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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의 자살과 강제출국 소식이 가장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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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료의 자살과 강제출국 소식이 가장 힘들었다"

    • 2004-11-1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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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노동자 명동성당 농성 1주년

    피로에 지친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천막.(명동성당=박 현기자 )

     


    정부의 강제출국 조치에 항의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명동성당 철야농성이 오늘로 1년을 맞은 가운데 오랜 노숙생활로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이 이달 말 농성을 끝내고 또다시 언제 끝날지 모를 도피생활을 할 예정이어서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중노동 속에 청춘을 한국땅에 바친 외국인 노동자들. 초겨울 찬바람 속에서 명동성당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그들의 표정이 위태롭다.

    한국생활 12년째인 네팔인 헤미니씨(30)는 "12년간 여기 살면서 언제나 쫓기는 심정으로 살아왔다면서 "편한 마음으로 살아 본 적이 없다"며 힘들고 고달픈 한국에서의 생활을 표현했다.

    이들에게 남은 것은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 불법체류자라는 주홍글씨, 그리고 수백만원에 이르는 체불임금뿐이다.


    "한국생활, 반복되는 체불임금이 가장 힘들었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자이드씨(30)는 "반복되는 체불임금을 견기기 힘들었다"며 반복되는 체불임금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정확히 1년 전인 지난 해 11월 15일. 정부의 강제출국 조치에 쫓긴 외국인 노동자 150여명이 이곳에 모여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지금도 비닐과 판자로 얼기설기 지어놓은 허름한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현재 남은 사람은 고작 30여명.

    대부분 단속에 걸려 추방당하거나 전망이 불투명한 농성투쟁에 지쳐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상태다.

    네미니씨는 "동료들이 자살하거나 단속을 당해서 강제출국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며 눈물을 내비쳤다.

    농성생활 끝내고 다시 도피생활로 이어질 듯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강제출국 중단과 이주 노동자 합법화다. 그러나 정부는 고용허가제 외에 다른 길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알름씨(29)는 "한국도 옛날에 사우디에 나가서 돈 벌어오지 않았나?"면서 "우리는 왜 노동자 대접을 해주지 않았나?"라며 외국노동자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꼬집었다.

    오랜 노숙으로 지친 몸에 하나둘 병이 들면서 ''벼랑 끝의 피난처'' 명동성당 농성도 조만간 마무리할 수 밖에 없고, 또다시 막막한 도피생활에 들어간다.

    외국인 노동자 농성단은 이제 외국인 노동조합 등 대안을 모색하며 또다른 의미의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가쁜 숨을 고르고 있다.


    CBS사회부 정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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