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를 타고 2시간 반을 달리면 고울번이라는 호주 내륙의 작은 도시가 나타난다. 이곳은 인구 2만2천명의 소도시로 몇년째 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5년간 계속된 가뭄에 이 소도시에 물을 공급하는 유일한 저수지에 남은 물은 저수용량의 2%에 불과하다. 올들어 지난 1월 이후 ''비가 내렸다''고 할 만한 강우가 한차례도 없었고 특히 10월에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그렉 핀레이슨 수도국장은 "지난 2년동안 이 도시는 호주에서 아니 서방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물 공급 제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름철에는 과거 물 사용량의 4분의 1만 공급하고 그나마 겨울에는 여름의 절반으로 물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야외에서 물을 사용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된다. 집앞 뜰에 물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세차도 금지됐다. 수영장에 물을 채우는 것도 물론 금지.
일인당 하루 150리터의 물만이 허용된다.
만일 이 사용량을 초과할 경우 벌금을 물어야한다. 시내에는 불법적으로 물을 사용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매일 순찰차가 돌아다니고 있다.
시내에는 먼지에 뒤덮힌 차들이 다니고 있고 가로 주변의 꽃과 잔디는 시들어 죽어가고 있다.
집집마다 물과의 전쟁이 이뤄진다.두 아이의 엄마인 조안나 고드바는 아이들이 샤워를 할 때면 초시계를 지키고 욕실앞에서 ''감시''한다. 물을 아끼기 위해 샤워시간은 5분을 넘지 못하도록 규칙을 정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농민들이다. 작물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농민들은 깊은 좌절감에 빠져있다. 나흘에 한명꼴로 농민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다.
호주의 농작물 수확이 50%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존 하워드 총리와 각 주지사는 긴급 급수대책회의를 열었다. 저수위원회 관리들은 이 회의에서 현재의 가뭄은 지난 1천년동안 있었던 가뭄 가운데 최악이라고 보고했다.
호주내 주요 농업생산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머레이-달링 강 저수시설에 유입되는 물의 양은 역대 최고의 가뭄으로 기록됐을 때의 3분의 2에도 못 미치고 있다.
머레이-달링 저수 위원회의 한 대변인은 이토록 오랫동안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기록을 시작한 지난 114년 기간을 돌아볼 때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앞으로 가뭄이 1년 더 계속된다면 머레이-달링 강 저수시설 부근에 있는 도시와 마을들도 물 부족사태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마이크 란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 주지사는 "우리는 현재의 가뭄에서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재앙의 한 단면을 보고 있는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