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디로 숨어버린 것일까''. 경찰이 인천 서·계양구 연쇄 성폭행 사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쇄 성폭행 사건 용의자의 인상 착의와 차량까지 공개하고 수사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용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인천경찰청과 서·계양 경찰서가 공개 수사에 나선 것은 지난달 22일부터. 7번째인 마지막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 12일 만이다. 경찰은 피해 여학생들의 진술에 따라 작성한 용의자 몽타주와 용의자 것으로 추정되는 흰색 카니발 승합차와 같은 차량 사진을 공개했다. 또 500만원을 현상금으로 걸었다.
▲깜쪽같이 숨어버린 연쇄폭행범-경찰 수사 난항 인천경찰청은 홈페이지(www.icpolice.go.kr) 팝업창에 수배 동영상도 공개했다.
공개된 수배 동영상은 1분5초 분량. 지난 5월 24일 첫 범행 당시 인천 서구의 한 주택가 CCTV에 잡힌 용의자 모습이다. 동영상에서 용의자는 흰색 카니발 승합차 문을 열어 놓은 뒤 범행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용의자가 타고 다니는 카니발 승합차는 스키 등을 실을 수 있는 루프백과 선루프를 갖춘 고급형이다.
용의자는 키 169cm에 호리호리 째진 눈, 검은 얼굴에 짧은 머리를 하고 있다. 어깨와 가슴에는 용으로 보이는 문신을 하고 있다. 연령은 30~40대 가량. 경찰은 이런 내용을 가지고 경력 1천여 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검문검색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공업사 등도 방문해 동종 차량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이 같은 공개수사가 시작되자 용의자를 목격했다거나 알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계양구 한 식당 주인이 수배 전단지의 남자와 비슷하게 생겼다'''' ''''출근길에 수배전단지에 있는 것과 비슷한 승합차가 나를 따라왔었다'''' ''''인터넷 중고차 판매사이트에 수배전단지와 흡사한 승합차가 매물로 나와있다'''' 등등. 그러나 경찰 수사결과 모두가 이번 사건과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꾸준히 제보가 들어온다''''며 ''''몽타주와 흡사한 사람이나 범죄 차량에 대한 제보가 대부분이지만 결정적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최근에는 한 누리꾼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연쇄 성폭행 용의자와 비슷하게 생긴 남자 사진을 올리면서 인터넷 세상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이 사진에는 얼굴에 마스크를 쓴 남자가 이른 아침 한 여학교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자위행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게다가 이 남자 옆에는 경찰 수배전단지에 있는 성폭행 용의자 차량과 동일한 종류의 승합차가 주차돼있다.
사진은 일순간 인터넷을 타고 급속히 확산됐다. 사진 밑에는 수백여 댓글도 붙었다. 이중 인천 연쇄 성폭행 사건 용의자일 것이란 댓글이 가장 많았다.
누리꾼들은 마스크 남자를 `바바리맨''이라고 불렀다. 일부 누리꾼은 바바리맨이 인천 연쇄 성폭행 사건 용의자라며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경찰도 즉각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경찰은 연쇄 성폭행 용의자와 사진 속 남자는 동일인물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대해 경찰은 ''''결적적 제보라고 판단했지만 사진 속 남자가 연쇄 성폭행 사건 용의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사진 속 카니발 후미등도 용의자의 것과는 달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흰색 카니발 승합차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색상이 흔한 편이지만, 피해 여학생들 진술에서 승합차에 부착된 장식품 등이 동일하다는 점 때문에 이 승합차가 수사 초점이 된 것이다.
공개 수사가 시작될 무렵만 해도 경찰은 인천에 연고를 둔 흰색 카니발 승합차 주인 중에서 용의자를 선별해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결정적 단서를 발견하지 못하자, 대상을 전국 흰색 카니발로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아동 성추행 및 성폭행 전과자들과 신상을 대조하는 등 전국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범인 검거 까지 장기전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용의자 승합차 번호판이 희미하게 찍힌 탓에 분석에도 애를 먹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원과 서울, 인천 몇몇 대학에 이 자료를 보내 번호판 판독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폭행 뒤 피해자를 최초 유인했던 장소까지 데려다 주는 등 행위 자체가 대범해, 초범보다는 재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동 성추행 및 성폭행 전과자들과 신상을 대조하는 등 전국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잠적한 범인, 흉흉해진 민심-우리 스스로 지키자 자율 방범 용의자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서·계양구 민심은 흉흉해졌다. 대낮임에도 거리에서 아이들 모습을 찾기가 어려워 졌고, 각급 학교 등하교 시간에는 학부모 차량이 학교 앞에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학부모 이모(46)씨는 ''''회사에 부탁해 조금 일찍 퇴근한 뒤 중학교 딸 아이를 데리러 간다''''며 ''''불안감 때문인 지 많은 학부모들이 하교시간 한참 전부터 학교 앞에 차를 세워놓고 기다리더라''''고 말했다.
자체적으로 방범대를 구성하고 부녀자 지키기에 나선 주민들도 있다. 해병대 인천 서구 전우회는 인천 연쇄 성폭행 용의자 검거에 경력(?)을 총동원했다. 갓 제대한 20대부터 60대까지 전우 80여 명이 함께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구 곳곳 지리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은 후미진 골목부터 큰 길까지 샅샅이 뒤져 용의자를 반드시 붙잡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연쇄 성폭행 사건이 시민들의 삶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들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전우회 관계자는 ''''7~8개조를 편성해 차량 5대를 이용해 차량순찰을 벌이고 도보순찰도 하고 있다''''며 ''''몽타주 사진을 복사해 각 가정에 나눠주고 범행에 사용된 것과 비슷한 차량이 없는지 유심히 살핀다''''고 말했다.
앞서 작전동 자율방범대도 지난달 21일부터 대원 14~15명을 동원해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자율방범대 관계자는 ''''이젠 우리 어린이와 부녀자들의 안전을 경찰에만 맡길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순찰활동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계양구 일부 초등학교 학부모들도 자체적으로 모임을 결성해 여학생 지키기에 나선 형편이다.
▲흰색 카니발만 몰아도 범인 취급-지역사회 부작용 심각
인천 연쇄 성폭행 용의자가 흰색 카니발 승합차를 몰고 다닌다는 얘기가 세상에 알려진 뒤, 이 승합차 주인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회사원 김모(34)씨는 ''''아내와 함께 차에 타려고 하는데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내 차를 보고 `성폭행범 것 아니냐''며 수군거려 당황한 적이 있다''''며 ''''빨리 용의자가 잡혀야지 이러다간 흰색 카니발 주인 모두가 곤욕을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일부 자동차매매단지에서는 흰색 카니발 승합차를 찾는 손님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간석동 한 매매상은 ''''최근 들어 흰색 카니발 승합차를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경유 승합차 인기가 시들해 지긴 했지만, 연쇄 성폭행 용의자 차량이란 것도 작용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인천지역을 비방하는 글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난무하고 있다.
올 초 여자 어린이 연쇄 성폭행범이 검거된 지 수개월 만에 또 다시 연쇄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역이라며, 인천을 호되게 욕하는 글들이 대부분이다.