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의 무수한 간판들 (이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서울 강남 신사동의 S 비뇨기과.
간판만 봐서는 비뇨기과를 전공한 전문의가 진료하는 의원임에 틀림없지만 이 의사는 비뇨기과를 전공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인턴이나 레지던트 같은 수련기간도 거치지 않은 일반의다.
근처 모 성형외과 의원도 간판만 보면 성형외과를 전공한 의사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반외과를 전공했을 뿐이다.
이처럼 자신의 자격에 걸맞는 간판 대신 돈이 되는 진료과목의 간판을 내걸고 환자들을 받는 의사들이 의외로 널리 퍼져있다.
"무엇이 문제냐?" 큰소리, 의료사고도 일부 빈발이에 대해 한 일반의는 "의사 면허만 있으면 모든 진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사실 의사 자격만 있으면 어느 진료과목이라도 진료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라고 무슨 문제냐며 기자에게 반문한다.
그러나 이는 전문의를 사칭하는 엄연한 불법행위다. 이 때문에 이런 사정을 모른 채 간판만 믿고 병원을 찾았다가 의료사고를 당하는 환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건강네트워크 김순주 간사는 "피부과를 전공한 전문의가 간판에는 성형외과 전문의라고 걸어두고 환자들을 받다가 의료 사고를 낸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정으로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문제점이 제기돼 왔지만 보건당국은 지금까지 단속 인력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손을 놓고 있다지난 10월에야 단속을 현실화한다는 취지로 의료법 시행령을 완화했다.
"정부, 단속 인력 부족이유로 애매한 태도"
의원간판에 전공이 아닌 진료과목을 끼워 표기 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글자 크기를 의원 명칭의 절반 이하로 표기하도록 한 것이다.
멋대로 내건 간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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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비뇨기과를 전공하지 않은 소아과 전문의의 경우 반드시 ''홍길동 소아과 의원''이라고 표시하고, 그 옆에 비뇨기과를작은 글씨로 써야한다.또, 일반의의 경우엔 반드시 ''홍길동 의원''이라고 표시하고 그 옆에 작은글씨로 비뇨기과라고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 대해 일반의와 일부 전문의는 ''진료과목 글자 크기 제한은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이 같은 의료계 내부의 반발 때문인지 보건 당국은 관련 규정이 개정된지 두 달이 넘었지만 아직 단속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보건과 관계자는 "아직 계획 세우지 못했다. 내년부터다 단속에 들어가게 될지 모르겠다"며 손을 놓고 있음을 실토했다.
의술은 내팽겨쳐 두고 얄팍한 상술을 쫒는 의사들과 이들을 뒷짐지고 보고만 있는 당국의 보건행정 때문에 환자들의 건강만 위협받고있다.
CBS 사회부 권민철 기자 btwinpin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