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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前 서울시장 특별 인터뷰]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 한사람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고향인 경북 포항을 찾는다. 이 전 시장은 29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선영과 모교 등을 찾아 친지들과 재회의 정을 나눌 예정이다.
서울시장 시절인 지난 2003년초 지방행사차 잠깐 들른 이후 3년여만의 고향 방문을 맞는 이 전시장을 만나 고향방문의 소회를 들어봤다.
-고향인 포항을 자주 찾으시는지 궁금합니다. 고향을 찾는 소감은 항상 남다를 것 같은데요,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이번 고향방문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제 기억에 행사 때문에 인근에 갔다가 잠깐 들른 것 까지 포함해도 약 3년만인 것 같은데요, 고향 분들이 늘 마음으로 응원해 주시고 걱정도 많이 해 주셨는데, 서울시장 임기 4년 동안 제대로 고향에 가서 인사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든 ''''고향''''이라는 단어에는 많은 기억이 숨어있지요. 그 시기에는 누구나 어려웠지만 어찌보면 고향에서의 기억은 저에게 즐겁고 행복한 기억은 아니었습니다.
어린시절 베니아판으로 벽을 세운 옆방에 거지 가족이 함께 살 정도로 가난한 삶을 살았고, 6.25로 전쟁으로 누나와 막내 동생 상필이를 잃었던 아픈 기억도 있습니다.
야간고등학교를 다니며 길거리에서 장사하는 삶에 희망이 보이지 않아 졸업장도 받기 전에 서울로 도망왔던 제 유년기의 삶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입니다.
그렇게 떠나온 이후 30년 동안 고향마을에 가지 않았었습니다.
포항제철에 행사가 있을 때도 헬리콥터를 타고 내려갔다가 당일날 올라올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늘 제 마음속의 고향은 정말 순진할 정도로 정직하고 성실하셨던 아버지, 강인했던 어머니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고, 정든 학교와 교회, 헤엄치던 냇가와 들판 등 어린시절의 향기가 묻어나는 곳이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출세하면 돌아가겠다는 마음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멀리했고, 한창 활동할 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고향가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성원해 주시고 염려해 주신 덕분에 서울시장 임기 4년을 무사히 마치고, 추석을 앞두고 고향을 찾게 되어 매우 기쁘고 설레는 한 편으로, 더 자주 오지 못해 매우 죄송스러운 마음을 함께 안고 고향에 갑니다. 빨리 가서 친구도 만나고 여러 어르신들도 뵙고 싶습니다.
- 포항 방문 때 어떤 분들을 만나 어떤 얘기를 하게 되는지 일정과 만나는 분들 또는 모임들이 궁금합니다. ▲거창한 행사는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뵙고 싶었던 분들, 가고 싶었던 곳을 찾는 마음으로 2박 3일 일정을 보내려고 합니다.
포항의 기업인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질 계획이구요, 모처럼 죽도시장에 가서 명절을 앞두고 시장을 찾은 분들을 만나 살아가는 얘기도 들으려고 합니다.
지난 번 산업비전탐사 때 중학교 동창을 만나 너무 반가웠었는데, 영흥초등학교에도 가 보고, 지금은 제가 다녔던 야간은 없어졌습니다만, 모교 동지상고에도 가보고, 못 만났던 고향친구들도 만나려고 합니다.
그리고 포항공대를 방문해 나노기술의 핵심연구시설인 ''방사광가속기''도 살펴볼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 고향사람들 가운데 특별히 어떤 분들과 만나며, 회포를 푸시는지요, 고향에 오면 꼭 찾게 되는 어른이 있습니까? ▲고향의 어떤 분을 특별히 만난다기보다 고향이라는 것 자체가 저에게 그리운 존재입니다.그리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어머니지요.
부모님의 묘소는 이천에 있습니다만, 고향과 어머니는 늘 일치하는 존재로 생각되곤 합니다. 어머니는 머리에 짐을 이고 다니며 행상을 하셨습니다.
그러다 지치시면 제가 그걸 받아 목에 걸고 다니곤 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장사 다니던 고향 곳곳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야간학교를 다니던 시절 뻥튀기 장사를 했던 고향 여학교 앞도 잊지 못합니다. 낡은 교복에 쌀을 튀기면서 나온 가스로 얼굴이 시커먼 저를 여학생들은 관심조차 없어했지만, 그래도 여학교 골목 앞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 어찌나 창피했던지...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고 야간학교가 마치는 9시부터 리어카를 끌고 과일장사를 했던 중앙통 극장 앞 거리도 잊지 못하죠. 남의 가게 앞에서 장사를 한다고 어찌나 구박을 받았던지, 그 때는 내 가게를 갖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하루는 자동차가 제 리어카를 들이받아 과일이 다 못 쓰게 되었는데, 오히려 차 주인은 저에게 똑바로 하라며 윽박질렀습니다. 하도 억울하고 서러운 마음에 서울로 가리라고 가출을 결심하고 포장마차에 들어가서 소주를 시켰는데, 아주머니가 얼른 술을 안 주시고 "학생, 왜그래.. " 하고 말리시더라구요.
결국 아주머니가 술을 안 주시고 머뭇거리시는 바람에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었는데요, 고향 마을 곳곳이 다 저에게는 추억이 있는 곳이고, 누구를 만나도 그 때 그 시절의 어른을 만난 듯 반가울 듯 싶습니다.
- 고향을 찾는 대선후보라면, 뭔가 고향발전을 위해 이것 하나만은 하겠다는 생각이 있을 법한데요, 아직 대선후보가 된 것은 아니지만, 고향사람들에게도 꿈을 심어준다는 차원에서 선물보따리를 푸신다면요?▲지방 곳곳을 다니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국민들이 희망을 잃고 기업인들의 사기가 죽어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두 달 동안 한강과 낙동강 구간의 한반도 대운하 현장탐사를 했고, 농업하시는 분들, 각 지역 공단에서 중소기업을 하시는 분들(제조업에서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을 만났습니다.
농민들 만나면 "큰 일 났다. 앞으로 우리 농업이 희망이 있을까" 걱정이고, 중소기업 하시는 분들을 만나도 "정말 어렵다. 금년 연말을 넘길 수 있을까" 걱정하셨습니다.
또 지방 중소도시들은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일자리가 없으니까 젊은이들은 떠나고,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침체되어 있었습니다. 어느 한 쪽도 "희망적이다. 잘 해나가고 있다" 하는 곳이 없어 매우 걱정스러웠습니다.
지금은 제가 어떤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어떤 약속을 할 수 있는 때도 아닙니다. 더욱이 대선후보라는 말을 쓰기 미안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고향을 찾으면서도 사실 마냥 기쁘고 좋은 것 만은 아닙니다.
포항은 제가 살던 어린시절에는 작은 어촌에 불과했지만 포스코라는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따라 대도시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하나의 기업에만 의존하는 도시가 아니라 미래 첨단도시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포항건설노조 파업은 포항시민들에게 큰 상처를 줬습니다.
다시는 서민경제를 담보로 한 불법 파업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전국 각지의 공단을 다니며 기업하시는 분들을 만났는데, 이구동성으로 하시는 이야기가 노사문제입니다.
중소기업은 자신들의 노사문제 보다는 대기업이 파업함으로 인해 입는 피해가 더 심각했습니다. 대기업 노조는 파업하고도 이런 저런 구실로 보상을 받는 반면, 2차, 3차 벤더들은 앉아서 한 두달 일을 못하면 기업이 휘청하는 지경에까지 가는 것이죠.
물론 이번 건설노조파업은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이번 파업으로 포항시민들의 심려와 타격이 매우 컸기 때문에 하루 빨리 이를 회복하고, 새로운 활력을 찾아야겠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지역발전''''에는 경제논리를 바탕으로 지역적「광역경제권」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포항도 지금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포항의 기존 특성을 더욱 발전시켜 살리는 한편 인근 지역과의 대경제권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대구 경북 지역 역시 대구와 포항이 합쳐진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발전할 때 그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여권발 정계 개편론이 뜨고 있습니다. 정계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명박 전 시장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정치인들의 이해에 따른 이합집산은 정치권 구태중의 하나입니다.
최근 정계개편 논의는 정부여당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데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선거를 겨냥해서 인위적으로 정계개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봅니다.
지방을 다녀보면 이렇게 어려운 때 정계개편 논의는 국민감정상 맞지도 않고 국민이 바라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일겁니다. 그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중요한데 개헌이니, 정계개편이니 하는 정치적 논란에만 관심을 두고 자꾸 부추기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고요,
선거를 앞두고 어떻게 헤쳐 모여 할 것인가 고민하기보다는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고향방문 전에 고향인 포항, 더 나아가 경북 지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이 자리를 빌어 해 주시기 바랍니다.▲늘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시고 성원해 주시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서울시장에 당선되었을 때도 정말 내 일 같이 기뻐해 주셨고, 좋은 일 있을 때, 힘든 일 있을 때 가장 먼저 조언해 주시고 축하해 주신 것도 고향분들 이십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셨으면 좋겠고, 저도 지역 발전을 위해 더 깊은 관심을 갖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분들 만나뵙게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