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국회도 법정 원구성 시한을 넘기고 말았다. 12일로 5일째다. 여야가 상생의 국회, 일하는 국회를 외치고 있지만 말 뿐이라는 생각이다. 원구성 협상의 행태는 15대, 16대 때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때문이다.
원구성이란 17대 국회의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고, 법사위원과 문화관광위원회 등 17개 상임위원회 별로 전체 국회의원 299명을 나눠 배치하고, 상임위원회를 열어 의원들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이다. 이 절차까지 완료되면 원구성이 마무리됐다고 한다.
그러면 17대 국회 원구성은 현재 어디까지 왔을까? 국회의장과 부의장 2명은 뽑아 일단 지도부는 구성됐다. 그러나 나머지 절차는 여야이견이 커 한 치 앞으로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만 구성한 채 한 치 앞도 못나가가장 큰 원구성협상의 걸림돌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상임위 전환이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개혁특위를 구성해 논의한다는데 합의했기 때문에 원론에서는 공감이 이뤄졌다.
한나라당이 먼저 예결위를 상임위로 전환한 뒤 원구성에 나서자는 주장을 해 협상진전이 없었지만, 지난 11일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 수석부대표가 예결위문제와 상임위원장 배분문제를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일단 예결위 문제가 원구성 협상의 직접적 걸림돌은 아니다.
다만 열린우리당이 예결위의 상설화쪽에 무게를 두며 상임위화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난항이 예상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에서는 원만한 원구성 협상을 위해 예결위 문제를 논의할 ''국회개혁특위''위원장을 한나라당에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예결위의 상임위 전환이 걸림돌은 못돼그렇다면 여전히 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뭘까?
단 한가지다. 모든 법안을 최종심의하는 법사위원장을 서로 차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법사와 언론개혁 주무상임위인 문화관광위, 예결위, 재경, 건교, 운영위 등 주요상임위를 갖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법사위만 양보하면 다른 상임위는 합의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불가입장을 밝혔고 다시 한나라당이 법사와 문광위를 전후반기에 다 갖는 대신 전반기에 예결위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역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11일 협상에서는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에서 문광위나 다른 중요 상임위를 양보하면 법사위를 양보할 수 있음을 내비치며 협상의 여지가 조금 넓어졌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에서는 절대로 문광위를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심기남 당 의장이 정기국회 내에 신문개혁을 끝내겠다고 한 마당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법사위 차지하기양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12일과 13일에도 협상은 계속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서로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법대로"를 외치며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 전망이 더욱 어둡다. 열린우리당 이종걸 수석 부대표는 "이번주 말까지 상임위 정수조정문제가 결렬되면 큰 부담을 안게 된다"고 밝히며 협상의지는 내비치고 있다.
또 다시 협상이 결렬될 경우 다음주에는 반드시 원구성을 마치고 일하는 국회를 개시하겠다는 여당의 정치 일정이 중대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주말까지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안될 경우 14일 의원총회를 열어 여당단독으로라도 상임위 임시배정을 통해 상임위활동에 나서겠단다. 쓰레기 만두소를 비롯한 산적한 민생현안, 안보현안 등을 계속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되면 14일 여당 단독으로 상임위 임시배정그렇다면 상임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눠지는 지 한번 살펴보자!
16대를 기준으로 국회에는 17개 상임위원회가 있고 예산결산과 윤리특별 등 2개 특별위원회가 있다. 상임위를 먼저 구성하고 난 뒤에 특별위를 구성한다는 국회법 48조의 원칙에 비춰보면 특별위원회 분배는 차후 문제다.
따라서 17개 상임위를 나누는 방식만 살펴보면 된다. 상임위는 여야의 정치적 절충에 의해 나눠지는데 그 방법은 17개 상임위에 전체 299명의 의원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다.
의원들은 여야 소속이 있기 때문에 의원들이 나눠졌다는 말은 이미 상임위원장 자리가 결정됐다는 뜻과 같다. 즉 상임위원장은 상임위원들이 선출하는데 특정당이 상임위의 과반수를 차지했다면 이 특정당은 상임위원장을 차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법사위 과반수를 넘기느냐의 셈법 차이여야는 어떤 셈법을 갖고 있을까?
열린우리당은 16대와 17대 국회는 인적구성면에서 다르고 열린우리당은 현재 김원기 의장이 빠져 151명 야당은 147명 여당이 4석이 많기 때문에 4개 상임위가 홀수가 돼서 여당이 한석 많은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주장한다.
4개 상임위는 법사, 재경, 문광, 건교이다. 여당은 이외에도 상임위원수가 25명이 넘으면 사실상 활동이 어렵다며 25명 이하로 줄이자는 안과 교육, 복지, 과기정은 수를 늘려서 일하는 국회 만들자는 3가지 협상기준을 제시했다.
한나라당은 처음에는 모든 상임위 위원수를 짝수로 맞추자는 주장을 폈으나 부당하다는 여당의 주장을 수용해 각당의 유불리를 떠나 의원수 자연증가분대로 하자는 안을 내놨다.
이 경우 법사위는 기존 인원 15명에 의원수 증가비율인 109.52%를 적용해 16.43명이 나오고, 문광위는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20.81명이 나온다. 사사오입해서 법사는 16명, 문광위는 21명이 된다.
여기에 여,야,비교섭 의원 구성비는 5:4:1이어서 법사위는 여야 8:8이 되고, 문광위는 11:10이 된다. 결국 양당의 셈법은 법사위 차지에 맞춰져 있다.
쓰레기 만두소문제, 주한미군 감축, 이라크파병, 실업, 경제불황 등 한적한 현안이 너무 많다. 국회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심의하고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국회는 개원했으되 공전되고 있다. 여야의 각성이 촉구된다.
CBS정치부 이재기기자 dlworl@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