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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1학년 어서 어서 배우자"…초등학교 1학년 교실은

"우리들은 1학년 어서 어서 배우자"…초등학교 1학년 교실은

초등 1학년

 

지난 2000년 새 천년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복덩이들이 올해 배움의 첫 발을 내딛었다.

''''즈믄둥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 밀레니엄 베이비붐으로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즈믄둥이들이 학교에 들어간 지 1주일여가 지났다. 엄마 품을 떠나 앎의 희열과 인내의 쓰라림이 동반되는 배움의 길로 들어선 즈믄둥이들은 낯선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을까.

[BestNocut_L]희망과 설레임이 가득했던 해에 태어났기에 주변의 큰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는 즈믄둥이들의 ''''좌충우돌''''배움의 현장속으로 직접 들어가봤다.

지난 9일 오전 8시20분 전주시 송천동 송원초등학교 1학년1반 교실. 마치 소인국 나라에 온 것처럼 자그마한 책상과 걸상으로 채워져 있다. 컴퓨터, 대형TV뿐 아니라 아직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이들을 배려, 교실 안에 화장실이 있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수업시작까지 40분이 남은 현재, 전체 37명중 14명의 아이가 등교했다. 자리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는 조숙한 학구파(?)도 있지만, 대부분이 마냥 즐겁운 듯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곧이어 담임선생님이 교실 안에 들어오자,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안녕하세요''''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선생님을 어려워하거나 무서워하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지각한 한 아이는 ''''선생님, 저 늦게 왔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다소 황당했지만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너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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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학년 주임인 담임 선생님은 조회에 참석하고, 본의 아니게 교사 초보인 기자가 아이들을 맡게 됐다. TV화면에 띄워놓은 색깔별로 선긋기 연습을 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자그마한 손으로 가방에서 색연필과 종합장을 꺼낸 후 잠시 집중하는 듯 했지만 금새 교실 안은 시끌벅쩍해졌다.

''''초등학교 1학년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단 1분, 길어야 2∼3분''''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교무실까지 이 소리가 들렸는지 선생님이 황급하게 교실로 뛰어온 후에서야 소동은 잠잠해졌다. 아이들은 다시 선긋기에 집중했다.

세영이가 다양한 색깔로 갯수까지 맞춰가며 그리는 반면 짝꿍인 성연이는 크기가 들쭉날쭉이다.

성연이가 ''''난 10개도 넘게 그렸다''''고 은근히 자랑하자, 세영이는 종합장에서 선을 세더니 ''''난 37개나 그렸는걸''''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내 ''''말도 안돼, 난 한장에 20개밖에 못 그렸는데''''라며 졌다는 듯 샐쭉해진 성연이의 표정이 너무 귀여웠다.

드디어 9시, 1교시 수업시작.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려는데 한 아이가 ''''선생님, 물 먹고 싶어요. 위임장은 언제내요''''라며 질문하자 이곳 저곳에서 봇물처럼 질문이 쏟아진다. 이미 익숙하다는 듯 품안으로 달려드는 아이들을 다독이면서 위임장을 걷는 선생님이 내심 존경스러웠다. 지각한 아이의 손을 잡고 교실 안으로 들어온 한 학부모는 자리에 앉는 걸 보고도 쉽게 발을 돌리지 못했다.

출석을 부르는 선생님이 크게 대답한 친구를 칭찬하자 이내 교실 안은 우렁찬 ''''네''''소리로 가득해졌다. ''''선생님, 쉬마려워요''''라며 한 아이가 화장실로 향하자 7∼8명이 우르르 따라가면서 잠시 소란해진 후 수업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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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우리들은 1학년''''2단원(''''내손으로 척척'''')중 ''''지우개왕''''. 당분간은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한달 간은 이 책 한권 만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수업은 선생님이 이야기를 들려준 후 아이들이 각자의 생각과 궁금한 것을 자유롭게 발표하는 형식. 중간중간에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사과 같은 내 얼굴''''같은 동요, 율동으로 분위기를 전환했고, 일부 아이들은 흥에 겨워 춤을 추기도 했다.

수업이 끝난 후 쉬는 시간에도 선생님은 자리를 뜨지 않은 채 아이들을 챙겼다. 아이들은 마치 엄마에게 하듯 선생님에게 달려와 안기면서 귓속말로 무언가를 속삭였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이 바닥에 앉아서 행동하는 유치원에 익숙하기 때문에 딱딱한 의자에 앉는 걸 아직 힘들어 한다''''며 ''''따라서 한달 간은 의자에 오래 앉아있는 습관을 갖게 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마지막 수업은 3단원 ''''까마귀 가족과 물항아리''''. 가족간의 화합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집에서 아빠가 무얼 해주느냐는 질문에 ''''나랑 놀아줘요, 요리해 줘요, 맨날 컴퓨터만 해요, 잠만 자요, 집에 없어요''''등 다양한 대답이 쏟아졌다.

하교 시간이 가까운 11시가 넘어가자 가방을 꾸리거나 옷을 주섬주섬 입는 아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날 수업은 과제전달과 함께 주말 학습계획표를 알림장에 꼼꼼하게 적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아직 5일밖에 되지 않아 아이들은 서로 낯설고 어색해했지만 교실 분위기 만큼은 너무 밝고 자유로웠다.

아이들은 ''''학교는 일찍 끝나고, 친구들이 더 많아서 유치원보다 좋고 재미있어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하지만 일부 아이들은 ''''간식이 없는 것은 안 좋은 것 같아요''''라며 어린이다운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 학부모 위한 tip >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즈믄둥이를 둔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무얼 준비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아이들의 건강을 체크할 것을 권하고 있다. 단체생활을 하기 때문에 유행성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홍역 등)과 함께 시력에는 문제가 없는지 미리 챙겨야 한다는 것. 매일 쓰는 연필과 공책, 도화지, 색종이 등을 미리 사둔 후 물건마다 아이들 이름을 써줄 것도 권하고 있다. 옷과 신발은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는 것, 가방은 밝은 색으로 어깨끈이 튼튼하고 통풍·방수가 잘되는 것으로 준비하는게 좋다.

담임 교사와의 상담은 5월 이후가 좋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 30여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개월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 면담전, 미리 전화로 약속 시간을 잡는 것은 기본 에티켓이다.

또한 입학 후 아이들이 평소와 달리 유난히 산만하게 행동하지는 않는지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아이의 수준보다 높은 학습을 요구할 때 생기는 이런 행동이 장기화되면 자칫 ''''ADHD(주의력결핍 과잉 행동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장난감을 지나치게 많이 사주는 등의 양육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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