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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3일 우리 역사에서 진실의 한 자락을 들춰낸 판결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에서 있었다.
32년 만에 법정에 다시 오른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재심이었다.
1975년 긴급조치 1호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 18시간 만에 사형당한 우홍선씨 등 8명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유신정권''에 반대해 민주화운동을 했다가 위법한 수사·재판의 희생양이 된 분들의 명예와 실추됐던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 판결이 나오고 7일 뒤인 지난달 31일 "인혁당재건위 사건은 실질적인 형체가 있었다"는 주장이 공식적으로 제기되면서 ''인혁당재건위'' 사건에 대한 논란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창이다.
제성호(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 겸 대변인, 친북반국가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친북반국가행위진상규명위원의 일부 견해라면서 "인혁당재건위 사건은 조작이 아니며 본 사건 해당자 모두를 무죄선고한 부분은 재고의 필요성이 반드시 강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본 건의 관련자는 국가보안법 위반행위를 한 실체가 있었다"는 것을 긍정해야 하고 단지 문제가 되는 것은 "법규적용을 잘못한 것"인데 이 단체를 국보법상의 이적단체로 의율 또는 개별 찬양고무죄 등 개별 규정에 따라 기소하면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며 "차후(아마 정권교체 이후를 암시한 듯) 이 사건에 대한 재심결과는 재재심 또는 재조사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 교수의 주장을 대하면서 순간적으로 떠 오른 것은 그 가족 분들의 얼굴이었다.
재판 후 20여 시간도 못 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그 분들의 억울함도 억울함이지만 빨갱이 간첩가족이라며 32년간이나 낙인받고 배척당하며 이 땅의 철저한 소외계층으로 살았을 한과 고통에 울컥 목이 뜨거워짐은 왜일까.
제교수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임지봉 서강대 법학과 교수의 글을 대하면서 지금까지의 무수한 색깔론으로 고통당한 제2, 제3의 피해자들과 함께 작은 위로를 받으며 자위하게 된다.
임 교수는 "제 교수의 이번 글은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한 이들에 대한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명예훼손''이다.
당시 사건관련자들이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했다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마치 재판을 하듯이 죄가 있다고 단정하는 위험천만한 결론을 내렸다.
혹 증거가 있다고 해도 판사가 아니라고 한 이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 것도 망각한 이 글은 정말로 억울하게 사형당한 사자의 명예훼손죄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벌써 2월 12일. 시간은 화살이다. 이 좋은 아침에 바울선생이 에베소에 보낸 "빛의 열매는 모든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에 있느니라"는 말씀을 새기며 내 맘에 자리 잡고 있는 어두운 것들을 치워내고 그 분의 형상을 닮으려는 나를 닦고 만지며 세워본다.
※이 글을 쓴 노량진 이그잼고시학원의 임화성 교수(필명 임삼)는 현재 코리아 잡 어포튜니티 유니온(기획이사), 나사렛대학교, 서울대학교 언론고시 특강교수를 겸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