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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소기업 사장의 자살에 비친 중소기업의 척박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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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한 중소기업 사장의 자살에 비친 중소기업의 척박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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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는데 납품단가는 전혀 안 올라"

    유서 내용

     

    "지속적인 경영악화와 눈덩이처럼 커지는 부채의 현실 앞에서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중압감에 어찌할 수 없는 길을 선택합니다."

    지난 1일 오전 8시 30분쯤 경남 창원시 대산면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사무실. 이 회사 대표 송 모(48)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바지 주머니에 가족들과 회사 직원들이 걱정되고,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만 남긴 채였다.

    송 씨는 지난 93년부터 직원 20여 명과 함께 자동차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소규모 하청업체를 경영해 왔다. 현대 자동차의 3차 하청업체로,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도 납품을 했다. 하지만 최근 계속되는 경영악화로 인한 자금 압박에 시달리다 결국 스스로 목을 매고 세상을 등진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송 씨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환율 하락과 원자재 가격의 상승 때문에 심한 마음 고생을 해왔다. 송 씨 회사의 제품은 알루미늄이 주 원료라, 알루미늄 가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한 직원은 "kg 당 2,800원 정도 하던 국제 알루미늄 가격이 3,600원 정도까지 올라, 채산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원청업체의 납품단가는 전혀 오르지 않았다. 원청업체에서는 조금만 참고 기다려 보자면서 인상된 원자재 가격 부담을 단가에 반영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하청을 받은 송 씨의 회사만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게 되면서 심한 압박을 받게 됐다.

    송 씨의 유서에서도 "현실과는 너무 다른 제조 원가가 너무나도 힘들다"는 내용이 수 차례 적혀 있다. 직원들도 "정확한 수지는 사장님만 알고 계셨지만, 원자재 가격과 납품단가 때문에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사실 대기업이나 원청업체들에게 서로 납품하기 위해 로비까지 하는 판국에 원청회사에게 이런 사정을 몰라준다고 불만을 제기하다가는 언제 납품계약이 중단될 지도 몰라 남 몰래 속앓이 하는 신세"라는 한 하청업체 대표의 말처럼,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의 구조적인 문제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서에서 송 씨는 "지속적인 경영악화와 눈덩이처럼 커지는 부채의 현실 앞에 어찌할 수가 없다"며 마지막 속내를 털어놨다.

    계속되는 환율 하락과 경기 침체 때문에 중소 기업들이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 40대 중소기업 사장의 자살은 이래저래 내몰리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의 절박한 사정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한편, 숨진 송 씨는 평소 어려운 회사 상황에서도 직원들의 월급은 밀린 적이 없을 정도로 직원들을 먼저 생각했고, 외국인 직원들도 꼭 챙겨달라는 내용을 유서에 빠지지 않고 남길 만큼 이들을 따뜻하게 대해줘 주위로부터 좋은 평을 받아왔기에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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