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검찰 조사실과 휴게실
듣기만해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는 검찰 조사실이 크게 달라진다.
검찰은 서울남부 지검에 새로운 개념의 조사실을 설치하고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검찰 조사실은 시대변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20~30년동안 변하지 않았다.
사무실 한칸의 검사 사무실에서 피의자나 참고인에 대한 조사가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져 북적거리기 일쑤였다.
검사가 사건 당사자를 조사하면 바로 옆에서는 사건계장이 또다른 사건 관련자를 추궁했다. 조사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한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는 피의자나 참고인들은 프라이버시를 인정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22일 문을 연 새 조사실은 검찰의 설명대로 기존 관념을 뒤엎은 새로운 개념의 조사실로 불릴만 하다.
먼저 검사 신문실.
법정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검사와 피의자는 물론 변호인까지 참석한 가운데 조사가 이뤄질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전과정 녹음·녹화·모니터 가능…"밀양 사건 인권침해 도 피할 수 있었을 것"조사의 전 과정은 녹음·녹화되고 밖에서 모니터도 가능하도록해 획기적인 변화를 주었다.
아동과 여성 성폭력 피해자 조사를 위한 조사실은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검찰이 충분히 배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치 어린이 놀이시설 같은 조사 대기실과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설계된 조사실은 그동안 간간히 제기된 수사기관의 인권침해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검찰 관계자는 "밀양 여중생 성폭력 수사처럼 막터진 사무실에서 조사가 이뤄지면 수사기관의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며 "새 조사실에서는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이같은 노력은 수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에서
비롯됐다. 대법원은 지난주 검사작성 신문조서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기로 판례변경을 했다.
수사의 투명성을 높이지 않으면 검찰의 조사내용은 이제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받기 어렵게 된것이다.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들도 녹음·녹화제를 법제화 하는 등 수사기관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이 검찰에게 큰 자극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새 조사실 설치는 아직 시범운영 단계라 시작에 불과하다.
검찰에 큰 자극제, 새 조사실 확대와 과학수사 기법 개발은 여전히 숙제앞으로 새로운 개념의 조사실을 확대하는 방안과 새 조사실 설치에 따른 과학적인 수사기법을 개발하는 문제가 숙제로 남았다.
검찰 일부에서는 "모니터를 켜놓은 상태에서 어떻게 수사하냐?"며 새 조사실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피조사자는 물론 조사자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모니터되기 때문이다.
이제 조사 검사는 피의자를 윽박지르는 대신 설득과 증거 위주의 과학적인 수사기법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검찰이 이런 변화에 신속히 적응해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다만,이번 새조사실 운영에 뇌물범죄 수사등 특수수사 분야가
제외된 것은 유감이다.
CBS사회부 구용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