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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하늘가서 만나면 미안하다 말할게요"



강원

    [세월호 참사]"하늘가서 만나면 미안하다 말할게요"

    강원도청 분향소, 청소년 추모객 발길 이어져

    "신을 믿지 않지만 신이 있다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나…신도 원망했어요. 저희가 공부를 해서 좋은 나라 만들어서 이런 상황 만들지 않도록 할 것이고…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서 미안하고…언니, 오빠들 꼭 나중에 하늘 가서 만날 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2일 춘천 유봉여중 전교생 6백여명이 강원도청 분향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중간고사를 마치고 2일 강원도청 별관 회의실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은 춘천 유봉여중 1학년 임서윤(14) 양.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곁에 있던 친구들도 고개를 떨궜다.

    유봉여중은 이날 전교생 6백여명이 교사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함께한 교사들은 모두 무거운 표정에 일부는 참았던 눈물을 학생들 앞에서 쏟아내기도 했다. 헌화를 마친 구철진 교사(37·유봉여중 학생부장)는 미안함과 다짐을 전했다.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비슷한 나이의 학생들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먼저 세상을 등지게 된 것에 미안한 마음이 앞서고 희생자 유족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그 아이들에게 못한 사랑, 지금 남아있는 아이들에게라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사랑을 주는게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간 학생들에게 명복을 빌고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

    분향소가 마련된 강원도청 별관 앞. 중간고사를 마친 학생들이 분향을 위해 길게 늘어서 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친구들과 분향소로 달려온 이준하(19·춘천고 3) 군은 무책임한 어른들에게 실망감을 쏟아냈다.

    "같은 고등학생 입장에서 행복한 나이고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빛나는 시간일 텐데 그런 시간들을 보내지 못하고 하늘로 돌아가게 돼서 너무 미안하고 정부는 빨리 찾지 못한 분들 찾아주시고 어른들은 이런 사태에 반성을 해주시고 개인 이익, 회사 이익 때문에 사람들의 목숨이 가볍게 여겨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연휴를 앞두고 이날 강원도청 분향소에는 회사원과 대학생, 가족단위 추모객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평소 잦은 출장 때문에 시간을 내지 못했다가 월차를 내서 분향소를 찾았다는 회사원 권태선(37·춘천) 씨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했다.

    "제일 마음 아픈 게 지금도 길가다 중고등학생을 보면 세월호 학생들이 생각나는데요. 한 가닥 희망이 있다면 실종자들 가운데 살아오는 이가 있었으면 좋겠고, 차가운 곳에 있는 실종자들이 하늘나라에서는 따뜻한 곳에서 편히 쉴 수 있길 바라고 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잘못된 것을 바꿀 수 있는 시초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도했습니다"

    청소년 상담을 담당해온 우경민 신부(춘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는 우리 사회의 반성을 촉구했다.

    "어른들의 무책임때문에 아이들이 희생당한 것에 용서를 빌었고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있도록 기도했습니다. 어른들이 책임감 있게 일을 했으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는데 자신들만 살아남으려는 어른들의 모습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닌가 많이 반성했고, 우리가 좀 더 책임감 있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연휴를 앞두고 가족단위 추모객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3학년 이기찬 씨도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인명 피해가 생겼고, 정부의 잘못된 점이 부각되는데 가만 있는 자신이 부끄럽고 그런 의미에서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같은 학과 3학년 최윤실 씨도 "희생된 이들을 위해 열심히 살겠다는 마음을 전했다"며 애도를 표했다.

    '하늘나라 수학여행은 행복하길 기도합니다' 강원도청 분향소 한켠에 걸린 추모 리본.

     

    딸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주부 차윤희(39·춘천) 씨는 "자식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 아이가 어른이 돼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 생각해 같이 분향소를 찾았다"고 전했다.

    엄마 곁에 있던 이유림(11) 양은 아직도 놓지 않은 희망을 전했다.

    "TV를 보면서 많이 속상했는데 음…다시는 이런 나쁜 일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이라도 빨리 차가운 물에서 언니, 오빠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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