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세월호 참사] 러시아 친구 '슬라바'를 '눈물'로 보낸다

  • 0
  • 0
  • 폰트사이즈

사건/사고

    [세월호 참사] 러시아 친구 '슬라바'를 '눈물'로 보낸다

    • 2014-04-24 13:31
    • 0
    • 폰트사이즈

    안산 다문화특구 외국인들도 촛불기원 물결

     

    "친구야 너 나 기억하니? 한국말 서툴러서 러시아어로 대화하던 때가 좋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자주 연락 못해 미안하다. 이제 너를 볼 수 없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친구야 거기서 너무 힘들었지.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라".

    세월호 침몰사고로 숨진 단원고 2학년 학생 슬라바(18·세르코프 야체슬라브 니콜라예비치)의 친구 지마(17)는 마지막으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떨리는 목소리로 읽으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러시아에서 온 다문화가정 학생 지마는 지난 23일밤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다문화특구에서 안산이주민공동체 주최로 열린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촛불 기도회'에서 세상을 떠난 친구 슬라바에게 마지막 편지를 읽었다.

    이날밤 다문화특구내 만남의광장에 모인 중국, 러시아, 스리랑카, 몽골, 필리핀 대표와 외국인 등 250여명은 국적과 언어를 초월해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행사를 주관한 박천응 (사)안산이주민센터 이사장은 "이 촛불이 저 진도 앞바다에 비쳐져 유가족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 치유받기를 기원한다"며 "아이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이번에 숨진 단원고 학생 슬라바는 처음 한국에 와서 센터에서 한국어공부를 했다"며 "이번에 주검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얼마나 살려고 발버둥쳤는지 손가락이 다 빠졌더라"고 말했다.

    라담 방글라데시공동체 대표는 "밤에 잠을 못자고 운다. 얘들아 정말 보고싶다. 여기사람들 눈물밖에 없다. 천국에 가서 평안히 살기를 바란다. 우리곁에서 아름다운 학생들은 사라졌지만 기도로 명복을 빌어 드리자"며 울먹였다.

    스리랑카 출신의 한 외국인은 "스리랑카에서 어떻게 도와줄지 몰라요. 할 게 없으니까 고대병원도 갔고, 단원고 정문에도 가봤지만 도와줄게 없어요. 말이 안나와요. 우리 애들 잘못없어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한편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슬라바는 러시아에서 8년 전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온 다문화가정 학생이다. 180㎝의 훤칠한 키로 모델를 꿈꿔 왔으며 평소 성격이 좋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친구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슬라바는 지난 21일 세월호 선실에서 숨진 채 발견돼 안산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으며 25일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안산이주민공동체는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애도하기 위해 원곡동 다문화특구에서 오는 26일(토)오후 8시에 촛불기도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