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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Why뉴스] "세월호 의인들 왜 의사자 결정이 늦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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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까지 4명 신청, 단원고 교사와 학생 6명 신청 준비 중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세월호 참사로 3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해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겨있다. 사고발생 24일 째를 맞고 있지만 아직도 서른 명이 넘는 실종자들이 차디찬 바닷속에 갇혀 있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런 충격 속에서도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세월호 침몰과정에서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희생된 의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의인들을 의사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의사자 결정은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세월호 의인들 왜 의사자 결정이 늦어지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고 박지영 승무원, 고 정차웅 군, 고 최혜정 교사, 고 양대홍 사무장, 고 남윤철 교사. 이들 희생자 중 고 박지영 승무원만이 의사자 신청서류를 낸 상태다. (노컷뉴스/자료사진)

     

    ▶ 지금까지 몇 명이 의사자 신청서류를 냈나?

    = 어제(8일)까지 보건복지부에 의사자 지정 신청서류를 낸 희생자는 4명이다. 그리고 6명이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자 지정 신청서류를 제출한 희생자는 세월호 승무원 고 박지영 씨, 세월호 승무원인 고 정현선 씨와 김기웅 씨 커플, 민간 잠수사로 뒤늦게 투입됐다가 숨진 고 이광욱 씨 등 4명이다.

    고 박지영 씨는 "승무원들은 마지막까지 있어야 한다. 너희 다 구하고 나도 따라가겠다" 며 자신의 구명조끼마저 학생들에게 벗어주며 구조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에 탔다가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생존자 이중재(60) 씨도 아비규환 속 선내에서 수십 명을 구조하던 여승무원 박지영 씨를 똑똑히 기억했다.

    이 씨는 "탈출과정에서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편의점 문을 고정해 줄 용기 있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다"며 "순간 여성 승무원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슈퍼우먼 같았다. 구명동도 입지 않은 여승무원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수십 명을 돌보고 있었다. 이 여승무원이 바로 끝까지 살신성인 정신을 보여준 고(故) 박지영(22) 씨였다"고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세월호 승무원과 아르바이트생으로 만나 올 가을 결혼을 약속한 정현선·김기웅 커플, 이 두 사람의 살신성인 행적은 이들의 도움으로 구조된 40대 생존자가 19일 정 씨의 빈소를 찾아와 "정 씨와 김 씨가 승객을 구하기 위해 침몰 중인 배에 다시 들어갔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고 이광욱 씨(위)와 고 김기웅 씨(아래). (방송 캡처, 자료사진)

     

    승객을 구하려 선내에 진입했다 결국 주검으로 발견된 정 씨와 김 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온라인상에서 이 두 사람을 의사자로 지정하자는 청원 운동이 벌어졌고, 이들의 생전 주거지 관할인 인천시가 유족들에게 필요한 서류를 받아 보건복지부에 의사자 지정 신청서류를 냈다. 그러나 이 행적을 최초 증언한 40대 남성을 찾지 못해 구조행위 확인서를 아직까지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 40대 남성을 애타게 찾고 있다.

    여객선 침몰 사고 실종자 구조작업에 나섰다가 숨진 민간 잠수사 이광욱(53) 씨도 남양주시에서 의사자 신청서류를 접수시켰다.

    ▶ 다른 6명은 언제쯤 신청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냐?

    =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의사자 인정 신청을 준비 중인 희생자는 안산시에서 5명 청주시에서 1명이다.

    안산시에서는 단원고 고 최혜정 교사와 단원고 학생 고 정차웅, 최덕하, 양온유, 김주아 학생 등 5명이다. 단원고 고 남윤철 교사는 부모가 청주에 살고 있어서 청주시에서 의사자 인정 신청을 준비 중이다.

    고 남윤철 교사는 세월호 침몰 당시 난간에 매달린 채 학생들에게 일일이 구명조끼를 던져주며 구조 활동을 펼쳤다. 구조된 학생은 "안내 방송에 따라 구명조끼를 입고 가만히 있었는데, 방 안에 물이 차오르자 선생님이 오셔서 우리를 대피시켰다"며 "진작 탈출하려고 했으면 선생님까지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물이 허리쯤까지 차올랐는데도 우리를 챙기고 있는 담임선생님을 봤다"면서 "물이 키를 넘어서면서 정신없이 빠져나오고 나서 돌아보니 선생님이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교사가 된 고 최혜정 교사는 단원고 2학년 9반 담임으로 세월호 침몰 당시에 학생들을 대피시키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에 따르면 최 교사는 사고 당시 "너희부터 나가고 뒤에 나가겠다"며 제자들부터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고 김주아 학생, 고 양온유 학생, 고 최덕하 학생. (방송 캡처)

     

    단원고 고 최덕하 군은 세월호에 문제가 생겼음을 최초로 신고해 침몰전 구조된 174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했지만 자신은 결국 세월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고 정차웅 군은 세월호 침몰이 임박한 상황에서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준 뒤 또 다른 친구를 구하려다가 생일을 하루 앞두고 희생됐다.

    고 양온유 양은 갑판까지 나가 탈출이 가능했지만 방에 남은 친구들 구한다고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고 김주아 양도 물이 차는 선실을 빠져나가 구조를 받을 수 있었지만 바닥으로 쓰러진 캐비넷에 깔려 "살려 달라"고 외치는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구하러 선실로 돌아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 이 분들 이외에도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 희생자들이 더 많지 않나?

    = 그렇다. 아직 경황이 없어서 구체적인 상황이 파악되지 않고 있어서 신청을 하지 못하는 희생자들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알려진 '의인'들만 해도 단원고 고창석 교사와 이해봉 교사, 세월호 양대홍 사무장 등이다.

    고 고창석 교사는 세월호 침몰 당시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챙겨주면서 빨리 나가라고 학생들의 탈출을 도왔지만 자신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구조된 학생들은 "고 선생님이 배에서 탈출하라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탈출을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2학년 5반 담임인 고 이해봉 교사는 침몰 당시 난간에 매달린 학생 10여 명을 구조하고 남아있는 학생들을 더 구하기 위해 배로 뛰어들었다가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사무장으로 실종된 고 양대홍 씨도 아내에게 "지금 아이를 구하러 가야한다"는 통화를 끝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생존 승무원 가운데 구속되지 않은 2명 중 한 명인 조리원 김모 씨(51)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탈출과정에서 양 사무장의 도움을 받았으며, 양 사무장이 조리 아르바이트를 하던 구모(42) 씨를 구하려다 자신에게 먼저가라고 한 뒤 실종됐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안산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위치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 조문객이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노컷TV 민구홍PD/자료사진)

     

    ▶ 의사자 인정은 언제쯤 이뤄질 예정이냐?

    = 신청이 들어오는 대로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4명이 신청을 했지만 2명은 아직 서류가 미비한 상태이다. 세월호 승무원 정현선·김기웅 커플의 도움을 받았다고 증언한 40대 남자를 찾아야 하는데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다음 주쯤 의사상자심사위원회를 열어 심의를 할 예정이지만 신청자가 적을 경우 회의가 5월 하순경으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보건복지부 김헌주 사회서비스정책관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신청을 준비 중이니까 접수되는 상황을 봐서 다음주 회의 개최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국장은 "어느 정도 접수가 되는대로 심사위원회를 열 예정"이라면서 "건건이 회의를 열기는 여려 울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지난해에는 의사상자심사위원회가 네 차례 열렸다.

    의사자 인정신청은 사망자 또는 유족의 주소지나 구조 작업이 이뤄진 자치단체에 유가족 등이 하면 된다. 심사는 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60일 이내에 의사상자심사위원회를 열어 인정 여부를 결정한다. 위원회는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이 위원장을 맡게 되며 15인 이내로 구성한다.

    그렇지만 단원고 교사와 학생들의 의사자 인정 신청은 늦어질 전망이어서 의사자 결정은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 단원고 교사와 학생 희생자들의 의사자 신청이 왜 늦어지는 거냐?

    = 가장 큰 이유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실종 상태인 교사와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제(8일) 밤과 오늘(9일) 새벽사이 4명의 시신을 추가로 수습해 실종자는 31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아직 수습된 시신들의 정확한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있어서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이 몇 명인지 파악되지 않았다.

    35명의 실종자 중 단원고 학생 22명, 단원고 교사 5명, 일반승객 4명, 승무원 4명이었다.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를 찾은 세월호 침몰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조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안산시가 적극적으로 의사자 지정 신청을 위해 자료도 수집하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실종자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유족들로부터 자료를 받기가 어렵다고 한다.

    안산시 복지정책과 안규선 계장은 "사고관련 수습이 진행 중이어서 자료를 받기가 어렵고, 특히 학생들이 심리치료를 받는 상태에서 목격자 증언이나 확인서 얘기를 꺼내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안 계장은 또 "유족들이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유족들과 접촉해보면 '알겠다'고 말은 하지만 자식들의 죽음에 쉽게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래서 안산시가 유족들을 만나고 해경에 확인서도 요청하고 조심스럽게 의사자 신청서류를 준비 중이지만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단원고 고창석, 이해봉 교사와 세월호 양대홍 사무장 등 신청자가 추가될 예정이어서 의사자 신청이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 의사자 신청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남은 실종자를 찾는 게 우선 아니겠나?

    = 그렇다.

    무엇보다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갇혀있는 실종자를 찾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서른명이 넘게 남은 상황에서 의사자 지정 신청을 거론하는 자체도 조심스러운 일이다.

    단원고 고 김초원 교사의 부친 김성욱씨는 언론인터뷰에서 "희생자 학부모들이 실종된 교사나 숨진 교사들도 의사자로 지정해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저는 의사자 지정도 지금은 요구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실종자를 찾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참사의 와중에서도 의롭게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려고 애를 쓴 의인들의 정신을 기려야 한다. 유족들이 의사자 지정 신청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므로 친척들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트위터를 비롯한 SNS와 블로그,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세월호 의인들을 기리기 위해 의사자 지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단원고 학생들 전원을의사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세월호 승무원 고 박지영 씨의 경우 어머니는 외부와의 접촉도 하지 않고 있지만 친척들이 나서서 의사자 신청을 했고 시흥시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의사자 지정 신청을 빨리 하게 됐다.

    시흥시청 관계자는 "유족들은 아직도 딸을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어린나이에 자신도 살고 싶었을 텐데 의무감 책임감 때문에 나오지 못한 고 박지영 씨를 기리기 위해 의사자 신청을 서두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광옥 잠수사의 경우도 의사자 지정 신청이 빨리 이뤄졌다. 지난 6일 새벽 민·관·군 합동 수색에 투입돼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던 중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안타깝게 사망했는데 남양주시가 의사자 지정 신청을 서둘러 보건복지부에 신청이 이뤄졌다.

    의사자로 지정되면 유가족들은 보상금을 비롯해 의료급여, 교육보호, 취업보호, 장제보호, 국립묘지 안장 의뢰 등의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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