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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아니길 바랐는데 이젠 주검이라도 돌아오길"



사건/사고

    [여객선 침몰]"아니길 바랐는데 이젠 주검이라도 돌아오길"


    "시신이 부패되거나 만약에 못 알아보면 우리 아들 어떻게 할 거에요. 아들 얼굴이라도 보려고 이러고 있는데 망가진 모습을 보면...".

    며칠 전만해도 바다에서 끌어올린 시신의 이름과 인상착의가 불릴 때마다 실종자 가족들은 내 자식, 내 부모가 아니길 간절히 바랐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뛰쳐나가는 가족들을 보며 제발 내 차례가 돌아오지 않길, 기적처럼 가족이 살아 돌아오기를 바란 것이다.

    하지만 일주일이 꼬박 지난 23일. 가족들의 심경은 180도 바뀌었다.

    진도항과 진도체육관에 모여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이제 "끝까지 이름이 안 불리면 어쩌나"하는 초조함과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생환의 기적을 바라는 마음은 어느순간 희미해졌고, 시신이라도 온전히 찾았으면 하는 간절함을 느끼는 것.

    진도항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던 어머니는 아들이 차가운 바닷속에서 더이상 상하지 않기를 기도하며 통곡했다.

    "아들 얼굴이라도 보려고 이러고 있는데 망가진 모습을 보면 어떻게 할거에요. '엄마 돌아올게요 '했던 아이가 왜 이렇게 연락이 없는거야. 우리 아들 빨리 찾아내라구요. 우리 아들이 엄마를 기다리고 있잖아요".

    흐느끼는 어머니의 모습에 주변 관계자들도 함께 눈물을 훔쳤다.

    체육관 정문과 후문 쪽에 설치된 화이트보드에는 시신 인양 보고서가 에이포(A4)용지 크기로 복사돼 덕지덕지 붙어있다. 가족들이 나타나 시신을 인계하면 그제서야 하나씩 뜯겨나간다.

    대형 전광판에도 수시로 시신 인상착의가 올라온다. 가족들은 습관적으로 이를 읽고 또 읽는다.

    아직 가족들 품에 돌아가지 못한 시신들도 많다. 비교적 일찍 발견된 38번대 시신부터 하루전 건져올린 시신까지.

    둥글고 통통한 얼굴, 왼쪽 발에 점, 덧니 두개, 긴 생머리, 이마에 여드름...

    학생일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 여러 구의 인상착의는 천진하고 해맑은 아이들을 떠올리게한다.

    보고서 숫자가 절반인 150번대를 가리키자 가족들은 더욱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가족 여러분, 인상착의 올리겠습니다. 잘 봐주십시오".

    23일 오후 7시 45분. 해경 관계자가 다시 마이크를 잡고 가족들에게 시신 도착 소식을 알렸다.

    151번부터 156번까지. 단원고 학생들로 추정되는 시신 여섯구가 들어왔다. 여기저기서 흐느낌이 들렸다. 체육관 구석에 있던 모녀는 끌어안고 통곡했고, 옆에 아버지는 조용히 짐을 챙겨 나갈 채비를 했다.

    이제 사망자 숫자가 실종자 숫자보다 많다. 나머지 가족들은 두 손을 모으고 잔인한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싸늘한 주검이라도, 가족들 품으로 어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엿새가 지난 21일 오후 전남 진도항에서 구조 소식만을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이 바다를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다. 윤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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