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에 있는 폴 게티 박물관에는 '코리언 맨- 안토니오 꼬레아'란 제목이 붙은 드로잉화가 걸려 있다. 17세기 바로코 회화의 거장 피터 폴 루벤스의 작품('한복 입은 남자')이다.
정준의 역사소설 '안토니오 꼬레아'(청동거울)는 이탈리아로 팔려간 한 조선인 노예의 궤적을 좇아 기억에 가려진 역사의 아픔을 드러낸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은 수만 명의 조선인을 일본으로 끌고 가 마카오와 인도 고아 항, 유럽 대륙에까지 노예로 팔았다. 당시 일본의 잔학상을 현존하는 '귀무덤' '코무덤'을 통해 인식하고 있을 뿐, 우리는 조상들이 노예무역의 희생자였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고 작가는 지적한다.
안토니오 꼬레아의 실존에 대한 증거는 여럿이다.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프란체스코 까를레티는 자신이 1606년 펴낸 여행기('라조나멘티')에서 '조선 청년인 안토니오 꼬레아를 일본 나가사키의 노예시장에서 돈 주고 산 뒤 피렌체로 데려갔다'고 쓰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 산간마을인 알비시에는 안토니오 꼬레아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이탈리아인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소설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한 팩션이다. 안토니오 꼬레아가 남긴 실낱 같은 근거를 토대로 그의 삶의 행로를 추적하면서 임란 당시의 조선과 일본, 그리고 이탈리아의 역사적 사실 속에 그의 행적을 그려 넣었다. 거기서 드러나는 것은 강인한 한국인상이다. 소설은 오랜 역사의 뒤안길에 숨겨져 있던 '안토니오 꼬레아의 부활'이라 할 만하다.
"나는 이 위대한 조상의 이야기가 한국·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이 되는 2014년에 완성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400여 년 전에 이탈리아로 팔려가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 안토니오 꼬레아의 외로운 영혼 앞에 이 책을 바치고 싶었다. 그리고 아득한 고대부터 서로 피를 나누고 문화를 함께 즐기며 형제처럼 가깝게 지냈던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앞으로는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하고 평화롭게 지내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작가 후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