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
지난해 시각장애인의 안마사 독점은 위헌이라는 판결 이후 일 년이 흘렀다.
판결당시 강력반발하던 시각장애인 가운데 상당수는 독자적인 안마원을 차렸지만 퇴폐업종이라는 오해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BestNocut_R]
지난 2005년 서울 역삼동에서 순수 안마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안마원을 운영하다 불과 다섯 달 만에 천만 원의 빚만 안은 채 문을 닫아야 했던 시각장애 1급 송 모씨.
57살의 늦은 나이에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의욕을 안고 안마원을 열었지만 찾아오는 손님은 많아야 하루에 한 명 정도였고 그나마 걸려오는 문의 전화도 온통 성매매를 할 수 있느냐는 내용 뿐이었다.
송씨는 "한 달 50명 손님이 오면 3만원씩 150만 원 정도 들어왔는데 임대료 100만원에 관리비까지 내면 적자가 난다"며 "기껏 문의하는 손님들은 아가씨 있냐는 식으로 말하고 전단지에 외부 출장도 가능하다고 썼더니 예쁜 X으로 보내라는 식의 전화까지 왔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송씨는 시작 당시 한 달에 80-90명은 찾아올 것이라 기대했지만 하루에 한 명 받는 손님으로는 도저히 150여 만 원이나 나오는 임대료와 관리비를 감당할 재간이 없었다.
결국 송 씨는 비싸게 구입했던 안마 침대와 집기를 헐값에 내다팔고 다시 성매매를 주선하는 한 안마시술소에 나가서 일을 해야만 했다.
안마사
현행법상 안마원은 연면적 115제곱미터, 약 35평 이하로 시각장애인 외 종업원을 최대 2인까지만 둘 수 있는, 말 그대로 소규모 건전 안마만을 취급하는 곳이다. 따라서 다수의 여 종업원 고용이 불가능해 기존의 안마시술소와는 개념부터 다르다.
많은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그동안 퇴폐 영업이 주가 된 안마시술소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건전한 안마원을 시작해 보지만 대부분 엄청난 적자를 낸 채 문을 닫고 만다
안마시술소과 성매매와 일정 부분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안마원도 이와 동일한 것이라고 믿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마사협회 경기지부는 올해 건전 안마원과 고객을 1:1로 연결시켜 주는 콜센터를 개설해 광고를 하려 했지만 난관에 부딪쳤다.
케이블TV에 광고의뢰를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안마''가 들어간 광고는 허용할 수 없다는 것. 안마원과 안마시술소를 구분하지 못해 생긴 오해였다.
안마업종이 퇴폐업종이라서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 혐오업종으로 여겨 세를 내주길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구 선릉역 근처에서 안마원을 운영하는 강초경씨는 "안마원을 개설하려고 해도 성사 단계에서 건물 주인이 시각장애인이 운영하는 안마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차일피일 계약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며 "이유를 물어보면 건물 입주자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듣곤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대한안마사협회 통계에 잡힌 폐업한 안마원은 4건 뿐. 하지만 이는 형식적인 통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안마원은 협회비 20만 원 조차 내기 힘들 정도로 영세한데다 현행법상 주거지역 개설이 불가능해 아예 협회에 등록도 하지 않고 사업자 신고만 한 채 영업을 하다가 소리 소문 없이 문을 닫고 만다.
강초경씨는 대부분의 안마원은 종업원을 두지 않고 소규모로 이뤄지기 때문에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씨는 "통계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가족단위로 소규모 운영을 하는 안마원이 대다수라 협회에 신고를 굳이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일 년에 이렇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곳이 100곳 이상은 된다"고 귀뜸했다.
2006년 대한안마협회 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안마사 회원 수는 모두 6,804명이며 이중 안마시술소 종사자는 2,000여 명.
떳떳하게 일하고 싶다는 마음에 더 높은 보수를 주는 안마시술소를 뛰쳐나와 시작한 안마원이지만 불법 안마업소와의 경쟁에서 치이고 안마에 대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에 가로막혀 다시 성매매를 일삼는 안마시술소로 돌아가 일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