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1월 21일 임창렬 당시 경제부총리와 미셸 깡드쉬 IMF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정부가 IMF 구제 금융을 요청했음을 공식화한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IMF 구제금융 이후 우리 사회는 미증유의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이로부터 10년…CBS와 데일리노컷뉴스는 외환위기 10년을 맞아 지나간 10년이 담긴 명암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10년을 준비하자는 차원에서 13회에 걸쳐 특집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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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는 최영자씨(여,62). 최씨는 요즘 밤잠을 이룰 수 없다.반평생을 살아온 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인 남가좌동이 서울시 2기 뉴타운 정책에 따라 최첨단 유비쿼터스 주거 단지로 탈바꿈 한다는 말에 끌려 재개발 동의서에 도장을 찍은 지 3개월여 만이다.
지난 78년 전북 남원에서 단돈 100만원을 들고 가족들과 상경해 남가좌동에서만 30년 동안 살아온 최 씨에게 현재 살고 있는 다세대 주택은 남은 생을 지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막노동이나 우유배달부터 건강식품 영업사원까지 몸을 사리지 않고 돈을 벌러 다닌 탓에 몇 년 전 얼굴에 안면마비가 오기도 했고 최근에는 탈장수술까지 받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최 씨지만 발 뻗을 수 있는 내 집이 있다는 생각에 큰 걱정 없이 살아왔다.
하지만 최근 다세대주택의 감정평가 결과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3억원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최 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남편이 경비 일을 해서 벌어오는 한 달 60만원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최 씨로서 3억이라는 돈은 말 그대로 ''''억''''소리 나는 돈이다.
동의서에 도장을 찍을 당시만 해도 이 지역에 땅을 소유하고 있으면 그 면적과 비슷한 크기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최 씨는 ''''우리 같은 사람이야 아무것도 모르고 뉴타운 개발하면 좋을 줄로만 알았지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는지 어떻게 알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BestNocut_R] 하지만 최 씨가 살고 있는 가재울 뉴타운 3, 4구역은 이미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상황이어서 최 씨로서는 손쓸 길이 없이 그저 속앓이만 하고 있다. 지금 가진 돈으로는 이곳을 떠나 전세조차 얻을 수 없는 상황인 최 씨는 뉴타운 개발이 오히려 편안한 노후를 망친 셈이다. 최 씨는 ''''뉴타운 개발이 백지화됐으면 하는 게 지금 내 유일한 바람''''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뉴타운 개발로 시세차익을 얻은 사람들도 있지만 최씨와 같이 오히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도 많다.
서울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26곳의 뉴타운이 개발되고 있지만 원주민 정착율은 10%에 불과한 현실이다.개발로 인한 돈잔치의 그늘에는 좇겨나고 밀려나는 서민들이 있다. 그들은 부동산 공화국 대한민국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