아 두번의 투표를 잘못했고, 용산참사나 쌍용자동차처럼 힘 가진 사람이 힘 없는 사람을 죽이는(이것은 비유가 아닙니다) 걸 그냥 지켜보았습니다. 물을 가두어 강을 살리겠다는 그 말도 안되는 말을 듣고도 막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기 때문에, 수만 년동안 기적처럼 만들어진 아름다운 자연을 망가트렸고, 우리 아이들한테 그 책임을 떠넘기게 되었습니다.

    방송과 언론을 통제하는 심각한 상황을 힘없이 지켜보았고, 불법선거를 확인하고도 그냥 넘어갔죠. 그리고 국정원의 지저분한 정치작업을 알고서도 제대로 처벌을 요구하지 못한 채 그냥 넘어가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선생님 말씀, 어른들 말씀만 잘 들으면 된다고, 그렇게만 하면 훌륭한 어른이 된다고 가르쳐서 배웠고, 배운대로 가만히 있어서 아이들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이 엄청난 상실과 비통을 이겨내는 방법에 관해서는 왜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을까요? 이런 거지발싸개 같은 상황을 잘 헤쳐나가고 이런 일이 절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진짜 선생님들은 왜 나타나지 않는 걸까요?

    저는 지식인도 아니도 선생님도 못되는, 그저 시골에 사는 못난 음악가에 불과하지만, 이 어린이 날에 말하고 싶어졌습니다. 이번만큼은 제발 가만히 있지 말자고. 금방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따지고, 힘을 모아 뭔가 바로잡아 보자고. 적어도 해보기는 하자고 말이죠.

    저는 음악가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걸 해보기로 했습니다. 5월 10일과 11일, 2시에서 5시 사이, 제가 자주가는 홍대 걷고 싶은 거리부터 주차장 골목사이 어딘가에서 정민아와 함께 1인 시위, 혹은 버스킹을 하기로 했습니다. 압니다. 작은 음악가 두 사람이, 길거리에서 엠프도 없이 노래나 한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죠. 하지만 뭐라도 해야하니까요. 그리고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음악가들이 분명히 많이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수많은 뮤지션들이 그 시간에 우루루 몰려나와, 각자의 할 말을 한 쪽에 적어둔 채, 여기저기서 1인시위, 혹은 버스킹을 동시에 한다면! 그건 뭔가 하나의 선언이나 기억하는 방식이 되지는 않을까요? 우리 딴따라들은 집에서 가만히 있으라면 있는, 그런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이 뼈아픈 현실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고, 이 사건과 관련된 의문점들에 대한 대답을 듣기 원하며, 이 멍청한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함께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언제? 5월 10일과 11일. 2시부터 5시까지.
    어디서? 홍대 걷고싶은 거리와 주차장길 사이 자기가 하고 싶은 곳에서.
    무엇을? 세월호사태에 관해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검은 색 옷을 입고 연주와 노래를. 1인시위나 버스킹의 형태로.

    (*출처 : 세월호를 지켜보는 작은 음악가 선언|작성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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